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 기획
박물관, 체험의 장으로 거듭나다
김보은·김지선 기자  |  smpkbe96@s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5.27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지난 18일(토)은 세계 박물관의 날이었다. 이를 맞이해 지난 17일(금)부터 19일(일)까지 서울특별시 용산구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19 박물관·미술관 주간 Museum Week’가 개최됐다. 주요 행사는 ▶그리기 잔치 ▶국제 심포지엄 ▶박물관교육박람회 ▶한국박물관국제학술대회였다. 오늘날 박물관과 미술관은 어떤 모습이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본지 기자는 이를 살펴보고자 박물관교육박람회와 한국박물관국제학술대회에 방문했다.


달라지는 박물관, 모여드는 사람들
국립중앙박물관과 이촌역 2번 출구를 연결하는 긴 지하 통로인 ‘박물관 나들길’에 도착했을 때 본지 기자는 박물관의웅장함에 위축되기 시작했다. 박물관 나들길에서 벗어나니 멀지 않은 거리에서국립중앙박물관의 본관이 보였다. 본관을향해 다가갈수록 예상치 못한 시끌벅적한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룰렛 돌리고 상품 받아 가세요!”, “레고 조립하러 오세요!”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선 교육박람회가 열리고 있었다.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한 이 박람회에선 36개의 기관이 참여해 41개의 부스를 운영했다.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소리가 처음 느꼈던 긴장을잊게 했다. 목포자연사박물관에선 공룡알조립하기 체험을, 떡박물관에선 꽃떡 만드는 체험을 진행하는 등 기관의 특색이담긴 부스가 가득했다. 부스를 홍보하는사람들과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사람들,갑옷을 입고 뛰어노는 아이들까지 기존의 조용하고 엄숙한 박물관과는 다른 모습이 조금은 생소했다.

관람객들은 역사적, 전통적 체험을 하며 새로운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지난 19일(일) 허혜인(역사문화 18) 학우는 교육박람회에 방문해 독립신문을 직접 제작했다. 허 학우는 “대한제국 시대의 사진과 이야기로 직접 신문을 만들어보니 마음이 벅찼다”고 말했다. 천연염색을 체험한 윤지우(여·7) 씨는 “물감이나 크레파스로 색칠하는 것보다 재밌었다”며 “부모님과 특별한 경험을 하게 돼기쁘다”고 말했다. 함께 온 보호자 윤성호(남·38) 씨는 “평소 아이가 박물관을따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쉬웠다”며“가족끼리 좋은 추억도 만들고 아이에게박물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줄 수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 내부에선 한국박물관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는일반 시민부터 박물관 학예연구사를 준비하는 학생까지 다양했다. 학술대회는‘참여형 박물관’과 ‘디지털 기술 융합’을 주제로 진행됐다. 홍혜주 한미사진미술관 연구원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지식전수 공간을 넘어 능동적인 참여 공간이 돼야 한다”며 “전시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람객이 진귀한 소장품 자체보다 체험을 중시하게 되면서박물관의 교육적 역할 또한 강조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디지털 시대에 박물관의 방향과 과제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다. 최명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민속 콘텐츠를활용한 어린이 대상 증강현실 활용 교육을, 임선영 한국문화예술교육원진흥원 팀장은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를 기반으로한 융복합디지털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했다.프로그램 전반을 총괄한 옥재원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박물관과 미술관은 사회 발전을 위해 운영되는 곳이다”며 “단순한 전시와 관람을 넘어 대중에게 다양한 문화적, 교육적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옥 학예연구사는 “방문객들이 이번 행사를 통해 전시 공간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즐거움을 누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람객과 가까워진 박물관
전시관에선 관람객의 능동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위치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선 ‘박물관! 춤추고 노래하다’라는 문화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이문화공연에선 매달 두 번 기억해야 할역사기념일을 주제로 뮤지컬이나 연주회등이 열린다. 지난 3월엔 3·1운동을 주제로 클래식 공연과 국악 공연이 진행됐다.6월엔 ‘6월 항쟁’을 기념해 콘서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특수한 유물을 소장한 박물관에서 시민들은 유물 제작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충청북도 청주시에 위치한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선 활자 제작 기술의 보존과전승을 위해 주조과정 시연 교육과 책만들기 체험을 제공한다. 박예림 전수교육관 팀장은 “장인과 함께 활자를 만들며 인쇄문화를 이해하고 확산하기 위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전시 유물이나 작품과 연계된 교육 프로그램도 열리고 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이 ‘불온한 데이터(Data)’ 전시와 연동해 마련한 ‘버그버그(BugBug)’ 교육이 대표적이다. 버그버그는 화면 속에서 무작위로 떨어지는 단어 조각들을 피해야 하는 체험이다. 이때 각 단어 조각이 데이터를 상징하기 때문에 이 교육 체험은 다량의 데이터가 무분별하게 주어지는 현실을 경험하게 한다. 정은주 국립현대미술관 교육문화과 에듀케이터는 “본 교육을 통해 전시 내용을 다양한 방법으로 해석하고 체험할 수 있었으면 했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전시와 함께 관련강연을 진행한다. 창령사 터에서 출토한나한 석조상 90여점을 전시하는 ‘창령사터 오백나한,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에서는 나한신앙에 대한 강연과 창령사터와 오백나한에 대한 강의를 함께 제공해 관람객의 몰입을 돕는다.

