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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모 산업, 선택이라는 이름의 덫
임세은·이유민 기자  |  smplse96@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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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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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화) 개최된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의 후원기업 ‘블루드(Blued)’가 대리모 알선 업체 ‘블루드 베이비(Blued Baby)’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지난 4일(토) 입장문을 통해 블루드와의 계약 해지를 알린 뒤에도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여성혐오를 규탄하는 목소리는 이어졌다. 블루드 베이비를 비롯한 대리모 알선 업체에선 ‘사랑스러운 아기로 가정의 행복을’ 이라는 문구를 내세운다. 과연 대리모를 고용해 아이를 출산하는 것을 개인의 재생산권 보장이라고 볼 수 있을까.


대리모 산업이 낳은 여성 착취
재생산은 출산의 다른 말로, 재생산권은 임신 및 출산의 권리부터 임신 중단의 권리까지 ‘번식’에 관한 모든 권리를 포함한다. 대리모를 통한 출산에 찬성하는 이들은 대리모를 지원하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대리모를 의뢰하는 이들의 행복추구권을 근거로 내세운다. 의사능력의 주체인 대리모와 의뢰인이 자유롭게 계약을 체결할 권리가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리모는 일반적으로 출생한 자를 타인에게 인도한다는 합의에 따라 법적 남편 이외의 자의 정자를 이용해 출산한 여성을 일컫는다. 대리모는 난자 제공 여부에 따라 완전 대리모와 부분 대리모로 구분된다. 완전 대리모란 난자를 제공하지 않는 대리모를 말한다. 완전 대리모는 고용인의 수정란을 포궁에 착상시켜 고용인의 유전적 형질을 완전히 물려받은 아이를 출산한다. 부분 대리모는 난자를 제공하는 대리모를 말한다. 부분 대리모는 자신과 대리모를 고용한 남성의 수정란을 포궁에 착상시켜 출산하는 대리모를 말한다.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선 대리모 혹은 아기를 원하는 여성의 난자를 추출해야 한다. 난자 추출 대상에 따라 대리모를 이용한 출산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난자 제공이 불가능한 경우 사용하는 방식으로, 대리모의 난자와 남성의 정자를 체외수정시켜 대리모의 포궁에 착상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식은 체외수정을 통해 아이를 원하는 여성의 난자와 남성의 정자를 수정시킨 수정란을 대리모의 포궁에 착상하는 것이다.

난자는 정자와 달리 추출 과정이 까다롭다. 성인 여성의 난자는 21일에서 38일에 한 번 배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번에 많은 난자를 추출하기 위해선 약물로 과배란을 유도해야 한다. 과배란을 유도하는 약물을 사용할 경우 난소과자극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문지경 다이아산부인과 원장은 “난소과자극증후군에 걸리게 되면 심한 경우 복강 내에 복수가 찰 수 있다”며 “약물로 인해 혈액 속의 수분이 빠져나오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과배란 유도 약물을 사용하면 복수가 차거나 복부팽만, 구토, 설사, 난소팽창, 호흡곤란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난자 추출 이후엔 추출된 난자와 정자를 수정시킨 수정란을 대리모의 포궁에 착상해야 한다. 수정란이 성공적으로 착상되면, 대리모는 약 10개월의 임신 기간에 입덧과 빈혈을 비롯해 치질, 변비, 유방통, 탈모, 튼 살과 우울감 등 여러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겪는다. 문 원장은 “임신 중에 릴렉신(Relaxin), 에스트로젠(Estrogen), 옥시토신(Oxytocin) 등 호르몬의 분비량과 혈액량의 증가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출산 후에도 여성은 골반 근육 약화, 산후우울증 등의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겪는다.


대리모 시장, 상품이 된 여성들
현행법상 대리모 문제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으로 규제된다. 생명윤리법 제23조 제3항에선 금전적 이익을 조건으로 배아나 난자, 혹은 정자를 이용하거나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생명윤리법 제66조 제1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대리모를 통한 출산 및 알선을 직접 규제하는 법률은 없다.

법적 규제의 부재로 인해 인터넷에선 대리모 알선 업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대리모 및 대리부 불법 사이트는 지난 2013년 62건에서 1년 새 90건으로 증가했다.
본지 기자는 대리모를 구하는 여성으로 위장해 한 대리모 알선 업체에 접근했다. 대리모 선정 방식을 묻자 해당 업체는 “대리모 지원 여성이 건강검진 등의 심사를 통과하면 지원 여성의 소개 자료를 만들어 의뢰인에게 제공한다”며 “의뢰인은 소개 자료를 토대로 대리모 여성을 결정한다”고 답했다. 대리모 지원 여성의 조건을 묻자 업체는 “대리모 지원 여성은 본인의 자녀를 출산한 경험이 있는 여성이다”고 답했다.

여성은 몇 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대리모 산업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본지 기자는 대리모에 지원하는 여성으로도 가장해 알선자에게 접근을 시도했다. 대리모 지원을 받냐고 묻자 알선자는 곧바로 나이, 키, 몸무게, 임신 및 출산 경험 여부, 거주지, 원하는 금액, 결혼 여부를 되물었다. 대리모 알선 업체의 답변을 참고해 기혼이며 임신 및 출산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자 알선자는 “남편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보수는 최소 5천만원이다”고 말했다.

