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회를 찾아 농어촌으로 떠나려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귀농한 인구는 총 145만 5,150명이다. 이 중 만 40세 미만 귀농 인구는 약 51%(73만 3,188명)를 차지한다. 귀농한 청년들은 왜 농업을 시작했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6차 산업으로 새 농업 이끌어요”
농업은 농사의 상위 개념이다. 많은 사람들이 농업과 농사를 구분하지 못하지만, 농업은 생산 준비 단계부터 생산, 생산 후 처리 단계까지의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일종의 산업이다. 넓게는 농업 관련 연구직과 농사에 필요한 상품을 만드는 생산직, 유통 및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것까지도 농업에 해당한다.

6차 산업의 구조를 알면 농업의 의미를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다. 6차 산업은 1차 산업의 농림수산업과 2차 산업의 제조 및 가공업, 3차 산업의 서비스업이 포함된 산업이다. 즉 농가에서 자체 생산된 원물을 이용해 상품을 가공, 유통하고 이를 체험 행사 등의 서비스업으로 확대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오늘날 청년들은 6차 산업의 주역으로서 농업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충청남도 아산시에서 딸기 체험 농장 ‘내 생애 첫 딸기’를 운영 중인 양철훈 대표 또한 6차 산업 종사자다. 양 대표는 9월에 모종을 심고, 12월부턴 방문객들이 딸기를 직접 수확하고 딸기 피자나 와플을 만드는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농장을 개방하고 있다. 양 대표는 “평소 사람 만나기를 좋아해 많은 손님을 만날 수 있는 체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농업은 확장 가능성이 큰 산업인 만큼 다양한 분야에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농가들로부터 상품을 받아 유통하는 청년도 있다. 이석모 청년연구소 대표는 주변 농가들로부터 구매한 사과를 인터넷으로 판매하고 있다. 청년연구소를 통해 사과 농가는 상품을 손쉽게 판매하고, 청년연구소는 유통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금을 특수 작물인 마카 개발에 투자함으로써 상부상조를 이룬다. 이 대표는 “인터넷 판매는 마케팅 방법보다도 고객 만족도 유지가 더 중요하다”며 “기성세대는 웹 사이트 관리와 재구매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청년으로서 도울 수 있는 일을 찾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청년 창업농의 길
청년 농업은 크게 창업농과 후계농으로 나뉜다. 창업농이란 창업 형태로 새롭게 시작하는 농업을 말하며, 후계농은 자녀가 농업에 종사 중인 부모로부터 가업 형태로 물려받는 농업을 말한다. 후계농과 비교했을 때 창업농은 경제적, 기술적, 인적 기반이 없다는 점에서 비교적 어려움이 크다. 양 대표와 이 대표는 모두 농과 대학 출신으로, 대학 시절 농업을 전공하며 배운 지식을 활용하거나 동문과의 소통을 통해 농업에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에 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하거나 청년 농업인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청년이 혼자 농업을 시작하기엔 아직 현실의 벽이 높다.

