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정보단말기(KIOSK, 이하 키오스크)는 인건비를 절감하고 서비스나 상품을 빠르고 효율적이게 제공하겠다는 경영 마인드에 아주 적합한 존재로 등장했다. 고객 입장에서도 결제가 빠르고 주문이 간편하니 얼핏 보기에는 일거양득인 셈으로 보였다. 

그러나 기계가 인간을 완전하게 대체할 수 없듯, 키오스크가 모든 이의 주문을 완벽하게 도와줄 수는 없다. 글자는 작고 그림은 얼핏 보기에 비슷해 보인다. 키오스크가 가장 활성화돼 있는 패스트푸드 매장에선 포장이라는 단어는 ‘테이크 아웃(Take-Out)’으로 대체돼 있으며 메뉴에 대한 간단한 설명조차 들을 수 없다. 매장 특성상 손님이 많다는 이유로 아예 모든 주문을 키오스크로 대체한 매장이 다수며 이러한 점포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는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매장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용방법을 모르고 물어보는 것이 폐가 될까 두려워 발길을 끊는 소비자들 또한 우리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키오스크라는 기계에 의해 소비자의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을 권리가 제한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인을 비롯한 시각 장애인 등의 정보약자들은 자연스레 경제활동에 있어 구제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우리는 단순히 이 현상을 정보와 기술에 적응하지 못하는 구세대들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할 수 없다. 키오스크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소비자를 쓸어모으겠다는 경영인의 생각은 더더욱 아니다. 구매력이 있는 소비자가 소비활동에서 제외되는 것, 그리고 이러한 불편함을 외면하는 기업들에 대한 날카로운 일침이 필요하다. 

이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도블록이 미관상 보기 안 좋다는 이유로 없어지고, 휠체어 경사로 대신 계단을 설치하는 현상과 다를 바가 없다. 철저한 비장애인의 시선에서 건물들이 세워지고 세상이 변화하며 이에 도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여기는 것이 우리나라의 암울한 현실이다. 인건비를 줄이고 주문을 빠르게 받을 수 있는 키오스크의 등장이 과연 모든 이에게 공평한지 더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의 도입과 함께 시선을 넓혀야 한다. 예를 들어 직접 주문을 받는 직원이 상주한다거나 음성 인식 시스템 등을 갖춘 키오스크를 사용한다거나 하는 발걸음부터 시작돼야 한다. 즉 기술이 윤리적, 도덕적으로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듯 적용 역시 모든 이들에게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명시스템 17 심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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