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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허상과 전주 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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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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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쫓아내면 재개발, 한 명씩 쫓아내면 도시재생’ 생활경제연구소 구본기 소장의 말이다. 도시재생이란 쇠퇴하는 지역을 활성화하는 사업을 의미한다. 도시재생 작업은 지역 역량을 강화하거나, 지역 자원을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거주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시행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발생하여 문제가 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사전적으로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값싼 구도심에 기존에 거주했던 저소득층의 자리를 중산층이 대체하는 현상’으로 정의된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사례는 숙명여자대학교가 위치한 용산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본래 쇠퇴한 지역이었던 용산은 도시재생을 위하여 부도심으로 설정된 2000년대 이후 급변하였다. 용산구에 주상복합단지 등이 들어서며 고급 주거공간이 형성되었다. 이로 인해 용산은 부동산 투기의 중심지가 되어 기존 주민의 정착이 어려워졌다. 더불어 저소득층과 중산층 이상 계층의 주거지를 분리시켜 지역 내 계층화, 차별화를 심화시켰다. 그리고 용산구는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선 고급주택가부터 이태원과 같은 ‘핫’한 번화가, 흔히 달동네라 불리는 저소득층의 거주지까지 여러 양상이 공존하는 지역이 되었다. 결국 도시재생과 그로 인한 변화는 단순히 지역의 환경과 물리적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주민들의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런 현상은 용산구뿐만 아니라 홍대, 망원동의 소재지인 마포구, 종로구의 익선동 등 서울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더 나아가 부산 감천 벽화마을, 대구 김광석거리 등 서울 바깥의 지방에서도 발생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본래 런던과 뉴욕, 즉 서구에서 일어나던 도시 변화를 정의하기 위해 생겨난 단어이다. 국립 국어원은 젠트리피케이션을 ‘둥지 내몰림’이라는 말로 순화한다. 서구 상황에 기반을 둔 젠트리피케이션의 사전적 정의도, ‘둥지’ 즉, 생활 공간이자 주거 공간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러나 둥지 내몰림이라는 순화어도 한국의 양상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일반적인 젠트리피케이션의 정의는 경로/대상/결과 세 가지 측면으로 나뉜다. 경로는 ‘낙후된 구도심 지역의 활성화’, 대상은 ‘새롭게 유입되는 중산층’, 결과는 ‘중산층이 기존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하여 새롭게 젠트리피케이션을 재정의하겠다.

⓵ 경로적 측면의 기존 정의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나는 지역을 ‘낙후된 구도심’으로 지정하였다. 이와 함께 ‘활성화된다’라는 광범위한 표현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 현상을 단순히 구도심으로 한정할 수 없다. 이와 더불어, 매체의 발달에 따라 변화하는 ‘활성화’라는 표현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의 정의 중 경로적 측면을 수정한다면, ‘낙후되거나 쇠락하였던 지역만의 특색이 강화되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하 SNS)나 언론 등의 주목을 받으면서’로 바꿀 수 있다.

⓶ 대상적 측면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의 기존 정의는 유입되는 대상이 ‘중산층’으로 한정된다. 그러나 거주를 목적의 중산층 유입과 더불어 관광객 등 일시적으로 유입되는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 프랜차이즈와 같은 대기업 역시 유입 대상에 포함된다. 즉, ‘중산층과 더불어 대기업이나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의 대거 유입으로’라고 대상적 측면을 재정의할 수 있다.

⓷ 결과적 측면에서 기존 정의는 ‘중산층이 기존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를 젠트리피케이션의 결과로 설명한다. 하지만 대상 측면에서 언급했듯이 중산층 이외의 다양한 계층이 유입되고, 대체되는 기존의 원주민 역시 저소득층으로만 한정 짓기는 어렵다. 기존의 해당 지역의 세입자나 예술가는 생산 활동을 통하여 자본을 축적하였으나 임대료 등 유지를 위한 비용이 그 이상으로 상승하여 해당 지역을 떠난다고 보는 것이 적합하다. 이뿐만 아니라, 젠트리피케이션의 심화로 인하여 지역의 특색이 소멸하는 등 경제적 요인과 별개인 여러 이유로 지역을 떠나는 이들도 존재한다.

