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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파워프로젝트, 김지연입니다"
이유민 기자  |  smplym97@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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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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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각종 성차별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많은 여성 단체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여기, 교내에도 적극적으로 페미니즘 활동을 펼치는 학생자치 모임이 있다. 바로 ‘페미파워프로젝트(FEMI-POWER PROJECT, 이하 페미파워프로젝트)’다. 페미파워프로젝트 팀장 김지연(생명시스템 16) 학우가 페미파워프로젝트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페미파워프로젝트, 변화의 길을 열다
페미파워프로젝트는 지난 2017년 겨울, 동국대학교 성추행 사건을 공론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동국대 성추행 사건은 2017년 4월 21일(금), 동국대 재학생이 본교 과학관에 무단 침입해 학우를 강제 추행하고 폭행한 사건이다(지난 숙대신보 제1338호 ‘가해자 처벌을 위한 학우들의 발걸음’ 기사 참고). 김 학우는 “사건 당시 교내외에 피해자와 연대할 수 있는 공식적인 단체가 없었어요”라며 “여성혐오 사건에서 목소리를 내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들과 페미파워프로젝트를 만들게 됐어요”라고 결성 계기를 설명했다. 페미파워프로젝트는 ‘블루리본(Blue Ribbon) 운동’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블루리본 운동은 페미파워프로젝트가 동국대 성추행 사건 공판 당시 학우들의 연대를 독려하고자 주최했던 운동이다(지난 숙대신보 제1342호 ‘여성의 분노 전한 파란 물결’ 기사 참고).

모든 것이 처음이었기에 시작은 쉽지 않았다. 그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게 어려웠어요”라며 “학생자치 모임이다 보니 예산을 따로 지원받지 못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했어요”라고 활동 시작 당시의 고충을 털어놨다. 활동비와 관련된 활동 초기 일화도 있다. 그는 “동국대 성추행 사건 공판을 홍보하기 위해 대자보를 인쇄하려는데 활동비가 부족해서 계산을 못 할 뻔했죠”라면서도 “그때 옆에 있던 학우가 ‘좋은 일 한다’라며 대신 계산해 줬어요”라고 당시의 감동을 떠올렸다. 현재 페미파워프로젝트는 페미니즘 물품 제작 수익금을 통해 활동비를 충당하고 있다.

‘페미파워프로젝트’라는 이름엔 김 학우의 궁극적인 목표가 담겨 있다. 김 학우는 “본교의 표어처럼 세상을 부드러운 힘으로 바꾸는 것이 저를 비롯한 숙명인들의 ‘숙명’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저는 페미니스트니까 페미니즘을 통해 세상을 바꿔야겠다는 포부를 품고 ‘페미파워프로젝트’라는 이름을 짓게 됐어요”라고 단체명을 짓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고자 페미파워프로젝트는 여성 영화 단체 관람, 대자보 작성 및 게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을 위해 앞장서는 행보를 밟아가고 있다.


페미니스트 김지연의 의미 있는 행보
김 학우도 처음부터 페미니스트였던 것은 아니다. 그는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에서 처음으로 페미니즘을 접했다. 페미니즘에 대해 잘 모르던 시절, 그는 여성혐오 문구가 사용된 광고를 보고 광고주에게 사과문을 요구하고자 무작정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사과문을 받으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사과문을 받는 과정에서 필요한 *내용증명이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여성혐오 실태에 분노하고 행동하면서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규정하게 됐다.

김 학우는 페미니스트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격은 따로 없다고 말한다. 그는 “학문으로서의 페미니즘에 무지하더라도 페미니즘에 관한 신념을 가지고 이를 실천에 옮긴다면 누구든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다고 느꼈어요”라고 말했다. 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은 타인이 부여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물론 페미니즘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 페미니즘 운동에 뛰어드는 것은 자칫 여성혐오의 방관을 낳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해요”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7년 초, 그는 에브리타임에 성 소수자 집단 내 여성혐오에 관한 글을 게시했다. 트랜스젠더(Transgender)가 가하는 여성혐오에 관한 비판을 ‘트랜스젠더 혐오’로 여기는 분위기 때문에 트랜스젠더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이후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를 통해 트랜스젠더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에게 ‘사건에 관심을 가져 줘서 고맙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저는 단지 해당 사건을 사례로 인용했을 뿐인데 피해자는 이를 고마워한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어요”라며 “성 소수자 집단 내 성폭력 피해자가 받는 압박이 생각보다 심하다는 걸 깨닫고 래디컬 페미니스트(Radical Feminist)로 전향하게 됐죠”라고 말했다.

