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해 수출규제를 선언한 이후 한국에서는 일본 제품의 불매운동 여론이 뜨겁게 확산했다. 이에 각종 포털사이트엔 ‘노(NO)’라는 영문 밑에 ‘보이콧 재팬(Boycott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넣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상징하는 표어가 게재됐다. 또한 불매운동 대상에 포함된 일본 제품 목록과 이에 국내 대체상품 정보가 지속해서 갱신되는 웹사이트도 만들어졌다. 오프라인에서는 일본 대사관이나 유니클로와 같은 기업 매장 앞에서 피켓 시위가 행해졌고 일본으로의 수학여행이나 개인 여행의 취소가 이어졌다. 불매운동과 관련한 인증사진이나 오래전에 예약해 두었던 일본 여행상품을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취소했다는 수많은 경험담이 SNS를 통해 공유되고 지지받았다. 7월 초부터 불붙기 시작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효과는 8월부터 가시화되고 있고, 당분간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노노 재팬(NoNo Japan, 이하 노노 재팬)’의 발현이 흥미로운 것은 이것이 정치적 의도에 의해 기획되거나 주도된 것이 아닌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시작된 전국적 운동이라는 점이다. 이는 지난 8월 초 서울 중구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명동과 남산에 ‘노 재팬(No Japan)’ 깃발을 설치했다가 시민단체와 누리꾼들의 반대에 부딪혀 하루 만에 철거한 사건을 통해 반증되기도 한다. 이때 청와대 청원게시판과 중구청 게시판에 누리꾼들이 올린 글들을 종합해 보면 시민들은 불매운동이 일본 국민이 아닌 아베 정권을 향하고 있다는 점과 정치적 정당이나 여론이 아닌 자발적 시민의식에 의해 움직이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 중구청 사건을 통해 시민들은 정부 단체와 선을 분명히 그으며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거부한다는 뜻을 뚜렷이 밝힌 셈이다. 시민들은 또한 정부 관계자와 시민들이 각자 할 일과 역할이 따로 있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도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합리적이고 건전한 시민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누리꾼들은 불매운동을 응원하고 독려하지만,이 또한 개인이 결정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에 공감한다. 노노 재팬과 함께, 주위의 시선을 우려해 겉으로 알리진 않지만 꾸준히 일본을 소비하는 ‘샤이 재팬(Shy Japan, 이하 샤이 재팬)’이 등장하면서 불매운동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더욱 중요해진다. 개인적인 상황과 이유로 동참하지 못한다고 비난하기보다는 자발적인 동참을 이끌어내고 격려하는 민주적 방식이어야만 이번 불매운동이 한국 특유의 집단주의 문화로 격하되지 않을수 있다. 일본이 추석연휴 해외여행 숙소 예약률 2위에 올랐다는 최근의 보도로 샤이 재팬이 화두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샤이 재팬이 개인의 개별적 상황에 따른 결정임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동참이 확산될 수 있도록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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