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홍대 남성 누드모델 불법촬영을 기폭제로 진행된 ‘불편한 용기’ 시위에서 주최 측 추산 누적 약 36만 명의 여성들이 ‘동일범죄 동일수사’라는 구호를 외쳤다(지난 숙대신보 제1351호 ‘“불편한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그 4번째 외침’ 참고). 최근에도 일각에서 일명 ‘고유정 사건’의 얼굴 및 신상 공개 기준이 성차별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실정이다. 여성 범죄자는 실제 교정 및 처벌 과정에서 어떠한 차별을 받고 있을까?


여성 범죄자에 더해진 차별
여성 범죄자는 남성 범죄자와 달리 피해자성과 피해로 인한 낮은 자존감, 정서 조절을 위한 약물 중독 등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윤옥경 경기대 교정보호학과 교수는 “여성 범죄자 중 살인을 저지른 자는 가정 폭력 경험을 가진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피해와 가해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신뢰하는 대상으로부터의 폭력은 자존감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대인기피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 등을 유발한다. 윤 교수는 “부정적인 자존감과 신체적인 요인으로 인해 일상 생활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여성은 성매매로 진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후 여성은 쾌락을 위해 약물을 접하는 남성과 달리 부정적인 정서를 조절하기 위해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성은 *수형자 및 **수용자의 위치에서 과밀수용, 직업훈련, 교정시설 내 교육과정에서 여성차별을 마주한다. 과밀수용의 문제는 성별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지만 여성 수용자에게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법무부에 의하면 지난달 31일(목) 기준, 여성 수용자의 수용률은 122.4%로 전국 교정기관의 수용률 114.6%보다 약 7.8%p 더 높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의하면 지난 2017년 기준, 부산구치소의 경우 여성 수용자의 수용률이 185.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교도소 논산지소의 경우 남성 수용자의 공간인 남자 사동의 수용률은 107%인 반면, 여성 수용자의 공간인 여자 사동의 수용률은 120%다. 천안교도소의 여자 사동 역시 수용률 139%로 남자 사동의 수용률 127.6%보다 높다.

교정시설에서 받는 직업훈련에서도 여성은 제한을 받는다. 법무부 교정본부 웹사이트에선 ‘여성의 특성에 맞고 취업 연계성이 높은 헤어디자인(Hair Design), 피부미용, 네일아트 등의 직종에 대해 전문적인 직업훈련을 하고 있다’는 문구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여자정예직업훈련소인 청주여자교도소를 비롯해 여주교도소, 대구교도소, 목포교도소 등 여성 수형자 직업훈련 전담기관 6곳에서 실시하는 직업훈련은 이러한 설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2019년 기준, 청주여자교도소에선 직업훈련으로 헤어디자인, 의상디자인, 조리, 제과제빵, 화훼장식, 바리스타 등을 실시하고 있다. 여주교도소에선 양식조리를, 대구교도소에선 손뜨개공예를 훈련하며 목포교도소에선 네일아트를 훈련한다. 청주여자교도소 인근에 위치한 청주교도소에서 건축도장, 도배, 산업설비, 자동차정비, 발광 다이오드(Light Emitting Diode, LED)응용전기 등을 훈련하는 것과는 상반된 직업훈련 현황이다.

윤 교수는 “여성 수형자에게 여성다움을 강조하는 직업만을 훈련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며 “적성과 희망 사항에 맞게 직업훈련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직업훈련 현황에 대해 법무부는 “사전에 수형자의 선호도를 조사해 직업훈련을 실시한다”며 “여성 수형자의 경우 건설과 기계 직종은 기피하고 음식 서비스, 미용 분야의 직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여성은 사회적 자본이라 할 수 있는 교육 역시 교정시설 내에서 제공받기 어렵다. 지난 3월까지 여자 소년원엔 고등교육과정이 부재했다. 이는 여자 소년원에 입소한 뒤 고등학교 과정을 졸업하기 위해선 검정고시 등 제한된 방법을 통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법무부는 “전체 소년원생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10%이며 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경우는 극소수였다”며 “교사와 교실 등이 부족해 고등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는 “관계된 정부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부족한 교사 인력을 확충해 지난 3월 안양소년원에 고등교육과정을 신설했다”고 말했다. 전국의 여자소년원은 충주소년원과 안양소년원으로 전체 소년원 10개 중 2개뿐이다.


국내 유일 여자교도소에 방문하다
실제 여자교도소 생활은 어떨까? 본지 기자단은 지난달 25일(금) 충청북도 청주시에 위치한 청주여자교도소를 방문했다. 입구를 찾아 교도소 안으로 들어가다 보니 교도소로 가는 길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깎아지른 길을 몇 분 정도 걸어 올라가고 나서야 청주여자교도소의 팻말이 보였다.

행정안내소에 도착해 신원을 확인받은 뒤, 따로 마련된 공간에서 청주여자교도소를 소개하는 교육 동영상을 봤다. 이후 교도소 내 규정상 모든 소지품을 해당 공간에 두고 교도소로 향했다. 실제 수감자들이 생활하는 곳은 생각보다 멀었다. 교도소 앞에 서자 본지 기자 신장의 두 배가 넘는 철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철문이 열린 후, 본지 기자단은 신분증을 제출하고 신원 확인용 목걸이를 차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두세 개의 철장을 거쳐 교도소 내부로 들어왔을 때 가장 눈에 띈 것은 작은 운동장이었다. 흔히 미디어를 통해 다뤄지는 교도소 내 큰 운동장과는 다르게 운동장은 작고 시설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수형자들은 작은 운동장을 따라 걷거나 다른 운동을 하고 있었다.

