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시작은 아무런 의미 없이 동아리방에서 나눈 후배와의 대화 몇 마디였다. 후배는 예의상 했던 말일지도 모르지만, 당시 과제에 떠밀리는 삶을 살고 있던 나에게는 꽤 흥미롭고 진지한 주제로 다가왔던 것 같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에게는 이미 여섯 명의 포항 여행 동지들이 생긴 후였다. 이 여행을 떠났던 2박 3일 동안 여러 일이 있었고 모든 순간이 즐거웠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가장 즐거웠던 두 번째 날에 대해 쓰고자 한다.

당일 새벽까지 마시고 즐기던 우리는 점심쯤에서야 눈을 비비며 바다에 갈 준비를 했다. 숙소에서 8분 거리에 있는 영일대 해수욕장은 해초가 발에 차일 정도로 더럽다는 말을 듣고, 우리는 그나마 깨끗하다는 칠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전날에 비가 와서 그런지 파도가 거세서 모래가 옷 주머니 사이사이로 들어왔다. 그 때문에 주기적으로 모래주머니로 변한 바지 주머니에서 모래를 빼줘야 했다. 파도에 밀려가 바닷물을 한 바가지 먹기도 했지만, 친구들과 서로 손을 잡고 밀려오는 파도를 맞을 때의 쾌감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면서 거센 파도를 견뎌내는 느낌이 마음을 강인하게 만든다고 할까, 형용하기 어려운 미묘하게 든든하고 만족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물놀이가 끝난 뒤 우리는 숙소에 돌아와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후, 조개구이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쨍한 햇빛 아래에서 꽤 걸어 도착한 음식점에선 아주머니가 우리를 반갑게 마주하시며 특별히 조개를 전부 손질해 주셨다. 조개도, 서비스로 나온 수제비도, 나중에 시킨 볶음밥도 맛있었다. 배부르니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느긋하게 바다 근처를 산책하기로 했다. 도중에 들린 우리나라 유일의 해상누각, 영일정에선 바다 건너 포스코에서 야근이 만들어내는 푸른빛을 볼 수 있었다.

종일 떠들면서 걸었는데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해안선을 따라 걸으며 계속 즐겁다는 말을 반복했다. 친구가 즐거워서 다행이라고 했다. 기분이 좋았다. 그 다음에는 모두가 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던 불꽃놀이를 하고 친구가 쏜 아이스크림을 먹은 뒤 숙소 침실에 누워서 진탕 술을 마시며 공포 영화를 봤다.

눈을 감기 전까지 모든 순간이 즐거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같이 가준 친구들, 그리고 정말로 물회까지 사준 후배님,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테슬 18 이연진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