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여행지로 떠나지 않고 가까운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이 늘고 있다. 호캉스란 호텔과 바캉스의 합성어로, 휴가를 호텔에서 즐기는 현상을 뜻한다. 호캉스 열풍에 발맞춰 호텔은 많은 사람을 이끌기 위해 점차 대중화되고 있다.
호텔에선 총지배인의 역할이 중대하다. 호텔총지배인은 기업의 최고 경영자(CEO)로 호텔 직원들의 업무를 감독하고 총괄한다. 호텔업계의 유리천장을 깨부수고 호텔총지배인 자리에 오른 자가 있다. 바로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서울 강남의 김경림(여‧45) 총지배인이다.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서울 강남도 총지배인의 노력으로 지금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본지 기자단은 지난 1월 28일(월) 김 총지배인을 직접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소신으로 오른 총지배인의 자리
김 총지배인은 2000년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 식음료부를 시작으로 지난 19년간 앰배서더 호텔에서 줄곧 근무해왔다. 그는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강남 판촉팀장,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강남 판촉팀장 등을 역임한 일명 ‘세일즈 베테랑’이다. 김 총지배인은 지난 2014년 아코르호텔그룹의 총지배인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2015년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특별시 독산의 부총지배인을 거쳐 2017년 12월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서울 강남의 총지배인으로 선임됐다. 그가 총지배인이 된 후 처음 맡게 된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서울 강남은 2003년도에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비즈니스 스타일 호텔로 그와 깊은 인연이 있다. 김 총지배인은 “2003년도에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서울 강남의 첫 일원으로 함께했는데 지금은 그 호텔의 총지배인으로 다시 오게 됐네요”라며 그 당시를 회상했다.


김 총지배인은 대학 시절 호텔경영학을 전공하며 호텔업계 종사자의 꿈을 꿨다. 그는 “1994년도 말에 시청에 있는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세일즈 마케팅 현장 실습을 했어요”라며 “실제 세일즈 지배인의 역할을 보여준 선배들을 보며 ‘이 일이 내가 진짜 가야하는 길이구나’라는 확신을 가졌죠”라고 말했다. 이후 김 총지배인은 호주로 유학을 다녀온 뒤에 노보텔에 입사했다.


김 총지배인은 언제나 자신의 소신을 잃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는 “본인의 소신을 지키는 게 중요해요”라며 “호텔에 신입사원으로 들어왔을 때 ‘호텔에 들어온 이상 총지배인을 꼭 해보고 싶다’라는 저만의 소신이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잘하고 있는 건가 의심이 들 때도 제 소신이 저를 잡아줬죠”라고 덧붙였다.


가족들은 그가 직장생활을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을 줬다. 김 총지배인의 어머니와 남편은 김 총지배인이 결혼 전과 다름없이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왔다. 김 총지배인은 “요즘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 줄어든 편이지만 여전히 출산과 결혼에 있어 여성이 본인의 경력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가족의 도움이 필요했어요”라며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 어머니와 남편이 고맙죠”라고 이야기했다.

유리천장을 넘어선 호텔의 여성들
최근 호텔업계에서 여성 인사를 총지배인으로 선임하며 호텔업계의 유리천장이 조금씩 깨지고 있다. 2011년 호텔업계 최초로 특급호텔 여성 총지배인 자리에 오른 송연순 총지배인 겸 대표이사를 시작으로 호텔업계에 여성 임원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어 롯데호텔도 2017년 8월 두 번째 여성 총지배인을 선임했고 올해 1월 코오롱 호텔은 첫 여성 총지배인을 선임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앰배서더 호텔 그룹 내에서만 5명의 여성 총지배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김 총지배인은 “능력 위주의 승진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승진에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라며 “과거에 비해 호텔업계 종사자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어서 지금은 큰 호텔에도 여성 임원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김 총지배인은 호텔업계에서 여성의 강점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남성 호텔업계 종사자들은 전반적으로 정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 직장생활 내에서도 줄타기하며 낭비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많아요”라며 “반면에 여성 호텔업계 종사자들은 본인이 맡은 책임에 대해 싫은 소리 듣길 싫어하고 맡은 일을 묵묵히 잘 해내는 거에 보람을 느끼거든요”라고 말했다.


