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자신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미국 주요 기관의 변화 속도를 차의 속도에 비유한 바 있다. 그의 비유에 의하면 기업은 시속 90마일(Mile)로 가장 빠르게 변하지만, 법은 시속 1마일로 가장 느리게 변한다. 사회 변화에 비해 느리게 변한다는 법이지만 그중에서도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법이 있다. 바로 저작권법이다.
 

수백 년 간의 논쟁, 저작권법을 만들다
저작권법 제1조는 저작권법의 입법 목적을 정의한다. 저작권법 제1조에 의하면, 해당 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본교 문선영 법학부 교수는 “저작권법은 저작자에게 저작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제공해 창작 활동을 장려한다”고 말했다.

최초의 저작권법이 제정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해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저서 「저작권법」에 의하면 저작권법 이전에는 출판특허제도가 존재했다. 당시 활판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무단복제본이 성행했다. 무단복제본으로 인한 출판자의 손해가 늘어나자 이들의 요청으로 출판특허제도가 탄생했다. 출판특허제도는 저작자가 아닌 출판자의 이익을 위한 법이었으며, 저작자의 이익은 간접적으로 보호될 뿐이었다. 르네상스(Renaissance) 시대 이후에서야 사람들은 저작물을 인간의 정신적 활동의 성과물로 보기 시작했고, 저작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사상이 힘을 얻었다. 이러한 변화를 계기로 영국에서 세계 최초의 저작권법인 ‘The Statue of Anne’이 제정됐다.

저작권법 제2조 1호에 의하면,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다. 추상적인 생각이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표현돼야 한다. 표현의 형태로는 어문, 음악, 연극 등의 9가지가 저작권법에 규정돼 있다. 문 교수는 이에 “머릿속으로 떠올린 음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지만 작곡을 통해 음이 악보 위에 표현되면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 보호에서 표현이 강조되는 이유에 대해 문 교수는 “같은 생각을 하더라도 표현 방법이 개인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며 “표현의 결과가 예술적 가치나 경제적 가치를 지니지 않더라도 창작자의 개성이 드러난다면 이를 저작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의 보호보다 저작물의 자유로운 이용을 강조하는 견해도 있다. 바로 1980년대 리처드 스툴만을 중심으로 등장한 ‘카피 레프트(Copyleft)’ 운동이다. 저작권(Copyright)은 창작자에게 저작물에 대한 독점적인 권리를 인정한다. 이를 통해 창작 활동에 대한 경제적 동기를 부여하고, 이는 궁극적으로 문화 발전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피레프트는 이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지식과 정보에 대한 이용자의 자유로운 접근과 공유의 필요성을 피력한다. 카피 레프트 운동가는 자유롭게 정보를 이용하면 창작이 활성화될 것이며 지식과 정보는 사회의 공공재라고 주장한다. 이에 이 교수는 “저작권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태도와 이용자의 자유로운 접근과 정보 공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태도 모두 정당성을 가진다”며 “두 가치 간에 균형과 조화를 이뤄 문화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긋난 저작물 유통, 기준이 된 저작권법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불법복제물이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이 지난 6월 발표한 ‘2018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불법복제물 이용 경험이 있는 인구(만 13세~69세)는 전체 인구의 40.4%(약 1,658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복제물은 합법저작물 시장의 발전을 저해하기도 한다. 지난해 온라인 불법복제물로 말미암은 합법저작물 시장의 손해 규모는 2조 5645여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학우는 “영화의 장면을 스티커로 제작해 영리 목적으로 판매하는 사례를 봤다”며 “합법저작물이 아니라고 생각해 불매 운동을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불법복제물의 유통을 억제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존재한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의하면, 우리나라 저작권 보호 체계는 권리자와 정부를 주체로 한다. 권리자는 온라인상 저작권 침해 행위를 발견하면 복제나 전송 중단 요청,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형사 고소를 할 수 있다. 정부는 온라인상 저작권 침해 행위를 발견하면 때에 따라 과태료 부과, 기소, 명령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다.

