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교 ‘여성학 협동과정’은 지난 2007년 폐지됐다. 본 사진은 폐지 당시 두 명의 학우가 학생회관 앞 게시판에 붙은 ‘여성학 협동과정 폐지반대서명’ 대자보를 읽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본교는 지난 2001년 개설됐던 학부 내 여성학 연계전공 역시 2005년 ‘학생 수 부족’의 이유로 폐지된 바 있다 (본지 1133호 여성면 참고). 이에 본지는 2019년 현재 교선핵심 5영역 여성학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본교 김영옥 기초교양대학 교수에게 당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영옥 기초교양대학 교수

여자대학은 여성의 고등교육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강한 의지를 갖고 창립됐다. 가부장제 젠더(Gender) 체제가 여성에게 가하는 불평등과 차별, 배제에 맞서 여자대학은 여성을 능력 있고 책임감 있는 공동체의 주체로, 사회지도자로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진리를 탐구하는 대학 역시 가부장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제도일 뿐 아니라, 지식생산 자체가 젠더화돼있음을 고려할 때 여자대학의 존재는 여러 면에서 의미심장하다. 특히 지금처럼 세계 곳곳에서 젠더폭력을 향한 여성들의 분노와 저항이 강렬하고 도도한 정치적 의식화의 물결을 형성할 때, 여자대학의 역할과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충분치 않다.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계기가 여자대학에 주어진 것이다.

지금 여성들은 뜨거운 각성의 순간들을 통과하며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가능성과 한계를 가리키는지 더 깊고, 더 철저하게, 더 진지하게 묻고 있다. 온전한 자기 결정권과 선택의 자유를 누리려면 여성인 나와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도모하고 실천해야 하는가? 차이를 존중하며 모두 함께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은데, 누구와 어떤 형태로 연대하고 행동할 것인가? 이 질문들에 가장 포괄적이고 논리적이며, 통찰력 있는 답변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페미니즘(Feminism)’이다. 페미니즘은 젠더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인식론이자 그에 따른 실천이다. 이 페미니즘 인식론으로 기존의 지식생산 체계와 가치규범, 제도, 관습을 거슬러 읽고 비판적으로 해체·재구성하는 데 전력투구하는 학문이 여성학이다. 여성학이 정교하게 벼린 페미니즘 인식론은 여성학을 넘어 기존의 모든 학문분과를 젠더 관점에서 새롭게 질문하도록 돕는다. 여성에게 공명정대하고 자유로우며 질 좋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여자대학에 여성학 연계전공이 필요한 이유다. 전공과목이 무엇이든 여성학은 뛰어난 파트너가 돼줄 것이다. 더 나아가 여성학은 여자대학이 추구하는 제대로 된 ‘여성교육’의 이념과 미션(Mission), 핵심목표와 전략구축에도 좋은 길잡이가 돼줄 것이다.

당대 삶의 환경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창의성, 낯선 타자와의 소통능력, 관계성, 사람을 중심에 두고 맥락을 파악하는 통찰력, 공감하며 돌보는 능력, 이질적인 것들을 연결하는 감각 등이 키워드다. 구태를 벗고 변신할 것을 시대는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구태 중에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이 젠더차별이니, 이 새로운 시대에 여성은 변화의 주역이 될 수밖에 없다! 여성학 연계전공에서 훈련한 젠더의식과 감수성은 여성들이 팔 걷어붙이고 추진하는 빛나는 개혁에 근간이 돼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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