즉, 이 글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지역만의 특색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다양한 계층의 외부인이 대거 유입되고, 원주민들은 경제적 요인을 비롯한 다양한 이유로 기존 거주지를 떠나 특색을 잃은 지역이 다시금 쇠퇴하는 현상’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정의를 바탕으로 전주 한옥마을에서 발생한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 문제점, 해결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전라북도의 중앙인 전주시에 위치한 전주한옥마을은 1930년대에 주민들이 한옥을 건설하면서 조성한 마을이다. 1960-70년대에 전주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학교 등 교육기관들과 문화연필, 백양메리야쓰 같은 유명 기업이 한옥마을에 위치하면서 마을은 점차 성장하였다. 그러나 제조업이 도심 외곽으로 이전하고, 1977년 한옥보존지구로 지정되면서 한옥 보존은 가능했지만 주거 환경의 변화로 주민들이 이탈하였고 마을은 급격히 퇴락하였다. 이에 따라 1997년에 한옥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였다. 이와 함께 1999년 건설경기불황과 IMF의 여파로 신규 가옥이 많지 않았던 상황에서 전주한옥마을은 조성사업이 진행되었고, 10여 년이 지난 현재 1,000만 관광객을 돌파하는 문화도시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이와 함께 한옥마을의 젠트리피케이션도 촉진되었다.

전주의 본격적인 젠트리피케이션은 한옥마을의 개발과 함께 공적 자본이 투입되면서 가속화되었다. 황인욱의 「전주한옥마을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과 지역갈등」에 따르면, 전주의 원주민이었던 예술가들의 이탈은 시장의 논리보다 지방정부에 의한 정책적인 논리에 따른 움직임이었다. 전주시는 원주민 예술가 대부분이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점을 한옥매수청구권으로 활용하여, 부동산의 시세보다 많게는 50%까지 더 주고 주택을 매입하였다. 주민들은 이를 받아들이고 자발적으로 이탈하기도 하였다. 공적 자본의 유입으로 지방정부 정책 시행이나 보완에 따라 한옥마을의 평균공시지가 변동률이 상승하거나 하락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0년~2012년에 상업 시설이 급증하였다. 2010년에 상업 시설 증가율이 8.6%였으나, 2012년에 22.4%로 급증하였다. 전주가 ‘기회의 땅’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었다. 전주 한옥마을의 지대 가치는 2011년 지나친 상업화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면서 고공행진 한다. 특히 8m이하 도로에 상업 시설의 입점을 금하는 조항은 오히려 이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 주요 상권인 태조로와 은행로로 상업 시설의 유입을 한정시켜 토지경쟁력을 심화시켰다. 이와 함께 전문 기획부동산이 개입하여 유명 맛집 중심의 임대시설 고가 매매를 반복하면서 이득을 취하였고 지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다.

전주 한옥마을의 젠트리피케이션은 유명 관광지라는 특징이 더해져 더욱 심각한 문제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로,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은 한옥마을 내 문화시설 15개 중 유일하게 입장료를 받는다. 따라서 소비를 하는 방문객의 규모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할 수 있는데, 2018년 경기전에 방문한 관람객의 수는 89만 1387만명으로 2017년 122만1682명보다 방문객이 27% 감소하였다. 이처럼 소비를 하지 않는 방문객의 증가로 경기전 주변의 상권인 태조로와 은행로의 가겟세와 상점 임대료는 더욱 상승하였고, 상인들은 결국 임대 현수막을 붙이고 떠나게 된다. 전주 한옥마을은 대중에게 ‘전통이 살아있다’라는 인식으로 조성된 하나의 ‘브랜드’이다. 그러나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하여 브랜드의 핵심 가치인 ‘전통’은 허상이 되었고, 전통과 관련이 없는 치즈 구이나 꼬치 등 즉석식품을 판매하는 장소가 되었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하여 마을의 특색이 소멸한 것을 전주 한옥마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마을의 특색인 전통이 사라진 것만의 문제가 아니다. 마을에 방문객이 점차 늘면서, 전통적인 주거 공동체의 기능 상실을 초래하였다. 실제로 2009년 이후 1,023개였던 세대 수는 2012년 808채로 점차 감소하였으나, 상업 시설의 수는 25개에서 85개로 증가하였다. 황인욱의 논문에 실린 인터뷰에서 전주 한옥마을 주민은 ‘옛날의 가정집이 현재는 모두 민박집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몰려오니 장사를 할 수 밖에 없어 불가피하게 가정이 상업화된 것이다. 이와 함께 전주한옥마을의 젠트리화 된 공간변화가 한옥마을 이해당사자들 간의 갈등을 증폭시켜 공동체의 분열이 나타난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주민들 대부분은 한옥마을을 통한 반사이익을 취하기 위해 들어왔으며, 이는 남아있는 원주민에게도 해당되는 목적이다. 특히 원주민은 가정을 상업화하여 적극적으로 변화에 동조하였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화된 전주는 이주민과 원주민의 갈등이 아닌, 이주 상업주민과 원거주 상업주민의 갈등과 같은 공동체 내의 복합적인 갈등이 더욱 심각한 형태로 나타난다. 전통적 이웃관계의 파괴로 인한 주민 사회의 변화도 함께 발생하였다. 동네의 쇠락기인 1970년대부터 함께한 이웃 공동체는 개발과 투자의 공간이 되면서 큰 변동이 나타났다. 투자가치가 있는 땅에서 나오는 자본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자신의 이윤 취득에 문제가 되는 것을 민원으로 신고하기 시작한 것이다. 행정 권력의 행사를 요청하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 소송 등 법적 권력까지 끌어들여 한옥마을의 주민 사회가 이권 다툼의 장이 되었다. 자본의 유입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공동체의 성질이 크게 변질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독일의 총리였던 헬무트 슈미트가 만든 ‘야수 자본주의’라는 용어가 있다. 이 말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효율성의 대가인 불평등을 인간을 잡아먹는 야수의 속성에 비유한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 역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부동산과 이에 비롯된 불평등이 원인이다. 따라서 국가가 야수로부터 인간을 지키는 것이 정치의 임무이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나타난 문제를 단순히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 현재 전주시도 젠트리피케이션을 인지하고, 여러 정책을 통하여 이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선 전주시의 주도로 지구단위계획을 실행하여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의 입점을 제한하였다. 또한 2018년에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여 임대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려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였다. 이와 더불어 최근 건물주-임차인-전주시 3주체 간의 상생협약을 체결하여 전주의 상권 안정화를 위해 힘쓰는 등 한옥마을의 전통을 살리기 위해 여러 방안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에서도 한계가 드러난다.