웹사이트 관리자 역시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벌어지는 불법 유통 행위를 감시할 의무를 가진다. 그럼에도 불법 유통 사이트가 성행하는 이유에 대해 문 교수는 “불법 유통 사이트가 많은 데에 비해 이를 단속하는 사람과 권리를 행사하는 저작권자가 적기 때문이다”며 “저작권자도 자신의 저작물의 무단 이용을 모두 인지할 수 없어서 권리 행사에 실질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저작자의 권익을 해치는 문제로 플랫폼(Platform) 사업자와 저작권자 사이의 수익 배분 문제도 심각하다. 플랫폼 사업자엔 유튜브(Youtube), 네이버(Naver) 등이 해당하며 이들은 저작물을 유통하면서 여러 사업을 접목해 부가 가치를 창출한다. 문 교수는 “창작물이 일반인에게 공개되기까지 여러 사람이 관여한다”며 “저작자에게 저작물 이용의 공정한 대가를 부여하는 것은 저작권법을 둘러싼 쟁점 중 하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9월 유럽연합(EU) 의회는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조하는 저작권법을 채택했다. 해당 법의 11조에 규정된 ‘링크(Link)세’는 콘텐츠의 복사본이나 콘텐츠로 연결되는 주소를 게시할 경우 콘텐츠를 제작한 저작자에게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비록 유럽에서 일어난 문제이나 국내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있을 수 있다”며 “플랫폼의 영향력이 막강해진 현대 사회에서 저작권자의 이익과 저작물의 공유를 둘러싼 다른 가치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 윤리로 실천하는 저작권 보호
저작물 보호의 첫걸음은 저작권법을 숙지하는 것이다. 저작권법은 저작물의 보호 기간을 저작권자의 생존 기간과 사망 후 70년까지로 제한한다. 보호 기간이 만료된 저작물은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저작권법 제35조 3호는 저작물을 공정하게 이용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타인의 저작물을 인용할 경우 자신의 저작물이 주된 내용을 차지해야 한다”며 “교육 등 공익적 목적으로 이용할 때도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을 담당하는 전문적인 기관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공공기관으로 저작권과 관련한 공익적 사업을 담당한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과 관련된 정보는 물론 상담 또한 제공한다.

표절은 저작권 침해와 비슷하지만 저작권 침해보다는 더욱 포괄적인 개념으로, 윤리적 판단을 요구한다. 이인재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의 저서 「연구윤리의 이해와 실천」에 의하면 표절은 타인의 창작물을 자신의 것처럼 무단으로 활용할 때 생기는 윤리적 문제다. 반면, 저작권 침해는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받는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부당하게 활용해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할 때 성립하는 법적인 문제다. 저작권이 소멸한 타인의 저작물을 출처 표시를 하지 않고 이용하는 경우 표절에 해당하지만 저작권 침해엔 해당하지 않는다.

본교에선 표절을 예방하기 위해 ‘스노우보드(Snowboard)’ 표절검사 시스템(이하 표절검사 시스템)을 제공한다. 본교 부유미 교수학습센터 과장은 표절검사 시스템에 대해 “표절에 대한 문제의식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며 “표절의 적발보다는 표절의 예방과 올바른 연구 윤리 교육을 목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표절검사 시스템은 2018년 1학기 기준 스노우보드 강의실에 등록된 전체 과제 2,358개 중 8.1%(192개)에 사용됐다.

표절검사 시스템의 원리는 유사도 비교다. 이에 부 과장은 “유사도 비교 범위는 과제 내 유사도 비교와 교내 문서 유사도 비교의 두 가지다”고 전했다. 과제 내 유사도 비교는 같은 강의의 같은 과제로 제출된 모든 과제 문서를 서로 비교한다. 교내 문서 유사도 비교는 한 학습자의 과제 문서를 스노우보드 시스템 데이터베이스(Database)에 등록된 모든 문서와 비교한다. 이에 부 과장은 “스노우보드 시스템 데이터베이스에는 2012년부터 제출한 모든 과제 문서가 등록돼있다”고 전했다. 표절 판단 기준은 여섯 개 이상의 단어 일치 여부다. 이는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논문 표절 지침을 따른다. 표절검사 결과는 학생에게 공개되지 않고 교수만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본교는 출처 표기 교육 및 저작권 침해 예방 교육을 제공한다. 특히 교양필수 강의인 ‘융합적 사고와 글쓰기’에선 출처 표기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강의를 수강하는 모든 학생은 논문 작성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융합적 사고와 글쓰기 강의를 맡은 본교 서정혁 기초교양학부 교수는 “해당 강의는 대학생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글쓰기 능력 함양을 목적으로 한다”며 “논문 작성 과제를 포함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연구 윤리는 물론 논문에 활용한 자료를 주석으로 인용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본교 중앙도서관에선 매달 약 3회 진행되는 ‘리포트 작성을 위한 자료검색법’ 강의를 통해 참고문헌 작성법을 안내한다.

저작권법은 ‘신이 아닌 인간 중심의 문화를 만들자’는 르네상스 시대의 영향을 받았다. 이전까지 출판업자의 수익 창출 수단으로 여겨지던 저작물이 르네상스 시대 이후 인간의 정신 활동의 산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상이 등장했다. 불법 복제물이 만연하다 못해 문화 산업을 위협하는 요즘이다. 이럴 때일수록 르네상스 시대의 정신을 본받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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