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특유의 질감과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으로도 만족을 느끼던 시절이 있었다. 시대가 변하고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기 시작했다. 종이책의 곁을 떠나는 이들을 붙잡기 위해 서점과 대학 내 도서관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독자를 끌어당기는 도서 마케팅
종이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에 의하면 지난 1년간 만 19세 이상 성인의 종이책 독서량은 평균 8.3권으로 조사됐다. 이는 국내 성인의 종이책 독서량이 한 달 평균 1권 미만임을 나타낸다. 

책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줄고 출판 업계 간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일부 서점은 ‘도서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다. 마케팅은 넓은 의미로 판매자가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기획하는 모든 활동을 가리킨다. 도서 마케팅이란 판매자가 도서를 판매하기 위해 기획하는 모든 활동으로 풀이된다. 

도서 정가제 시행 역시 도서 마케팅 성행에 영향을 줬다. 도서 정가제는 책의 정가를 정하고 할인을 금지 또는 제한하는 제도로 일본, 프랑스, 독일 등의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한국의 도서 정가제는 책값 인하 경쟁으로 도서 출간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03년 「출판및인쇄진흥법」의 하나로 처음 법제화됐으며 이후 세 차례에 걸쳐 강화됐다. 

한편, 2014년 도서 정가제 개정은 세 가지 이유로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개정법은 실용서와 기증도서 등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한 점, 할인 제한 기간을 두지 않은 점, 책의 할인율을 15%로 제한한 점이 문제가 됐다. 유럽에서는 출판 이후 2년이 지난 도서에 대해서는 할인율에 대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출판 관련 업계의 입장에선 가격 경쟁을 법으로 규제하니 시장 경쟁에서 선점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 나선 것이다.

도서 관련 제품 제작은 도서 마케팅 방법의 하나다. 출판사나 서점은 기업이나 특정한 도서의 인상을 담은 제품을 제작하기도 한다. 도서 관련 제품을 사용하는 안예진(생명시스템 17) 학우는 “일정 금액 이상 책을 사면 제공되는 증정품을 통해 도서 관련 제품을 처음 알게 됐다”며 “도서 관련 증정품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책을 구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도서 관련 상품은 윤리적 가치를 담기도 한다. 지난 2016년 ‘알라딘(Aladin)’은 디자인 회사 ‘마리몬드(MARYMOND)’와 함께 책 표지와 물병을 제작했다. 마리몬드는 일본군‘위안부’피해자의 삶에서 영감을 받은 ‘꽃 할머니 프로젝트’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마리몬드는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기부하고 있으며 지난달 기준 누적 기부금은 21억에 이른다. 

도서 관련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제품에 도서의 내용이 담겨있다는 점이다. 알라딘 조선아 마케팅팀 차장은 “소설 「셜록 홈스」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이 가장 다양하게 제작됐고, 이에 대한 고객의 반응도 꾸준히 좋은 편이다”며 “셜록 홈스의 집 주소를 담은 열쇠고리는 한 달 간 판매될 것을 예측하고 수량을 준비했지만, 하루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안 학우는 “도서 관련 제품을 접하면서 더욱 많은 책을 사게 됐다”며 “독서량 또한 늘어나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증정품으로 시작한 도서 관련 제품은 새로운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알라딘은 도서 증정품을 제공하기 위해 도서 관련 제품을 제작했으며 현재는 ‘알라딘 굿즈’라는 판매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게시판에는 도서 관련 제품 외에도 인기 있는 캐릭터 등을 담은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조 차장은 “고객으로부터 도서 관련 제품 판매 요청이 많았다”며 “알라딘에서 제작한 증정품이 인기를 얻으며 알라딘 굿즈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해 이를 도서 관련 제품 판매 게시판의 이름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화면 속 한 컷의 책
사회관계망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이하 SNS)를 이용한 도서 마케팅도 활발하다. 출판사는 구독자 수가 많은 SNS 계정에 도서 마케팅을 의뢰하기도 한다. SNS를 이용한 도서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는 신생 기업 ‘열정에 기름붓기’다. 열정에 기름붓기는 페이스북(Facebook) 페이지에서 출발한 회사로 개인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콘텐츠를 제작한다. 

열정에 기름붓기의 도서 마케팅은 자연스러운 광고라는 특징을 가진다. 도서 마케팅 의뢰를 받았을 때 열정에 기름붓기는 책의 내용을 소재로 삼아 콘텐츠를 만든다. 열정에 기름붓기 표시형 공동대표는 “한 출판사로부터 광고 의뢰를 받은 것을 계기로 도서 마케팅을 시작하게 됐다”며 “기존 콘텐츠의 성격을 유지하면서 광고 효과를 얻을 수 있어 회사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열정에 기름붓기는 ‘모든 사람이 주체적인 삶을 살게 하자’는 다짐을 핵심적인 가치로 삼으며 자기 계발 동기를 부여하는 콘텐츠를 제작한다. 

