지난 18일(월) 정부가 특별연장근로인가 범위 확대와 50~299인 기업에의 주 52시간 근무제 계도기간 부여를 발표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주 52시간 근무제의 현장 안착을 위해’ 해당 보완책의 시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도 시행이 사실상 미뤄진 것이다.

이번 결정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이었던 ‘노동시간 단축 정책’과 역행한다. 고용부는 “법 시행을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불안은 커져만 가고 있다”며 “주 52시간 근무제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중소기업에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우리 헌법 제10조는 ‘인간의 존엄’과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고 있다. 제32조에선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일 근로시간이 10시간을 초과하는 현실 아래서 근로자의 존엄은 좀처럼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국회를 통과한 지는 17년의 세월이 흘렀다. 언제까지 시행을 유예할 수 있을까. 여전히 불투명한 주 52시간 근무제의 안착을 위해선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특별연장근로인가 범위 확대에도 의문이 남는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53조 3항에 따르면 특별연장근로는 ‘천재지변이나 이에 준하는 재해 혹은 사고가 발생했을 시’에만 이를 수습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그러나 정부는 작년 ‘사회 재난’에 이어 올해 ‘경영상의 사유’를 특별연장근로인가 범위에 추가했다. 경영상의 사유는 그 기준이 뚜렷하지 않아 업무량이 증가하는 등 사용자가 추가 근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언제든 적용할 수 있게 된다. 노동계의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는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시행규칙으로라도 특별연장근로인가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단언했다. 경제계의 우려를 반영해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유예하고 특별연장근로인가 범위를 확대했다면 악용 가능성과 임금 하향을 걱정하는 노동자의 목소리도 외면해선 안 된다.

‘워라밸’은 큰 욕심이 아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선 무엇보다 시간이 필요하다. 주 64시간 근무제 아래서 근로자는 충분히 잠을 잘 시간도, 친구를 만날 시간도, 편안하게 여가를 즐길 시간도 확보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정부는 수년째 정책의 안착이 중요하다며 근로자의 권리를 외면하고 노동시간의 상한선을 낮추지 않고 있다. 경영상 어려움을 근로자의 노동시간 확대로 해결하겠다는 주장은 어디에 근거하는가. 경영상의 부침을 그야말로 ‘사람을 갈아 넣어’ 채우겠다는 발상은 아닌지 반문하게 된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근로자의 ‘사람다운 삶’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지침이다. 과오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정부는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현실적인 지원책과 사용자의 악용을 막을 구체적인 입법을 통해 주52시간제의 실현을 앞당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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