우선, 전주 한옥마을의 지구단위계획에서 중식, 일식, 양식 등 외국음식 또는 퓨전형태의 음식을 조리, 판매하는 음식점을 제한하는 조항이 있으나, 이에 대한 관리가 허술하다. 실제로 한옥마을에는 구워 먹는 치즈나 문어 꼬치 등 전통과는 거리가 먼 음식을 판매하는 상점이 많다. 즉 규제 조항은 있으나 실천이 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지구단위계획은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된 이후 계획되고 오랜 시간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또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해줄 수 없는 법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상가임대차보호법 제10조 7항의 재건축 등의 예외조항은, 임대인이 건물의 철거 또는 재건축이 필요할 경우 임차인의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음을 명시한다. 이러한 재건축 예외조항을 빌미로 건물주는 자신의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갱신을 거절하고 높은 임대료를 지불할 수 있는 세입자와 새로 계약을 맺는다. 또한 리모델링 등 재건축을 임차인을 쫓아내는 근거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법적 판단 근거가 미약하여 규제가 어렵다. 3주체 상생협약 역시 명백한 한계가 존재한다. 3주체라고 표방하지만, 실제로 가장 이득을 보는 주체는 건물주이다. 행정적, 재정적 혜택이 건물주에게 치중되어 있고 건물을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임차인에 대한 지원이 미미하다. 서울시의 상생협약 체결 사례를 보면, 임차인의 안정적인 영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하여 해당 건물의 리모델링이나 보수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다양한 조치 또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임차인을 보호하는 등 젠트리피케이션의 해결에 기여하지 못한다. 그러나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말이 있듯이, 개혁이 아닌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시행한 해결 방안을 더욱 활용하여 지방정부, 또는 국가가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현 제도의 사각지대를 새로운 제도로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현 제도를 십분 활용하여 사각지대를 좁혀나가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이 글은 경로, 대상, 결과의 측면으로 분류하여 젠트리피케이션의 사전적 정의를 수정하고 구체화하였다. 이러한 정의를 전라북도의 전주 한옥마을에 적용하여 젠트리피케이션을 살펴보았다. 전주 한옥마을에서의 젠트리피케이션은 공적 자본의 투입과 원주민의 자발적 이탈로 인한 지가 상승과 함께 지나친 상업화로 인해 발생하였고, 관광객의 증가는 나타나지만 소비의 규모가 오히려 작아지는 특징을 보였다. 이는 지역의 특색을 잃고, 전통적인 거주 공동체와 주민 사회를 변질시키는 등 여러 문제점으로 이어졌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 법을 개정하고 지구단위계획과 같은 조례를 만들었다. 이와 함께 상생협약 등 여러 측면에서의 대안을 모색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의 한계를 개선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땅 한 조각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어떻게 그의 국가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토지와 빈곤의 관계에 대한 책 「진보와 빈곤」을 저술한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가 한 말이다. 도시재생을 통하여 나라의 일부를 만든 주역에게 국가는 그들의 생활과 생업을 위한 공간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빈곤은 토지의 결핍에서 비롯되지만, 토지의 결핍은 국가의 정책 아래 관리 및 해결되어야 한다.

 한국어문 19 김가영, 역사문화 19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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