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야구에 빠졌다. 직접 참여해보고 싶은 마음에 여자야구를 알아보다 문득 프로야구 리그에는 여자가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왜 없을까 궁금해져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사람들이 하는 말이, 여자야구는 재미가 없어 비인기이기 때문이란다. 예상되는 수요가 없으니 여자 프로야구가 생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같은 노력과 같은 땀을 흘려 하는 경기일 텐데 왜 남자야구는 인기가 있고 여자야구는 없을까.

따지고 보면 여자는 야구뿐만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인기가 없다. 여성가족부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중은 3.6%뿐이다. 지난 5년간 계속해서 여성 임원이 증가했다는데도 이 정도 수준인 것을 보면, 임원을 정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여성은 참 인기가 없나 보다. 같은 맥락으로 아기의 성별에서도, 대학 입시에서도, 취업시장에서도, 여성은 인기가 없다. 같은 아이를 낳아도, 같은 학생을 뽑아도, 같은 사람을 뽑고 승진시켜도 이왕이면 여자보다 남자가 좋은 것이다. 이렇게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자는 인기가 없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지난 몇 백 년 동안 여성은 남자의 모습을 실제보다 두 배쯤 크게 비추는 신비하고 달콤한 능력이 있는 거울 역할을 해왔어요. (···) 나폴레옹과 무솔리니가 그토록 애를 써가며 여성의 열등성을 주장한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여성이 열등하지 않다면 그들은 더 이상 커 보이지 않을 테니까요.” 1929년에 나온 구절이지만, 아직까지도 실상은 그 옛날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울프의 말마따나 여성을 열등하게 보이도록 만들어 그네들이 더욱 우위에 있어 보이려 하는 남성들 때문에 여성은 사회 어느 곳에서도 인기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여성을 알아주지 않더라도, 우리는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인기 없는 우리는 서로 연대하며 계속해서 말하고, 외치고, 행동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글을 배울 수 있었고, 투표권을 얻을 수 있었고, 학교에 다닐 수 있었고, 임원이 될 수 있었고, 이제는 그 자리를 넓혀 가는 중이다. 우리는 남성만을 향하고 있는 거대한 스포트라이트 장치에 올라가 끊임없이 손을 대야 한다. 미끄러져 내려도 다시 올라가 팔을 뻗어 차별적인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는 범위를 넓혀야 한다.

남성만을 비추는 사회가 여성을 조명하길.

소비자경제 16 정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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