도서 마케팅과 동기 부여 콘텐츠의 결합은 출판사는 물론 콘텐츠 제작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표 대표는 “처음에는 광고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하는 사람이 많을 줄 알았다”면서도 “광고에 대한 불평보다 콘텐츠의 신뢰도와 질이 올라갔다는 평가가 더욱 많았다”고 말했다. 
열정에 기름붓기는 카드 콘텐츠를 통해 책의 핵심 내용과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전달한다. 주된 홍보 대상은 책을 많이 읽지 않는 20대 사회 초년생이다. 이에 표 대표는 “서점 내 마케팅은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이들에게 홍보 효과가 부족한 편이다”며 “SNS 마케팅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열정의 기름붓기에서 현재까지 제작한 도서 마케팅 콘텐츠는 100건 이상에 달한다. 도서 마케팅 과정을 묻는 말에 표 대표는 “편집자들이 광고 의뢰가 들어오는 모든 책을 직접 읽고 이를 승낙할지 결정한다”며 “광고보다 소비자의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엄격히 대상을 선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광고 의뢰를 거절하는 경우는 좋은 책이라도 동기 부여 콘텐츠로 제작하기 어렵거나 동기 부여 콘텐츠로 제작할 수 있지만, 책의 내용이 아쉬울 때다. 이에 표 대표는 “처음엔 이러한 과정에 출판사가 부정적으로 반응하기도 했다”며 “독자의 신뢰 덕분에 ‘열정에 기름붓기’가 존재한다고 생각해 광고 승낙 기준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시간으로 정보가 오가는 SNS의 특성상 도서가 SNS에 소개되면 시장에 즉각적인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열정에 기름붓기의 도서 마케팅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낸 첫 번째 사례는 소설 「미라클 모닝」이다. 이 책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방법과 그런 아침을 통해 삶을 바꾸는 방법을 소개한다. 표 대표는 “해당 콘텐츠는 수백만 명의 조회 수를 기록했고, 다음 날 해당 도서가 인기 도서에 진입했다”며 “최근에는 이국종 교수의 「골든아워」에 대한 콘텐츠를 게시한 지 며칠 만에 해당 도서가 수백 부 이상 판매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학생을 위한 ‘독서’ 마케팅
종이책 이용량 감소와 함께 대학 내 도서관도 변화를 맞은 지 오래다. 과거 대학 내 도서관은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장소에 그쳤다면 최근의 대학 내 도서관은 정보와 관련한 여러 행사가 이뤄지는 장소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본교 오경묵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대학의 도서관은 진화하고 있다”며 “최근 도서관은 행사를 통해 이용자에게 친근한 인상을 주거나 추억을 선물하는 등 역동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본교 중앙도서관은 학우를 대상으로 연중 ‘작가 초청 강연회’ ‘밤샘 책읽기’ 등의 행사를 개최한다. 밤샘 책읽기 행사에 참여한 안 학우는 “도서와 관련한 특강은 물론 오롯이 독서에 집중하는 시간이 있어 유익했다”며 “과제를 하기 위해 바쁜 마음으로 본교 도서관을 찾곤 했지만, 이제는 학교 도서관에서 마음의 여유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본교 중앙도서관은 기존의 도서관 기능을 온라인에서도 구현하고자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앱을 통해서도 도서를 제공하고 있다. 본교 중앙도서관에선 학우의 전자자료 이용을 장려하기 위한 ‘교보전자책 대출 행사’도 열린다. 이에 본교 조성경 학술정보서비스팀 과장은 “전자책은 종이책과 달리 실체가 없어 홍보를 통해 전자책 구독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전자책의 특성을 반영해 관련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중앙도서관은 여러 단과대학과 함께 ‘열린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열린 도서관은 도서와 휴식을 함께 제공하는 공간으로 각 단과대학 건물 내에 위치한다. 또한, 고려대 중앙도서관은 DSLR 카메라 촬영법, 편집 소프트웨어 사용법 교육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에 고려대 중앙도서관 관계자는 “도서관은 도서를 다루는 존재가 아니라 정보를 다루는 공간이다”며 “사람들이 소비하는 정보가 인쇄매체에서 디지털 및 영상 매체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도서관도 이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화여대 중앙도서관에선 2016년엔 ‘도서관 1박 2일’, 2015년엔 ‘도서관 무한도전’과 같은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에 이인영 이화여대 도서관 사서는 “이와 같은 행사를 통해 학생은 대학 내 도서관을 연구나 학습 공간이 아닌 즐거운 문화의 장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 내 도서관은 대학 구성원을 위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대학 내 도서관의 발전에 대해 오 교수는 “대학의 구성원 전체가 대학 내 도서관에 관심을 둬야 한다”며 “이용자는 꾸준히 대학 내 도서관에 대한 기대를 표현해야 하고 대학은 이에 대해 끊임없는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점과 대학 내 도서관은 모두 진화하고 있다. 이들은 종이책의 한계를 넘어 독자를 끌어당기려 시도한다. 그 결과 도서 관련 제품과 도서관 행사는 낯설지 않은 일상 일부가 됐다. 10년 전의 우리가 지금의 서점과 대학 내 도서관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웠던 것처럼, 앞으로 10년간 이들이 이뤄낼 또 다른 진화를 기대해 본다.

▲ 온라인 서점 알라딘(Aladin)에서 판매하는 도서와 도서를 구매하면 제공되는 증정품의 모습이다. <사진제공=온라인 서점 알라딘(Alad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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