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손님은 왕이다’라는 좌우명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자신의 가게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연인, 친구, 가족 단위의 고객을 보며 흐뭇해하기도 했다. 가끔 아이를 동반한 고객이 아이를 위한 식기를 추가로 요청하거나 이유식을 데워달라고 하면 기꺼이 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A씨는 몇몇 아동 동반 고객의 도를 넘는 행동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이가 뛰어다니고 소리를 질러도 제지하지 않고, 가게의 장식품을 아이 손에 쥐여주며 더럽혀도 내버려 두거나, 테이블 위에서 기저귀를 갈고 제대로 정리를 하지 않는 행동 등이 반복되자 다른 고객들과 직원들의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몇 번 반복되자 결국 A씨는 오랜 고민 끝에 ‘노키즈존(NoKids Zone)’이라는 문구가 쓰인 팻말을 가게 입구에 붙여두고 장사를 시작했다.
⁕이 기사에서 아동은 사전적 의미의 아동으로 만 18세 미만의 사람을 의미한다.


아동을 구분짓는 영역, 노키즈존
노키즈존이란 ⁕아동의 출입을 제한하는 공간이다. 노키즈존은 2011년 식당 내 놀이방을 향해 뛰어가던 열 살 어린이가 뜨거운 물을 운반하던 종업원과 부딪혀 화상을 입은 사건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2013년 부산지방법원은 식당 주인과 종업원에게 치료비와 위자료 등 4천 1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종업원에게는 주의를 기울여 미리 사고를 방지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였다. 단, 부모도 단속을 게을리했다는 과실을 인정해 식당 주인과 직원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어린아이들의 사건 사고에 업주들이 책임을 나눠야 하는 일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이하 SNS)에서 화제로 떠올랐다. 이후 많은 업주들은 아예 아동 고객을 받지 않기 시작했고 노키즈존이 점차 늘어났다.

급속도로 노키즈존이 늘어나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부족한 정보에 불편을 드러냈다. 아이와 동반하는 소비자가 정보의 부족으로 헛걸음을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키즈존 지도가 만들어졌다. SNS에서 ‘YesNo Kids’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익명을 요구한 누리꾼은 2017년부터 전국의 노키즈존의 정보를 모아 지도 위에 정리하고 있다. 지금까지 6만회 이상 조회 됐고 현재 노키즈존 407개, 키즈존 50개가 지도에 표기됐다. 지도를 제작한 익명의 누리꾼은 “아동 동반 가능 가게를 찾느라 소모되는 시간을 줄이고 싶어 만들었다”며 “지도를 제작하면서 예상보다 노키즈존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아이와 아이 동반 고객으로 인해 아이 미동반 고객과 직원 모두 불편함을 느끼자 노키즈존으로 전환하는 매장도 생기고 있다.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 양재동에 위치한 음식점 ‘치코(CHICO)’의 전수빈 대표는 노키즈존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가 2012년 가게를 개업할 때부터 매장을 노키즈존으로 지정했던 것은 아니었다. 전 대표는 “아동용 비품만 준비하면 되기에 아동 고객을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면서도 “아이들의 무례한 행동을 제지하지 않는 보호자가 직접적인 원인이 돼 노키즈존으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아이의 보호자가 인테리어용 작은 소악기, 인형, 피규어 등의 소품들을 식탁으로 가져가 아이 장난감으로 쥐여주거나, 다른 고객의 대화가 아이에게 비교육적이라며 화를 내는 경우가 있었다. 종업원들이 보지 않을 때 미성년자 자녀에게 칵테일을 마시도록 해 곤란한 상황을 겪은 전 대표는 “아무리 부모가 동반해도 미성년자에게 술을 제공해 그 사실이 적발될 시 가게는 엄청난 피해를 본다”며 “해당 사건 이후로 어린이 포함 미성년자 이용 불가로 가게 방침을 바꿨다”고 말했다.


일부를 위한 편의, 일부를 향한 차별
노키즈존을 방문한 고객들은 노키즈존이기에 가능한 인테리어와 조용한 분위기에 만족을 느낀다. 노키즈존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 종로구 카페 레이어드(Layered) 내부에는 스콘, 빵, 케이크 등이 포장 없이 진열돼 있다. 매장 인테리어를 위해 진열된 장식품은 깨지기 쉬운 유리 공예나 도자기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매장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좋아 이 카페를 찾은 이지연(여‧22) 씨는 “어린이가 입장할 수 있는 카페였다면 이러한 인테리어 구성이 불가능했을 것이다”며 노키즈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수빈(법 18) 학우는 노키즈존 카페를 방문한 후 “우연히 방문했는데 차분한 분위기라 좋았다”며 “조용해서 친구들 이야기가 잘 들려 대화도 원활했다”고 말했다.