호텔업계 종사자는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 정신과 더불어 그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김 총지배인은 “아무래도 전반적으로 여성 호텔업계 종사자가 고객의 마음을 읽어내고 배려하는 능력이 남성보다 더 좋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또한 김 총지배인은 호텔업계 종사자가 갖춰야 할 제일 중요한 조건으로 새로운 경험을 즐길 줄 아는 것을 꼽았다. 그는 “매일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600~700명의 손님이 호텔을 방문하기 때문에 하루 동안 예상치 못한 많은 일이 생기죠”라며 “기본적으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좋아해야 하고 ‘좋은 오지랖’이 있어야 해요”라고 답했다. 좋은 오지랖은 고객의 불편함을 눈치채고 고객에게 먼저 다가가는 태도를 의미한다. 그는 “호텔에선 많은 희로애락을 겪는데 그런 일들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자세와 적극적으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빠른 판단력이 필요하죠”라며 호텔업계 종사자가 갖춰야 할 조건들을 설명했다.

호텔 속 인연을 넓히다
김 총지배인은 호텔의 모든 직원이 생일을 맞을 때마다 그 직원과 함께 일대일 식사를 진행한다. 총지배인으로 부임한 지난해부터 어느덧 직원들의 두 번째 생일자 식사까지 진행 중이다. 그는 “직원들이 최대한 발전할 수 있도록 미래계획을 같이 세워요”라며 “일대일로 진행하다 보니 온전히 저랑만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생일자 식사는 총지배인이 직원들의 현재 상황과 그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행사가 된다. 생일자 식사가 돌아오는 다음 해에는 각각의 미래계획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를 확인하고 그들의 요구를 업무에 반영하기도 한다.


김 총지배인이 지금까지 일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호텔에 방문한 고객들과의 일화다. 김 총지배인의 호텔을 15년 넘게 이용하거나 오랜 기간 투숙한 손님들은 언제나 호텔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들 중 호텔 직원에게 선물을 돌린 손님도 있었다. 그는 “한 사업가분이 겨울에 장갑을 직원에게 선물해주신 적이 있었어요”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나 호텔 안에선 항상 좋은 손님만 있는 건 아니다. 김 총지배인은 “저희 직원들에게 욕하고 폭력을 행사하시는 분들도 계시기도 했죠”라며 “그럴 때마다 저희가 나서서 대처하는 수밖에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김 총지배인은 회사 업무상 어쩔 수 없이 다른 호텔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손님을 다시 본인의 호텔로 되찾아오기도 했다. 김 총지배인은 “중요한 고객에게 밤늦게까지 진심을 담은 이메일을 써서 다시 호텔 고객으로 맞이한 적이 있었어요”라며 “이럴 때 일하며 보람을 느끼곤 하죠”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일본의 헨나호텔에선 로봇이 호텔업계 종사자의 일을 대신한다. 하지만 이내 로봇의 잦은 고장과 고객 불만 토로에 못 이겨 4년 만에 로봇 직원 절반을 해고했다. 이들은 호텔업계 종사자의 체크인 체크아웃 시스템을 대신할 수 있었지만 호텔업계 종사자의 역할을 완벽하게 재현해낼 수 없었다. 로봇 호텔 사례에 대해 김 총지배인은 “일본의 헨나호텔 사례만 보더라도 따뜻한 마음과 서비스를 가진 호텔업계 종사자는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하리라 생각해요”라며 밝은 미래를 희망했다.

김 총지배인에게 ‘호텔’은 어떤 곳일까? 김 총지배인은 호텔을 도심 속의 명당에 비유했다. 도심 속에 살면서 명당을 찾기란 쉽지 않지만 호텔엔 항상 좋은 인테리어, 식당과 음식, 사람들, 최고의 서비스가 존재한다. 그는 “호텔이라는 장소가 좋은 기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장소 아니겠어요?”라며 “호텔은 입장료를 받지 않으니 여러분들도 가끔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할 때 가까운 호텔에 방문해 화장실도 한번 이용해보시고 커피도 마셔보세요”라고 웃음을 지었다. 그의 목표는 앞으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능한 총지배인이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는 은퇴하기 전 통일이 되면 호텔산업 경험을 북한에 전수해서 남북한이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라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그의 꿈이 있는 호텔에 방문해 좋은 기운을 얻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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