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과 설한에도 꿋꿋하길

눈송이는 굵게 엉기어 마치 꽃송이처럼 내리는 눈을 의미한다.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추운 겨울날, 모두가 추위를 피해 달아나기 마련인 그때 눈송이는 고고하게 내린다. 동장군의 심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 땅에 차분히 내려앉는데, 그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 숭고해 하얗게 쌓인 눈 위로는 아무도 함부로 걸음을 내딛지 않는다.

눈송이는 함께 할 때 보다 강해진다. 두 주먹에 한 움큼씩 쥐고 꾹꾹 눌러 뭉쳐낼수록 눈덩이는 단단해진다. 일단 한데 모이면 물리적인 힘에도 쉽게 흩어지지 않고, 어지간한 열기에도 끄떡없다. 이렇게 눈송이가 모여 만들어진 커다란 눈덩이는 갇혀있던 틀을 깨뜨리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숙대신보는 숙명의 눈송이라 일컫기에 무리가 없다. 1955년 창간해 격동하는 근·현대사의 설한에 정면으로 맞섰음에도, 마침내 그 뜻을 지면 위에 썼고 널리 알렸다. 오늘날에도 올곧은 태도에는 변함이 없어 대학과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지역과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 데 열중이다. 그렇게 숙대신보를 중심으로 뭉쳐진 숙명인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다시 겨울이다. 학보사가 마주한 현실이 녹록지 않은 시절이다. 기성 신문도 이른바 ‘옛날 미디어’로 취급받는 시대에 학보사 사정은 오죽하랴. 학생들로부터 외면받는 일이 허다하고, 그 밖의 다른 이들에게는 무시 받기에 십상이다. 발행일에 줄을 서서 학보를 받아 가던 시절에 비하면 행색이 초라해졌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숙대신보는 이 새로운 겨울을 어떻게 이겨낼지 궁금하다. 단언컨대 지난 역사에서 증명했듯이 고고한 모습을 잃지 않고 반드시 땅에 내려 눈송이 한 아름을 더하리라.

숙대신보의 창간 64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지난 64년에 그러했듯 앞으로도 잘 해낼 거라 믿는다. 그리하여 한 세기를 훌쩍 넘긴 숙명의 역사에 그 이름이 영원하길 바란다.

 

중앙대학교 학보사 중대신문 류정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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