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늘날 유전공학, 생명과학기술공학,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명명되는 4차 산업혁명의 회오리바람이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다. 정부는 ‘전 국민과 함께 하는 대한민국 과학축제’라는 이름으로 과학을 일상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신기술은 인간의 신체적, 물리적 삶의 변화를 추동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명과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사고의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교육의 장에서도 더 이상 의심의 여지도 없이 교육과정에 4차 산업혁명을 담아내기 위해 분투 중이다. 특히 대학에서는 그간의 교육과정에 변화바람을 일으키며, 융합적 사고, 비판적 사고, 문제해결능력, 창의력, 의사소통능력을 기반으로 한 융합교육을 중심으로 교육내용 및 교육과정의 판을 새롭게 짜고 있다. 최근 각 대학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이끌 인재양성을 목표로 한 융합적 교육과정을 내세우며 앞서가는 대학임을 표방하고 있다. 한 예로 학문 간의 경계를 허물고 심리, 뇌인지, 수학, 인공지능 등의 교과과정으로 구성되는 뇌인지과학 융합전공을 개설하는 등 다양한 융합교육으로 현재와 미래에 도래할 사회의 불확실성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 대학도 기술인문융합, 기후환경융합, 기후환경에너지학, 빅데이터 융합학 등 학ㆍ석사/연계과정에 융합교육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거나 새롭게 시도하고 있다. 이렇듯 각 대학에서 다투어 개설되는 융합교육의 관건은 교과과정을 어떻게 개편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융합적으로 가르치는가에 있을 것이다. 인문사회, 예술, 이/공학 교수들이 융합이라는 이름 아래 각자의 학문을 가르치는 모자이크식 강의가 돼서는 안 된다. 교수들 간에 지속적으로 질문하고 대화하면서 학문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어야만 비로소 융합교육이 가능할 것이다. 융합교육은 이름그대로 융합적 사고를 기반으로 새로운 교과과정, 교수법의 탄생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융합교육은 교수간의 경계를 넘어서 학문간의 공동운명체임을 자각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오늘날 과학기술은 힌두교 신화에 나오는 크리슈나의 수레와 같다. 무서운 힘을 가진 크리슈나 수레처럼, 과학기술의 발전은 자칫 우리의 통제력을 벗어나 스스로의 힘과 속력으로 폭주해 언제 어떻게 파괴의 위험으로 치닫게 될지 알 수 없다. 신기루처럼 다가온 4차 산업시대에 더 나은 인간의 삶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크리슈나 수레의 조종법을 배우려는 시도를 해야 하며 또 포기할 수도 없다.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학문의 공동운명체 속에서 과학기술의 조정키를 쥘 수 있을 것이고, 이는 대학에서 시작해야 하고 대학만이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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