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다 보면 서로 아무리 조심해도 얼굴 붉힐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수십여 년을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사고를 하며 살아왔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부딪치고 깨지며 우리는 서로 다른 가치관을 받아들이고, 이는 곧 내면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모든 충돌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대개 ‘내 생각이 곧 통념이자 기준’이라는 사소한 착각에서 시작된다. 착각 속에서 우리는 상대의 성격이나 가치관에 대한 이해 없이 자신의 기준에서 타인을 판단하게 된다. 판단과 평가를 거듭할수록 내 생각과 다른 타인의 말과 행동이 불편해진다.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한 불만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지고, 불만은 오해로 변질돼 관계를 조금씩 깨뜨린다. 풀지 못한 오해 속에서 툭툭 던져지는 말과 행동은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 관계를 쉽게 무너뜨린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오해는 곧 사람을 향한 분노로 바뀐다. 상대를 바라보는 분노어린 시선은 편견으로 가득하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견고해지는 편견 아래서 타인의 모든 말과 행동은 눈엣가시처럼 불편해진다. 분노로 눈앞이 흐려진 상태에서 더는 타인을 ‘사람’ 그 자체로 보지 못하고 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상대와 솔직하게 대화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기준만으로 잘잘못을 따지다 보면, 깨어진 관계엔 오직 상대의 잘못만 존재할 뿐이다. 

타인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기대치 또한 분노를 키우는 데 한몫한다. 우리는 종종 타인의 배려와 이해를 당연하게 여긴다. 상대가 기대에 어긋난 행동을 보였을 때, 혹은 내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 너무도 쉽게 실망하고 비난한다. 상황의 본질을 마주하려 하지 않고 상대를 탓하려고만 한다. 이런 맥락에서 상대의 본모습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상의 중심은 ‘내’가 아니다. 그 누구의 생각도 절대적인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당신의 기준이 결코 절대선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한 발짝 더 다가가려는 용기와 노력은 한 사람만의 몫이 아니다. 당신에게 그러하듯 타인에게도 당신의 가치관과 생각을 받아들이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존중과 이해는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한다. 이제는 자신만의 잣대로 타인을 평가하고 가르치려 드는 편협한 행동을 멈추고, 상대의 생
각을, 나아가 상대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그러니 눈앞에 드리운 분노를 걷어내고 본질을 바라보자. ‘세상에서 가장 이상해 보이는’ 당신 옆의 타인 또한 평범한 삶을 살아온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오해가 쌓이기 전 한 걸음 다가가 부드러운 말과 행동으로 상대를 끌어안자.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