운동장 구석에서 잠시 대기한 뒤, 참관을 담당하는 교도관을 만나 청주여자교도소에 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들었다. 청주여자교도소는 여성 수형자들을 위한 별도의 구역으로 장기 혹은 무기징역수 중 여성들이 주로 이곳에 수감된다고 한다.

설명을 듣는 와중에 운동을 마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수형자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몇몇 수형자들과 눈을 마주쳤는데, 경계의 눈빛이라기보단 새로운 사람에 대한 관심의 눈빛이었다. 눈빛 자체가 ‘악(惡)’ 하다기보단 대중교통이나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범죄를 저지르는 수형자도 결국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처음 직접 느꼈던 순간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수형자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직업교육을 받는 곳엔 항상 관리하는 교도관들과 수형자들이 분리된 공간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조치돼 있었다. 수형자들에 대한 정보가 유출될 시 싸움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업교육의 교육 종류도 제한돼 있어 그중에서만 고를 수 있었다. 직업교육의 종류로는 제과제빵, 헤어스타일링, 바리스타 등이 있었다.

예상만큼이나 교도소 시설은 허름했다. 직업교육 받는 현장을 견학한 이후엔 운동 시설, 면회실, 실제 수형자들이 생활하는 수감실 등 다양한 교도소 시설을 방문했다. 실제로 수형자들이 생활하는 방은 생각보다 비좁았다. 5평 남짓한 공간에 6명의 수형자들이 생활하고 있었다. 수형자가 많을 때엔 한 방에 8명 정도까지 들어간다고 하니, 화장실과 싱크대를 제외하곤 누울 자리만 겨우 확보되는 수준이다.

교도소 견학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작업장을 위한 시설증진 공사가 한창이었다. 청주여자교도소가 지어진 지 20년이 넘다 보니 시설이 부족하거나 노후하기 때문에 교도소 관계자는 시설 보수와 여성 교도관 채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한다.


평등한 교정시설이 되기 위해선
이러한 여성 범죄자의 열악한 처우는 여성 범죄자의 수가 남성 범죄자보다 절대적으로 적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올해 법무연수원에서 발행한 ⌜2018 범죄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범죄자 중 여성 범죄자는 지난 10년 동안 15%를 조금 웃돌았다.

이에 따라 여성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원활한 수사를 위해선 여성수사관만으로 구성된 전담수사반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여성 수사관은 여성 범죄자의 인권 보호와 진술의 용이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으므로 보다 확충돼야 한다는 것이다.

교도소 교육 혹은 직업훈련의 내용은 다수인 남성을 기준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여성이 배제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윤 교수는 “여성 수용자의 수가 적어 처우나 직업훈련 유형에도 제한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법무부는 “현재 추진 중인 여자교도소 설립 시 전기·전자, 정보통신 등 직종 다양화를 통해 양성평등이 실질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고 답했다.
 

▲ 지난 2008년부터 지난 2017년까지 전체 범죄자 중 여성의 비율과 수를 나타낸 도표다. 최저 비율은 15.9%, 최고 비율은 18.8%다.


전체 범죄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하 여성비)은 지난 10년간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2018 범죄백서에 따르면, 여성비는 지난 2008년 15.9%에서 지난 2017년 18.8%로 증가했다. 과밀화된 수용소 역시 증가하는 여성비를 충족할만한 여성 전용 교정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성만을 수용하는 교도소는 전국에 청주여자교도소 1곳밖에 없다.

시설 부족으로 인한 과밀화를 줄이기 위해 법무부는 현재 사용하지 않아 방치되는 유휴(遊休)수용동을 활용해 수용률을 완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여성 수용자 수용률은 지난 2017년 12월 31일(일) 기준 125.4%에서 지난달 31일(목) 122.4%로 감소했다. 법무부는 “중장기적으로 여자교도소의 확대방안을 재정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설 확장뿐만 아니라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나가는 것이 과밀수용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윤 교수는 “불구속 재판에 대한 무조건적 비판 여론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교수는 “범죄자의 재범을 막고 사회에 적응하도록 도모해야 한다”며 “‘범죄자는 무조건 감옥에 가야 한다’ 등의 엄벌주의를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 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선 범죄에 이르게 된 경로와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윤 교수는 “여성 범죄자가 교정시설에서 범죄에 대한 죗값을 치르는 와중에도 그들이 어린 시절 겪었던 피해 경험이나 트라우마(Trauma)를 연구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교수는 “여성 범죄자에 대한 치료가 동반돼야 진정한 범죄 교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범죄자는 자신이 잘못한 범죄에 대해선 책임지고 이를 반성하며 뉘우쳐야 한다. 하지만 인권의 영역에서 끊임없이 배제되는 여성 범죄자의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면 어떨까.

 

*수형자: 판결이 확정돼 형의 집행을 받고 있는 자임.
**수용자: 구치소 및 교도소에 갇혀 있는 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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