청년 농업인들은 무엇보다 자본 마련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다. 양 대표는 “농업을 시작했을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초기 자본 마련이었다”고 말했다. 중앙 정부 지원 사업의 지원금도 충분치 않다. 현 정부에서 집중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청년 창업농 영농정착지원사업은 1,200명에게 3년간 영농정착지원금을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사업이다. 영농정착지원금의 일부는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지만, 농지 구매, 농기계 구매 등 자산 취득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다. 농사에 꼭 필요한 트랙터는 평균 6천만 원을 호가한다. 비닐하우스도 평균 400만 원가량으로 농업을 시작하는 청년이 감당하기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농지를 마련하는 일도 청년들에겐 쉽지 않다. 유지황 팜프라(Farmfra) 대표는 “마을에 연고가 없으면 토지를 빌리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팜프라는 귀농을 희망하는 청년들의 기반 마련을 돕는 청년 농업 단체로, 경상남도 남해군 두모마을에서 청년 마을인 ‘팜프라촌’을 만들고 있다. 창업초기 유 대표는 남해에 정착하기 전까지 토지 문제로 총 네 번 마을을 옮겨야 했다. 유 대표는 “토지 소유자가 타인에게 토지를 빌려주면 농업협동조합(이하 농협)에 가입할 수 없다”며 “출자금 배당이나 농자재 할인 등 농협 조합원으로서 받는 혜택을 포기하면서까지 청년들에게 토지를 빌려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정부뿐만 아니라 지방 자치 단체(이하 지자체)에서도 청년 농업인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 주관이 아닌 해당 시군의 예산만으로 지원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행정 공무원이 더욱 유동적으로 청년들을 지원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정부 주관 정책은 장기 대출 사업으로 진행되는 반면 지자체는 일정 비용 지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청년 농업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지자체 정책은 극히 드물다. 양 대표는 “대부분의 청년 농업 정책이 청년 정책이나 농업인 정책 안에 포함된 식이다”며 “우리는 ‘청년 농업인’만을 위한 정책을 원한다”고 말했다. 기존 정책들은 농업을 시작하는 청년들보단 기존 농업인들이 지원받기 쉬운 구조라는 것이다. 이에 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현재는 정부가 정책의 방향을 잡는 단계다”며 “지자체의 청년 농업인 지원 사업도 지역별 행정 재량에 따라 차츰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성장하는 청년 농업인, 농업 사회를 지키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청년 농업인의 수가 증가하는 이유는 농업만이 가진 장점 덕분이다. 먼저 농업은 업무 시간의 높은 자율성을 보장한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에 맞춰 일하는 직장인들과 달리 농업 종사자는 스스로 근무 시간을 정해 일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아무리 바쁜 시기라도 쉬고 싶을 땐 일정을 조절할 수 있다”며 “비수기엔 더욱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고 말했다.

사회 전반을 이루는 필수 산업에 종사한다는 자부심도 크다. 양 대표는 “오래전부터 당연하게 함께 해왔기 때문에 농업의 중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농업은 우리 사회의 가장 기초가 되는 산업이다”고 강조했다. 농업은 국민의 식량 문제와 직결되는 산업인 만큼 국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만약 국내에 농업인이 부족할 경우 국가는 외국으로부터 식량을 수입해야 하는데, 식량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면 국가의 경제 안정성이 낮아져 국가에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또한, 현재 세계 최하 수준인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선 농업의 발전이 매우 시급하다.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산하 농산물시장정보시스템(AMIS)의 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평균 23%였다.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면 청년 농업인은 없어선 안 되는 존재다. 마 박사는 이를 빗대 “농업인은 국민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는 식량 안보 지킴이다”고 표현했다.

청년들은 높은 교육 수준과 도전 정신으로 기성세대와 경쟁하며 농업인으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이 대표는 네이버 스토어에서 사과를 판매하며 ‘무착색제, 무비대제, 무제초체’를 원칙으로 하는 ‘3무’ 재배법을 내세워 소비자를 확보했다. 이후 이 대표는 상품을 받은 고객에게 직접 문자를 보내고, 고객의 불만 사항을 즉각 해결하는 방법으로  네이버 스토어 기준 고객 만족도를 98%까지 끌어올렸다. 구매평 관리나 고객과의 소통을 소홀히 하던 기존 농가들과 차별화된 운영 방식은 연 매출액 17억 달성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현대사회의 농업은 육체적인 힘보다도 많은 연구와 전문 지식을 요구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보다 육체 노동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미 농업은 첨단 기술 적용이 보편화된 상태다. 농업용 드론이 토양 조사와 파종 작업 등을 수행하고 스마트폰으로 온실과 축사의 온도 및 습도를 조절하는 농촌의 모습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양 대표는 “이제는 농업도 공부해야 성공할 수 있는 시대다”며 “‘할 일 없으면 농촌에 내려가 농사나 지으면 된다’는 편견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청년이라면 앞으로 농업에 도전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중장년층의 비율이 높은 농촌에선 청년 창업농만의 열린 사고방식과 다양한 농업에 도전하는 추진력이 지역 사회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 따라서 농촌의 청년들은 단지 청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경쟁력을 가진다. 이력서에 채워 넣을 경력을 쌓는 데 지쳤다면 유능한 청년들을 기다리고 있는 농촌으로 눈을 돌려 보는 건 어떨까.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도시에선 치열한 경쟁에 밀려 미처 펼쳐 보지 못했던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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