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문화]

지난 12일, 걸그룹 AOA가 경연 프로그램인 ‘퀸덤’에서 보여준 무대가 큰 화제가 됐다. 가수로서 컴백을 위한 경연을 벌이는 프로그램인 퀸덤에서 공개된 많은 무대 중 AOA의 ‘너나 해’가 유독 많은 관심은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들이 이번 무대에 열광한 이유는 다양하다. 그중 필자가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무대로부터 한국 아이돌(Idol) 문화의 문제점을 엿볼 수 있었다. ‘너나 해’ 이전의 AOA의 컨셉은 어땠을까? AOA는 과거 소위 말하는 ‘섹시 컨셉’으로 인기를 얻은 그룹이다. 한국 가요계에서 걸그룹은 크게 섹시 컨셉이 주를 이루는 그룹들, 청순 컨셉이 주를 이루는 그룹들 그리고 그 둘을 오가는 그룹들로 나뉜다. 섹시 컨셉이 주를 이루는 걸그룹의 성 상품화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AOA의 ‘짧은 치마’만 봐도 알 수 있다. 짧은 치마를 입고 무대에 누워 다리를 휘젓고, 엉덩이를 흔드는 것이 안무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 가요계에서 아이돌은 10대에 데뷔해 20대 초반이면 아이돌로서의 전성기는 다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어린 가수들이 성적인 어필을 하는 안무를 소화하고 있다. 심지어 어린 여성 가수들은 노출이 심하고 성적 대상화 된 의상을 입게 된다.

 그렇다면 ‘청순 컨셉’은 문제가 없을까? 청순 컨셉은 무대에 교복을 입고 오르는 경우가 많다. 어린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애교를 부린다. 가사의 내용은 사랑을 아직 모르는 순수한 여성이 남성을 만나 처음 사랑을 느끼는 등의 내용이 많다. 이러한 무대는 아이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여성 청소년에게 왜곡된 여성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이 AOA의 ‘너나 해’ 무대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첫째, AOA가 여성의 몸의 성적 대상화를 벗어났다. 과거 성 상품화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할 정도였던 AOA가 자신들이 직접 기획한 무대에서는 성 상품화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무대를 보여줬다. 성적인 어필을 했던 춤은 당당한 몸짓으로 바뀌었다. 애교를 부렸던 얼굴은 당당한 미소로 바뀌었다.

 둘째, AOA의 무대는 의상에 대해 우리 사회가 가진 성 고정관념을 깼다. 우리 사회는 ‘여성이 입는 옷’과 ‘남성이 입는 옷’을 규정하고 있다. 여성과 남성은 성염색체가 다르다는 점 외엔 인간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 그러나 여성은 은연중에 화장에 대한 사회적 압박을 받는다. 여성은 일상에서 화장하지 않으면 ‘왜 화장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화장을 한 채로 태어난 것이 아니므로 도리어 화장을 하지 않는 사람이 궁금해야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여성 정장이나 여성 댄서들의 무대의상은 노출이 과하거나 사이즈가 작아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 남성의 경우엔 어떨까? 남성이 화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화장을 왜 안 하냐는 질문을 받는 일은 극히 드물고, 남성의 정장이나 남성 댄서의 무대의상은 여성의 것보다 더 활동성 있고 성적 대상화에서 자유롭다.

 AOA의 ‘너나 해’ 무대는 멤버들의 용기가 없었다면 시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과거 사랑받았던 컨셉이 있었던 만큼, 경연에서 새로운 컨셉을 도전하기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AOA가 보여줬던 어떤 무대보다 멋졌고 무엇보다 그들 스스로가 편해 보였다. 마지막에 AOA의 멤버 설현이 보여준 편안한 미소와 무표정은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AOA는 여성들이 한국 가요계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 그리고 한국 사회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대신해 줬다. 마지막엔 유리를 깨는 음향을 추가함으로써, 여성이 조직 내의 일정 서열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게 하는 ‘유리천장’을 깨뜨리는 모습을 감각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래서 AOA의 ‘너나 해’ 무대는 최근에 필자가 본 무대 중 가장 멋진 무대였다. 여성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만큼, 다른 여성 아이돌들도 용기를 내서 ‘당당한’ 무대를 보여줬으면 한다.

경영 18 조민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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