한편 성인들을 위한 것이 아닌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노키즈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우도 있었다. 이설민(작곡 16) 학우는 “아이들을 통제하기는 정말 어렵다”며 “아이들의 안전이나 편의를 위한 시설을 구비할 여유가 없다면 오히려 노키즈존인 편이 낫다”고 말했다. 성인에게 맞춰진 식탁이나 의자의 높이, 가구의 모서리, 음식의 온도 등이 아동에겐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본교 이소연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아동에게 위험요소가 다분한 가게에선 종업원이나 업주가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들은 주의가 부족해 위험할 수 있다”면서도 “아이들의 성격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업주가 획일적으로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차별이다”고 말했다.

2017년 11월 24일(금)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노키즈존은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이라며 업주들에게 시정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이 교수는 “특정한 대상이기 때문에 올 수 없다는 것 자체가 편견이고 차별이다”며 노키즈존이라는 용어엔 권리침해가 내포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아이 동반 고객으로 인한 불편을 일반화해 모든 아동의 접근을 막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라는 것이다. 사회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아동의 특성이 아동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 학우는 “아이가 아닌 성인들의 무례로 공공장소에서 불편을 느꼈던 적도 많다”며 “아이들만 출입을 금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아이 동반 고객을 배제하는 것이 사회적 차별을 확대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본교 홍성수 법학부 교수는 “노키즈존을 영업장의 문제로만 이해하면 안 된다”며 “노키즈존의 허용으로 인해 다른 분야에서도 차별이 허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 교수는 “아동 고객을 받음으로써 업주들이 겪어야 하는 고충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면서도 “특정 집단을 원천적으로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늘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 출입 금지는 아동과 아동의 보호자, 특히나 어머니인 여성에 대한 편견과 구분이 반영된 것이다. 노키즈존 논란엔 ‘맘충’이라는 단어가 늘 따라붙곤 한다. 맘충이란 어머니를 뜻하는 맘(Mom)과 벌레를 뜻하는 충(蟲)이 합해진 신조어로, 흔히 아이의 육아를 담당하는 어머니의 혐오 표현으로 쓰인다.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뛰어다니고 소란스러워도 그것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하는 어머니들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홍 교수는 “이미 우리 사회가 아이 어머니와 아이에 대한 시선이 너그럽지 못하다”며 “이러한 문제가 계속된다면 우리 사회가 공동체로서의 모습이 상실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함께 하기 위한 모두의 노력
아동 동반 가족 단위의 고객과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원하는 성인 고객들 모두 식당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식당이 있다.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아초원’의 본관은 유아 전용 식당으로 어린이를 위한 의자와 식기구가 준비돼 있다. 별관은 어른 전용 노키즈존이다. 본관과 별관이 마주 보고 있어 어떤 단위의 고객이든지 식당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아초원을 찾은 심성철(남‧42) 씨는 “요즘 아이를 데리고 식당에 들어가면 눈치가 보인다”며 “이곳은 문 앞에 ‘유아 전용’이라 안내돼 있어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아동에게 위험이 될 만한 장소만 노키즈존으로 제한한 곳도 있다.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의 ‘라라브레드(LaLa Bread)’는 발코니가 있는 루프탑(Roof Top)만 아동 입장을 제한한다. 1층과 2층에선 아동 제한 없이 누구나 식사를 할 수 있다. 이 두 사례에 홍 교수는 “외국에서도 패밀리존(Family Zone), 키즈존(Kids Zone) 형태를 만들어 가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한다”며 “여러 사회구성원의 공존을 꾀하려는 긍정적인 사례다”고 말했다.

골이 깊어진 노키즈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모도 자신의 권리와 책임을 숙지해야 한다. 이 교수는 “부모가 아이의 특성과 발달 단계를 고려해 장소를 선정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활발한 아이들에게는 2시간 동안 자리에 앉아 먹어야 하는 스테이크보다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먹는 김밥이 더 맛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부모는 사전에 아이에게 가려는 공간에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설명을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두가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의식을 변화시킬 필요도 있다. 흡연자가 아니라 가게 내부에서의 흡연 행위를 금지하는 것처럼 특정 사람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 아동의 가게 출입 금지가 아닌 소란스러운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전에 부모에게 가게 운영에 피해가 가는 행동을 하면 나가 달라는 요청을 할 수 있다고 미리 고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공지영 작가의 「봉순이언니」엔 ‘삶에서 사소한 일이 없는 이유는 매 순간의 사소한 선택은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총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노키즈존을 단지 개인의 사소한 취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사소함 속에 숨겨진 우리 삶의 총체에 녹아든 편견과 차별을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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