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났다? 바로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어느 조그만 초등학교 부지의 SF사무실에서 태어난 용이 곧 세계로 진출할 귀하신 몸이 되기 때문이다. <디워>의 흥행성적표는 매우 만족스럽다. 개봉 첫 주 295만여명을 동원으로 최다관객 기록을 세운데 이어, 개봉 26일만에 800만명을 돌파했다. 이제는 조만간 역대 한국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보유한 <괴물>을 넘어 승천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그런데 <디워>를 둘러싸고 전쟁이 벌어졌다. 영화평론가들이 부실한 플롯과 주연들의 역할부재, 아리랑마케팅의 천박성을 지적하며 전체적으로 형편없는 영화라는 점수를 주자, 이에 발끈한 누리꾼들이 평론가들의 비평을 반박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디워>는 SF영화와 CG기술 영역에서만큼은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에서 10년에 걸쳐 이룩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CG기술의 종주국 미국을 상대로 대대적인 상영권을 따낸 것은 바로 국위선양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째서 힘들게 피어난 새싹을 짓밟으려는 것이냐는 말이다.


평론가와 누리꾼 사이의 의견 불일치는 곧 감정싸움, 정확히 말하자면 평론가에 대한 누리꾼들의 인신공격에 가까운 공격으로 치달았다. 거기에 일부 영화 평론가들은 무지한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아리랑마케팅에 놀아나고 있다면서 맞불을 놓고 있다.


정녕 이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맺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평론가든, 관객이든지 각자 서있는 위치는 분명하다. 그리고 그 위치에 대한 영역은 상대방에게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나와 다른 의견도 넓은 포용력으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더군다나 현상의 양상이 어찌됐건 본질적으로 이 전쟁은 애초에 <디워>, 그리고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이제 이성을 찾고, 감정에 휘둘린 Datgle-war(댓글전쟁)는 그만두자. 그리고 <디워>를 비롯한 한국영화를 순수하게 작품으로만 바라보던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자. 다음에는 완성도 높은 <디워2>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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