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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향해 던진 의문, 기사가 되다
송인아 기자  |  smpsia96@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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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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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1일(금), 동물권단체 ‘케어(Care)’로부터 박소연 전 대표의 지휘 아래 수년간 대규모 안락사가 이뤄져 왔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이후 경찰은 박 전 대표를 동물보호법 위반‧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케어 보도의 중심엔 진실탐사그룹 ‘셜록프레스(Sherlock Press, 이하 셜록)’ 김보경(여·25) 기자가 있었다. 본지 기자단은 지난 2월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김 기자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학생, 현장을 취재하다
김 기자는 국내 언론에 화려하게 등장한 인재다. 그는 처음으로 케어 사건을 보도했고, 이후 3개월간 18차례에 걸친 후속 보도를 했다. 케어는 과거에 ‘2011년부터 안락사를 시행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어 김 기자의 보도는 사회에 큰 파장을 남겼다. 보도 당시 그는 학부 졸업을 한 달 앞둔 상태였다. 그는 “처음으로 언론의 영향력을 실감했죠”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 오기 전까지 기자를 꿈꾸지 않았지만, 그가 대학에서 맺은 인연이 기자라는 꿈을 갖게 했다. 특히 전공 교수였던 손석춘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와 김 기자의 인연은 특별하다. 김 기자는 손 교수의 강의에 대해 “학생에게 질문을 던지며 언론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가르쳐 주셨어요”라며 “언론인의 책무를 토론으로 배우니 더욱 오래 기억에 남아 기자 업무에도 큰 자산이 됐죠”고 말했다. 
손 교수가 낸 과제를 하며 그는 사회를 보는 통찰력을 키웠다. 당시 건국대에선 무인 주차 기계가 설치되며 주차 업무를 담당하던 노동자가 해고됐다. 그는 “‘목소리 없는 사람의 목소리 담기’란 과제로 해고된 노동자가 투쟁하는 모습을 취재했어요”라며 “처음으로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의 존재와 사회 이면의 부조리를 알게 됐죠”라고 전했다. 
김 기자의 기사에선 일상 속 관찰이 돋보인다. 그는 키즈카페(Kids Cafe) 아르바이트 경험을 계기로 장애 아동의 보육권 문제를 다룬 기사를 썼다. 또한, 화물노동자인 아버지를 보며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고용 구조 문제를 보여주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그가 화물노동자에 관해 쓴 기사는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담아 ‘오마이뉴스(OhmyNews)’에서 청년기자상을 받았다. 이에 김 기자는 “선배의 조언으로 하루동안 아버지의 차에 타 취재를 하고 기사를 작성했어요”라며 “아버지께서 화물 차량을 호출하는 ‘24시 콜’이라는 앱을 너무 많이 봐서 휴대폰 바탕화면에 앱 화면의 잔상이 남았는데, 이를 기사에 담았죠”라고 전했다. 
그가 대학생활 동안 찍은 발자취는 운명인 듯 한 방향을 가리켰다. 김 기자는 “3학년 때 대학생활을 돌아보니 저도 모르게 신문이나 미디어에 관련된 책만 읽고 있었어요”라며 “그때부터 기자를 꿈꿨고, 기자인 학교 선배의 조언으로 교내 언론 스터디 ‘울림’에 가입했죠”라고 전했다. 
김 기자는 지난해 5월 울림 구성원과 함께 대학 내 성범죄에 대한 스토리 펀딩(Story Funding)을 기획하기도 했다. 김 기자는 “서울특별시에 있는 대학들에 연락해 사연을 모았지만, 성범죄 피해자와 가해자의 말이 너무 달라 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웠죠”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증언 차이를 일본 영화 <라쇼몽(羅生門)>에 비유했다. 라쇼몽은 한 사람의 죽음을 두고 여러 사람의 진술이 서로 엇갈리는 상황 속 혼란을 담은 영화다. 김 기자는 “명확한 근거와 구체적인 사실이 있어야 기사를 쓸 수 있기 때문에 판결문이 있는 사례를 중심으로 기사를 썼죠”라고 말했다.
울림은 셜록과 김 기자를 이어준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그는 “울림 구성원의 추천으로 ‘탐사 저널리즘 클래스’에 지원했어요”라며 “셜록의 박상규 기자님과 이명선 기자님이 수업을 맡으셨는데 그렇게 셜록과의 인연이 시작됐죠”라고 설명했다. 저널리즘 클래스가 끝나고 1년 후, 김 기자는 박 기자의 제안으로 셜록에 합류했다.
 

   
▲ 동물권단체 ‘케어(Care)’ 박소연 전 대표의 모습으로, 김보경(여·25) 기자가 케어의 대규모 안락사 사태를 알리는 기사에 사용한 영상 보도 화면이다.

 
   
▲ 동물권단체 ‘케어(Care)’가 비밀리에 운영하는 홍성 보호소의 모습이다. ‘셜록프레스(Sherlock Press)’ 취재진이 현장 관리자의 눈을 피해 촬영했다.