한편 이러한 문화행사나 교육 프로그램이 오히려 전시의 본질을 흐린다는 비판도 있다. 문화 행사나 교육을 전시실에서 진행하다 보면 조용히 전시를 보고 싶은 관람객에게는 방해가 될 수 있다. 또참여 프로그램에만 집중한 나머지 전시는 등한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국립중앙박물관에서 청년 멘토로 활동하며 학생단체에 전시 안내를 하는 허혜인학우는 “학생들이 문화행사에 집중하느라전시 설명은 귀담아듣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전시품에 대한 흥미를 돋우는 데엔 효과적이지만 오히려 본질인 전시가묻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전시, 기술과 만나다
관람객들이 디지털 기술을 통한 경험을선호하게 되면서 많은 전시관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여러 박물관의 개관을 담당해 온국민체육진흥공단 홍인국 박사는 “기존엔 박물관에서 소유한 국보급 유물의 개수에 따라 박물관에 대한 관람객의 선호도가 달라지곤 했다”면서도 “오늘날 관람객은 박물관을 평가할 때 전시효과나매체의 활용도도 고려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술은 주로 유물 전시를 돕는보조 수단으로 활용된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그래픽 기술 구현으로 전시 효과를 높이고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진행되는 ‘대한독립 그날이 오면’ 특별전엔 3·1운동 판결문 조형물이 전시돼있고 뒤편엔 판결문 내용을 상세히 보여주는 스크린이 설치돼 있다. 유물 보존을위한 어두운 조명 때문에 자세히 판결문을 읽어보지 못했던 관람객들은 스크린화면을 보면서 더욱 실감 나게 관람을즐길 수 있다. 강소원(여·31) 씨는 “박물관에 방문할 때마다 진열장 유리에 가로막혀 유물을 자세히 볼 수 없어 아쉬웠다”며 “고화질 화면을 통해 글자뿐만 아니라 종이의 재질과 구김도 확인할 수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술이 박물관과 관람객 간의 촉매가 된 셈이다.

박물관에선 가상현실 기술을 도입해공간의 한계도 극복했다. 지난해 12월 국립중앙박물관 소속 박물관 14곳에선 가상현실 박물관 협동프로젝트가 진행됐다. 국립공주박물관은 협동프로젝트가 진행된 박물관 중 하나다. 국립공주박물관엔상설전시와 특별전시 등 4개의 가상현실 전시관이 운영되고 있다. 김동완 국립공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가상현실 기술로 거리의 제한을 넘어 역사와 문화에접근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술을 전면적으로 도입해 새로운 형식의 전시를 선보인 곳도 있다.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은 한국 최초 디지털 박물관으로 실제 유물 단 한 점없이 디지털 콘텐츠만을 전시한다. 이곳에서 관람객은 4D 영상으로 제작한 ‘고창전투’와 미투리’를 관람할 수 있다. 또한 3D로 재구성된 유물을 허공에서직접 움직여보며 살필 수도 있다. 최혜란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학예연구사는“유형의 유물이 없는 대신 디지털 콘텐츠들로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체험을 통한 감동을 선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 박물관이 갖춰야 할 모습에 대한 연구는 다각적으로 이뤄지고있으나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홍 박사는 “현재 국내 박물관이 디지털 매체를 도입하고 활용하는 비율은 30%에 불과하다”며 “이는 기술의 속도와 예산 문제 탓이다”고 말했다. 기술이 발전하는속도는 그것을 구현하는 속도보다 빠르다. 현시점에서 가장 최신 기술을 도입해도 그것을 구현하는 동안 또 다른 최첨단 기술이 탄생한다. 최신 기술 도입에도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는데 신규기술로 갱신하는 빈도까지 높아지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한편, 디지털 기술의 전시관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홍 박사는“디지털 기술은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선 안 된다”면서도 “기술의 발전을 외면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면 전시관은 대중에게서 멀어질 것이다”고 말했다.어떤 기술을 쓸 것인가 보다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 박사는 “전시의 핵심은 유물 그자체며 디지털 기술은 유물 관리나 정보제공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대가 시작되고 개인의 취미생활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가시설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에 응하기 위해선 박물관과 미술관이 관람객의 변화에 맞춰야한다. 그러나박물관이나 미술관이 가진 유물이나 작품의 고유한 가치와 적용하고자 하는 이유에 대해 진지한 고찰이 필요할 것이다.

   
 
김보은·김지선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숙명의 기술을 세상에 전하다
2
동아리인의 밤, 2년 만에 ‘별동별’ 밝히다
3
독자 배려하는 친절한 기사를
4
니트컴퍼니, 무직에 색을 입히다
5
한국영화계에 도래한 봄, <윤희에게>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발행인 : 강정애 | 편집인 겸 주간 : 육성희 | 편집장 : 한예진 | 발행처 : 숙명여자대학교|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정애
우)140-742 서울특별시 용산구 청파로 47길 100 숙명여자대학교 숙대신보사
행정실 ☎ 710-9150 (Fax) 706-2695 / 편집실 ☎ 710-9721 / 9152
Copyright © 2019 숙대신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mnews@sookmy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