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

유치환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삶 속에서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이 느껴질 때만큼이나 마음이 답답해질 때가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근본적인 인간본연의 문제 앞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바다 앞 언덕에서 바닷 바람을 맞으며 끊임없이 소리치는 깃발의 무언의 아우성은 우리의 이러한 심정을 잘 대변해 주고 있습니다. 각자의 마음속에 푸른 해원을 품고 있지만 그것이 영원한 노스텔지어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은 누구를 막론하고 인간본질의 숙명일 것 입니다. 그러나 이런 애달픈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맑고 곧은 이념을 끊임없이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외칠 수 있는 것 역시 인간이 할 수 있는 또 다른 숙명일 것 입니다. 이상을 향해 늘 도전하는 숙명인이 됩시다.

한송이(인문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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