김 학우를 비롯해 페미파워프로젝트는 래디컬 페미니즘(Radical Feminism, 급진적 여성주의)을 지향하며 활동하고 있다. 래디컬 페미니즘이란 공적인 영역의 성차별뿐 아니라 가부장제 자체가 여성 억압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페미니즘이다. ‘자유’ ‘평등’ ‘정의’라는 세 가지의 자유주의적 가치에 근거해 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리버럴 페미니즘(Liberal Feminism, 자유주의 페미니즘)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차이를 가진다.

한편 그는 최근 개인 유튜브 채널(Youtube Channel) ‘GREEN womyn’을 개설했다. 그의 채널은 끊임없는 여성혐오 사건과 반복되는 페미니즘 논의에 지친 여성들에게 휴식의 공간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는 “그동안 페미니즘 활동에 많은 시간을 쏟다 보니 제 자신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어요”라며 “여행가기나 뜨개질 하기와 같은 내용의 영상을 통해 편안한 일상을 살아가는 페미니스트의 모습을 공유하고 싶었어요”라고 채널 개설의 의의를 설명했다. 지난 6일(금) 오후 3시 기준, 그의 영상 중 가장 많이 시청된 ‘페미니스트 숙명인이 숙명인에게’는 학우들의 페미니즘 활동과 관련해 그가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해당 영상에선 여자 대학 학생들의 페미니즘 활동이 여대의 입시 결과에 악영향을 준다는 의견에 관한 날카로운 지적과 동시에 그가 여대 학생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격려를 엿볼 수 있다.

변화의 바람은 숙명에서
김 학우와 페미파워프로젝트 회원들은 여성혐오를 없애기 위해 교내에서 바꿀 수 있는 일부터 실천하고 있다. 페미파워프로젝트는 최근 ‘학내성폭력대응 학생자치센터 이글루(IGLOO)’를 가출범하기도 했다. 김 학우는 “이글루가 학내 성폭력 피해자와 연대할 수 있는 기구가 되길 바라요”라고 말했다. 그는 “교내의 기존 기구들도 충분히 좋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공식 기구다 보니 피해자가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라며 “학우들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복잡한 서류 절차와 같은 공식 기구의 한계를 보완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교내 페미니즘의 분위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페미니즘에 관한 학우들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페미니즘에 대해 적대적이거나 무지한 학우 또한 여성혐오 사회가 낳은 피해자라고 생각해요”라며 “여성혐오 사회에서 여성은 주체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가스라이팅(Gaslighting)을 당하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김 학우는 여성혐오 사건과 관련해 본교가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 당황하고 두려워하는 학우들의 반응 또한 사회가 학우들에게 가한 가스라이팅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그는 “물론 페미니스트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낙인이 두려울 수 있고, 이로 인해 실질적인 피해가 생길 수도 있죠”라면서도 “우리는 연대하면 더 강해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외부의 평가보단 자신의 목소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요”라고 강조했다.

여성들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페미니스트들과 함께 직접 페미니즘 운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는 페미니즘을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처음 페미니즘에 접근할 땐 영상이나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되, 페미니즘에 관한 가치관은 시위나 행사에 참여하면서 차근차근 정립해가는 걸 추천해요”라고 말했다. 이어 김 학우는 “현장 참여는 실제 페미니즘 운동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의 페미니즘은 아직 갈 길이 멀다. TV에선 남성이 여성에게 무례한 성적 농담을 하는 예능 프로그램과 여성 인물을 수동적인 역할로만 표현하는 드라마가 방영된다. 페미니스트들의 여성혐오 사회를 향한 지적은 ‘여성이 같은 여성을 공격한다’는 비난에 의해 논점이 흐려진다. 또한, 소수자 인권 논의에서 여성 인권은 여전히 배제되거나 뒤처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미파워프로젝트는 여성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목표를 향해 꿋꿋이 나아가겠다고 말한다. 김 학우는 “우리는 곁에 서로가 있잖아요”라며 페미니스트가 되기를 망설이는 학우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 학우의 말처럼 페미니즘은 혼자가 아닌 함께 걷는 길이다. 비록 그 길이 고된 오르막길이 될지라도 서로를 믿고 한 걸음만 내디뎌 보자. 김 학우가 선두에 서서 여성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에 얼마든지 확성기가 돼 줄 것이다.


*내용증명: 우체국장이 발송인의 등본에 의해 어떤 내용의 것을 언제, 누가, 누구에게 발송했는지 공적으로 증명하는 제도. 민사소송 시 법원에 증거로 제출될 수 있음.
**가스라이팅: 타인에게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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