대리모를 이용한 출산에 투입되는 비용은 대리모 지원 여성이 받는 최소 금액을 훨씬 뛰어넘는다. 한국, 미국, 인도, 태국에서 출산을 진행하는 대리모 알선 업체에 의하면 한국, 인도, 태국에서 출산을 진행하는 경우 난자 채취 1회, 수정란 착상 3회 시도에 약 7천만원이 소요된다. 미국에서 출산을 진행하는 경우엔 약 2억원이 필요하다. 추가 비용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수정란을 해외로 운송해야 하거나 성별 선택 및 염색체 검사를 시행하는 경우, 양수 검사를 하는 경우, 아이가 쌍둥이일 경우가 그 예다. 미국에서 출산하지 않으며 위 경우에 모두 해당한다면 약 2600만원이 추가로 발생한다.

착상 성공률이 100%인 것도 아니다. 대리모 알선 업체에 의하면 난소와 정소에 이상이 없더라도 최대 이식 성공률은 70%를 웃돈다. 착상을 다시 시도할 경우 1회에 약 3천만원이 추가 청구된다. 중개업자는 한 번의 대리모 출산 시도에 최소 2천만원의 수익이 생기는 것이다. 대리모 알선 업체는 주로 21세에서 35세 사이의 여성을 대상으로 대리모 지원을 받는다. 이는 소위 ‘상품 가치’를 고려한 기업의 결정이다. 착상 성공률은 여성의 가임 능력에 비례하며, 여성의 가임 능력은 20대 중반에 가장 높으며 35세 이후에는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여성혐오와 자본주의의 산물, 대리모
지난 13일(월),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여성의 몸을 착취하는 대리모 산업에 반대하는 추가 입장문을 발표했다. 지난 20일(월), 본교 여성주의 소모임 ‘페미파워프로젝트(FEMI-POWER PROJECT)’ 와 본교 래디컬(Radical)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동아리 ‘라브리스(LABRYS)’를 비롯해 여러 대학의 동아리 및 여성주의 소모임은 이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게시했다. 페미파워프로젝트는 “서울퀴어문화축제 측은 자발적 대리모와 비자발적 대리모를 구분함으로써 대리모 산업의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가해를 범한다”며 “이는 대리모 산업에서 발생하는 여성 착취를 숨기려는 전략이다”고 말했다.

2010년 「사회복지연구」에 실린 「대리모 여성의 심리 및 사회적 고통 체험 연구」에 의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국내의 2·30대 여성은 빈곤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대리모를 선택하기도 한다. 페미파워프로젝트는 “대리모는 빈곤한 여성에게 주어지는 최후의 생계유지 수단이다”며 “이를 여성의 주체적 선택으로 바라보는 행위는 여성혐오 사회가 여성을 착취하는 방식을 외면하는 것이다”고 대리모 산업을 규탄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성이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 대리모를 지원하는 현상은 제3세계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제1세계의 부유한 사람은 제3세계 여성의 재생산력을 돈으로 구매해 손쉽게 아기를 얻는다. 여성주의 작가 실비아 페데리치는 자신의 저서 「혁명의 영점」에서 제3세계 여성을 대리모로 고용하는 것을 ‘신국제노동분업’이라 일컫는다. 실비아 페데리치는 ‘신국제노동분업은 여성착취를 강화하고 강제노동을 부활시키려는 정치 프로젝트의 수단일 뿐이다’며 ‘신국제노동분업은 여성의 이미지를 성적 착취 대상 혹은 양육자로 한정한다’고 설명했다.

대리모 산업에서 개발도상국 여성은 출산을 위한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여성은 대리모로 고용된 순간부터 인격체라기보단 아이를 낳아줄 도구로 취급받는 동시에 임신 및 출산의 책임과 고통을 오롯이 혼자서 떠맡게 된다. 논란이 된 블루드 베이비는 미국, 캐나다, 러시아에 지사를 둔 다국적 기업으로 부유한 남성 동성 커플의 의뢰를 받아 인도, 네팔 등 경제적으로 취약한 나라의 여성을 대리모로 고용한다. 블루드 베이비는 성병에 걸린 남성의 정자로 수정란을 만들기 위 해 대리모 여성에게 약물 복용을 권장하는 한편 대리모를 고용한 남성들에게는 출산 장면 참관 및 탯줄 자르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라브리스는 “여성은 대리모를 이용하는 권력 집단에 의해 피지배 집단으로서 착취당하고 있다”며 “이번 논란을 통해 성 소수자 사이의 여성 배제가 가시화됐고 레즈비언과 게이 간의 권력 차이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대리모를 이용한 출산은 오래 전부터 성행했다. 조선 시대엔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으나 아들이 없었던 양반집에선 ‘씨받이’ 여성을 고용해 아들을 낳게 하기도 했다. 이전부터 이어진 여성의 도구화를 막기 위해선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바라보는 남성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 여성을 인격체로 바라봐야 한다.
 

*포궁: 태아가 착상해 성장하는 여성의 신체 기관으로, 세포(胞)의 집(宮)을 뜻한다. 아들(子)의 집(宮)을 뜻하는 자궁(子宮)의 여성혐오를 지적하며 등장한 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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