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와 민주주의로 나뉘어 대립하던 과거를 지나 협력해야 할 때가 왔다. 매순간 변하는 세계에서 대한민국은 어떻게 입지를 다져야 할까? 대한민국은 그 해답을 ‘신북방정책’에서 찾는다. 대한민국은 신북방정책을 통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북방 국가들과의 관계를 정립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신북방정책과 그 한계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신북방정책, 반도와 대륙을 잇다
신북방정책은 대한민국과 유라시아 국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외 정책이다. 신북방정책을 지휘하는 북방경제협력위원회(이하 북방위)에선 가스, 철도 등 9개 분야의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신북방정책의 고유 브랜드로 나인 브릿지(9-Bridge)라고 불린다. 변현섭 북방경제협력위원회 경제협력팀 사무관은 “최근 기존 아홉 개에 더해 보건의료, 교육 등의 분야로도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북방정책에서 협력 대상이 되는 유라시아 국가는 한국의 북쪽에 위치한 총 14개 국가들이다. 이 14개 국가는 *구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이하 구소련)을 구성하던 15개 공화국을 원형으로 한다. 그중 구소련이 해체되기 전 독립한 **발트 3국을 제외하고 12개 국가에 몽골과 중국 동북 3성을 포함해 총 14개 국가가 됐다.

 

신북방정책 대상 국가들은 거대한 시장, 풍부한 자원을 보유해 경제 성장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변 사무관은 “14개 국가의총인구수는 약 4억 명 정도다”며 “중국 전체가 아닌 동북 3성만의 인구수도 약 1억 명으로 새로운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윤희 국민대학교 유라시아학과 교수는 “동북 3성과 몽골을 제외한 구소련 국가 지역들은 가스나 석유 같은 자원이 풍부한 나라다”고 설명했다.
해당 국가들의 기술적 역량은 다소 부족한 상황이다. 강 교수는 “구소련 시기 해당 국가들은 다양한 산업과 공업을 발달시켰지만 현재는 낙후돼 있다”며 “산업 현대화가 필요한 국가들이다”고 말했다. 변 사무관은 “구소련 공산주의 국가라는 특성과 더불어 제도적 측면에서 미비한 점들이 많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만 협력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은 신북방정책 대상 국가들과의 협업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북방국가의 자원과 우리의 산업 기술 교환으로 한국의 경제 성장을 꾀할 수 있다. 강 교수는 “유라시아의 국가들이 자국의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투자와 기술이전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국가 대부분은 한국에 우호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어 협력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북방 국가들과의 협력으로 남북한 통일 역시 도모할 수 있다. 변 사무관은 “북방 국가들이 대부분 구소련 시대 공산주의 이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북방 국가들과 먼저 협력해서 나중엔 북한도 함께할 수 있는 장기적인 협력 체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신북방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다. 지난 2017년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의 98번째 ‘동북아 플러스 책임공동체 형성’의 세부 항목 중 하나기도 하다. 신북방정책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축사에서 언급되기도 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신북방정책은 대륙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의 포부다’며 ‘중국과 러시아뿐 아니라 중앙아시아와 유럽으로 협력의 기반을 넓히고 동북아시아 철도공동체로 다자협력, 다자안보의 초석을 놓을 것이다’고 말했다.


