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광고에는 남녀노소와 상관없이 다양한 나이와 성별의 광고 모델이 등장한다. 그러나 담배를 판매하기 위한 상업 광고는 제조사와 상표가 달라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광고에 등장하는 인물 중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실재 인물뿐만 아니라 그림에도 여성은 없다. 그 이유는 담배사업법 시행령 제9조 3항(이하 본 시행령)에서 여성의 담배 광고 노출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담배 광고에는 청소년과 더불어 여성이 일절 등장하지 않는다.

청소년은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담배를 접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에 광고에 묘사되지 않는 것이 합당하다. 하지만 성인 남성과 마찬가지로 청소년보호법의 보호 대상이 아닌 성인 여성은 담배 광고 묘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세계적으로 여성의 흡연율은 남성의 흡연율보다 낮다. 이런 현상은 여성이 남성보다 건강을 더 많이 신경 쓰기 때문이 아닌, 여성의 흡연을 경멸해 오던 사회적 전통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특히 한국은 ‘경제 협력 개발 기구(OECD)’ 소속 국가 중 성별에 따른 흡연율의 격차가 가장 크다. 한국의 여성 흡연율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것은 우리 사회가 그와 관련하여 어떠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그 문제는 바로 우리 사회가 그만큼 아직도 여성을 보수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3항이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바, 여성의 사회적 차별 및 선입견을 타파하기 위한 국가적인 움직임이 필요함에도 담배 사업법 시행령 제9조 3항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담배 광고 속 여성 출연을 금지하는 시대착오적인 인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에 합당한 근거 없이 성인 여성을 청소년과 같은 선상에 두어 과잉보호하는 시행령은 헌법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조항임이 분명하다.

수많은 여성이 잘못된 법에 따라 받지 않아도 될 형벌을 받거나 사회적인 억압 때문에 암묵적으로 구속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입법자는 성차별적 조항의 개정을 촉구해 모든 국민이 평등한 잣대를 기준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공정한 사회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지우(법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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