케어, 보도되지 않은 이야기
케어의 안락사 실태를 고발한 기사는 제보 하나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셜록은 한국미래기술 양진호 회장의 디지털 성범죄 영상 유통 및 직원 상습 폭행 사실을 보도하고 국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김 기자는 “동물권행동 ‘카라(Kara)’에서 동물 구조 없이 기부금을 모은다는 제보였어요”라며 “같은 제보가 또다시 왔을 땐 뭔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카라 취재는 생각지도 못한 케어 취재로 이어졌다. 카라를 취재하며 그는 박 전 대표와 통화를 했다. 그는 “카라를 취재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사항을 여쭤보니 박 전 대표가 카라의 문제에 관한 얘기를 들려줬죠”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카라와의 인터뷰를 하루 앞둔 날 우연히 동물권단체 관계자를 만났다. 그는 “그분이 케어가 동물권단체로부터 안락사를 한다고 의심받고 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라며 “상황이 완전히 뒤집힌 거죠”라고 설명했다. 이후 카라와의 인터뷰 결과 제보 내용과 박 전 대표와의 통화 내용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김 기자는 “알고 보니 제보자가 케어의 측근이었어요”라며 “그렇게 케어에 대한 취재를 시작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케어 취재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그는 “케어의 보호소는 모두 지방에 있어요”라며 “추운 날씨에 보호소 현장 취재를 해야 했으니 쉽지 않았죠”라고 전했다. 케어의 내부고발자를 설득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들여야 했다. 그는 “SBS, 한겨레, 뉴스타파가 이미 내부고발자 취재원과 함께 케어를 취재하고 있었어요”라며 “취재원을 설득하는 데만 2주에서 3주가 걸렸죠”라고 말했다. 
‘구조의 여왕인가, 개 도살자인가’라는 기사의 제목을 정할 때도 고민은 계속됐다. 김 기자는 “동물권단체에서 제일 싫어하는 표현이 ‘개 도살자’인데 이를 제목에 사용할지를 두고 내부에서 여러 논의가 있었어요”라며 “기사 제목은 저희가 사회에 제시하는 프레임(Frame)이기 때문에 기사마다 이런 고민을 해야 하니 쉽지 않았어요”라고 덧붙였다.
케어 보도가 한국 사회에 파문을 일으킨 뒤에도 김 기자는 담담한 태도였다. 그는 “그동안 천사 같은 이미지로 알려진 한 동물 보호 단체의 이면이 밝혀지면서 동물 보호 단체 사이에서 큰 논란이 됐죠”라면서도 “기사 하나만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엔 여전히 변함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오히려 그런 사회가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라고 덧붙였다.
케어 보도 이후 동물권단체 전반에 대한 후원이 줄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에 김 기자는 “문제의 원인은 케어인데, 이런 일을 애초에 만들지 말았어야 했죠”라며 “언론엔 보도의 자유가 있고, 기사로 모든 사람을 만족하게 할 순 없어요”라고 말했다. 
 

현장을 쫓는 탐정들
김 기자의 활동은 최근 국내 언론 환경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인터넷의 발달로 디지털 보도가 중요해졌고, 소규모 언론이 여럿 등장한 것이다. 김 기자가 속한 셜록은 탐사보도 전문 인터넷 언론사다. 셜록의 소속 기자는 김 기자를 포함해 3명이다. 셜록 입사 1년 차인 김 기자는 “셜록의 콘텐츠엔 특별한 힘이 있어요”라며 “단신으로 끝날 기사여도 셜록에선 이야기를 넣고, 영상이나 사진으로 힘을 실어 보도하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셜록의 보도는 두 형사 사건의 재심 및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으며 동물권 문제 외에도 인천국제공항 터미널에 사는 난민의 이야기를 다뤄 화제가 됐다. 
셜록엔 사무실이 없어서 소속 기자의 업무 환경은 프리랜서 기자와 유사하다. 김 기자는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24시간 근무를 해요”라며 “밤 11시에도 업무 통화를 하는 게 일상이죠”라고 말했다. 셜록 기자에겐 취재의 자유가 우선으로 보장되는 만큼 자율성이 중요하다. 그는 “정기 회의가 있지만, 그보다 개별 취재에 전념하는 편이에요”라며 “일상과 업무의 구분이 없고, 사무실이 없다 보니 스스로 업무 환경을 통제하는 일이 힘들죠”라고 설명했다. 
불규칙한 업무 환경에서도 취재원과의 연락은 규칙적으로 이뤄진다. 김 기자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취재원도 마음을 돌린다는 말을 셜록 내부에서 자주 해요”라며 “취재원과 여러 차례 만나 식사를 하기도 하는데, 케어 취재 때도 식사 중에 우연히 나온 얘기가 기사화되곤 했어요”라고 말했다. 
광고가 주 수입원인 기성 언론과 달리 셜록은 구독료로 운영된다. 김 기자는 “제보자나 구독자가 기대하는 바가 커서 가끔은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요”라며 “케어 보도 이후 상당수의 후원자가 후원을 중단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보도를 안 할 수는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기자의 덕목으로 상식과 책임감을 꼽는다. 그는 “요즘 사회에선 상식의 기준이 계속해서 흐트러져요”라며 “취재 과정에서 제가 생각하는 상식을 기준으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많죠”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취재하는 근성과 책임감도 중요해요”라고 덧붙였다. 
언론인을 꿈꾸는 학우에게 김 기자는 현장 취재를 추천했다. 그는 “제가 만약 특수고용노동자나 대학 내 성범죄 피해자를 직접 만나 취재하지 않았더라면 케어 사건도 취재하지 못했을 거예요”라며 “무모하긴 해도 현장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게 있으니 직접 현장을 뛰어보세요”라고 강조했다.


“현장에 있는 기자가 가장 빛나는 이유는 그곳이 진실과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김 기자의 셜록 기자소개에 적힌 말이다. 기자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묻는 말에 그는 “언젠가 셜록의 선배 기자처럼 기사를 통해 재심을 이끌어내고 싶어요”라며 “끈기와 능력이 된다면 평생의 목표로도 한 번 해볼 만하지 않을까요?”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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