위기속의 신북방정책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연합(Europe Union, EU)이 앞장서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유럽 연합 위원회는 러시아에 대해 석유·가스 및 기타 광물에 대한 개발, 전력, 운송, 통신 투자를 제한하는 규정을 설정했으며, 미국 역시 러시아의 금융 서비스, 에너지, 금속, 광업, 엔지니어링, 군수 산업 관련 분야에 대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는 ***크림반도 사태에 기인해 발생한 현상으로 현재 많은 유럽 연합의 속국과 미국 관련 국가들이 참여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신북방정책 진행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 및 유럽 연합 소속 국가와의 외교 문제를 고려했을 때 한국이 국제사회의 시선을 외면하고 러시아와 본격적인 경제적 교류를 나누긴 어렵다. 한국의 나인 브릿지 정책 대부분이 전부 러시아와의 협력을 요하고 있어 현재 국제사회의 러시아 경제제재는 신북방정책 진행의 큰 제약사항이다. 변 사무관은 “에너지사업 투자 등의 사업이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경제제재 탓에 빠르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제재를 피하면서 경제 협력을 이룩할 방법이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변 사무관은 “농업, 관광, 문화교류 등 경제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사업을 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과의 관계 역시 신북방정책의 진행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현재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대북제재 정책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지리적으로 한국이 공략해야 할 나라들의 중간에 위치해 북한의 협조 없이는 신북방정책을 완전히 성사시킬 수는 없다는점이다.
북방 국가 진출의 필요성을 느낀 국가가 한국뿐이 아니라는 것도 위협요인이다.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의 성장 잠재력을 탐내는 건 한국만이 아니다. 가까운 나라로는 중국과 일본, 더 나아가 몽골 역시 북방 국가와의 협력을 꾀하고 있다. 지난 2017년 기준 러시아 극동 선도개발구역 투자에 중국은 한국의 138배, 일본은 5배가량의 거액을 들여 투자를 계획했다. 변 사무관은 “주위 강대국의 북방 정책이 위협적이다”면서도 “중국과 일본은 러시아와 영토 분쟁을 빚는 등 외교적 문제가 있었지만 한국은 비교적 분쟁이 적어 외교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신북방정책의 성과가 좋지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신북방정책이 성과의 양적, 질적 측면에서 과거 정부의 북방정책을 뛰어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변 사무관은 “이번 정권에서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중앙 지휘기관으로 여러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여러 어려움 탓에 국민들이 느낄만한 가시적 성과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변 사무관은 “러시아의 기초 과학기술과 우리나라의 상용화 기술이 결합된 한러혁신센터 등의 유의미한 정책도 여럿 실현됐으나 대중이 체감하지 못하는 데에서도 문제를 느낀다”며 “대중의 관심과 정책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지금도 국제사회의 흐름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고, 준비한 정책이 한계에 부딪히는 일도 많다. 한국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우리가 만들고 싶은 새로운 한반도’로 거듭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대학생인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정답은 없을 테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바뀌는 시류에 귀는 기울여두도록 하자.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겐 언젠가 반드시 사회의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때가 오기 마련이다.

*구소련을 구성하던 15개 공화국: 1991년 소련이 해체된 이후 독립한 15개 국가를 말함.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몰도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키리기스스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야, 에스토니아, 라트비아가 있음.
**발트 3국: 소련에 소속되어 있다가 소련이 해체되기 전인 1990년 독립한 발트해 연안의 3개 국가를 말함.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가 있음.
***크림반도 사태: 2014년 2월부터 크림 반도를 러시아가 자국 영토로 편입한 사건임.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우리가 만들고 싶은 새로운 한반도’: 지난 8월 15일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에서 인용함.

청년의 제안, 신북방정책의 미래가 되다
지난 20일(수),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19 북방정책연구 및 사업아이디어 공모전 시상식(이하 시상식)이 진행됐다. 하늘을 찌를듯 높은 건물에 본지 기자단은 떨리는 마음으로 본격적인 시상이 이뤄지는매화홀을 찾았다.
이번 공모전은 북방경제협력에 관심이 있는 만 18세부터 만 34세까지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북방 정책에 대한 청년층의 이해도를 높이고 북방 지역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춘 신진 인재를 양성하기 위함이었다.
최우수상은 연구 보고서 부문에선 아이디어 허프스 팀에게, 사업 아이디어 부문에선 플러스 팀에게 돌아갔다. 연구보고서 부문의 아이디어 허프스(Idea-HUFS) 팀은 인적 자원이 생겨나는 기반이 교육이라는 점에 착안해, 한국과 유라시아 국가 간의 새로운 교육 협력 모델 ‘CAMPUS Eurasia(캠퍼스 유라시아)’를 제안했다. 홍수현(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석사 과정, 러시아·CIS 학과) 아이디어 허프스 팀원은 “강의실이 아닌 곳에서도 연구할 기회가 있어 좋았다”며 “본 공모전과 같이 후속 학문 세대가 자유롭게 의견을 펼칠 기회의 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업 아이디어 부문의 플러스(PL-RUS)팀은 일일 700만이 이용하는 모스크바 지하철에서 안전사고, 소음 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문제에 주목했다. 이어 승강장에 스크린도어(Platform Screen Door, PSD)를 설치하는 방안을 SWOT 분석, 비용-편익 분석으로 검토하고 사업 수행에 적합한 기업을 분석해 추천했다.
시상식을 마치며 권구훈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은 신북방정책의 의의를 되새겼다. 권 위원장은 “위원회의 목표는 미래의 성장동력 창출과 향후 남북통일기반 조성으로, 바로 젊은 여러분들의 장래에 관한 것이다”며 “신북방지역의 차세대 리더로서 신북방정책의 활성화를 위해 청년의 시각에서 정책 및 사업 아이디어를 계속 제안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권 위원장은 2개월에 걸친 참여자들의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도록 정책 및 사업 제안을 관련 부처에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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