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추천에 대한 원고청탁을 받고 여러 책을 고민하다가 올여름 시원한 도서관에 앉아 흥미롭게 읽은 명견만리를 소개하기로 했다. 책 제목 그대로 ‘만 리(미래)를 내다보는 밝은 견해’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 명견만리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급격한 변화가 예견되는 이 시점에 읽어볼 만한 책이다.

두 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KBS의 <명견만리>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 이후에 자료를 정리해 따로 출판한 것으로, ‘향후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을 말하다’ 편에서는 인구, 경제, 북한, 의료에 대해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미래의 기회를 말하다’ 편에서는 각각 윤리, 기술, 중국, 교육에 관해 서술하고 있다. 딱 2년 전인 2016년 6월과 9월에 각각 출판된 명견만리는 머지않은 미래, 우리 자신들이 직접 겪게 될 미래의 모습을 방송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뒤늦게 책을 펴든 나도 머지않은 미래에 펼쳐질 세상에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책장을 넘겼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책을 펼치자마자 서론에서 2030년 전 세계의 지식 총량이 3일마다 두 배씩 늘어날 것이라는 미래학자 버크민스터 풀러(Buckminster Fuller)의 예측은 이미 놀라웠다.

첫 번째 책의 주제인 인구, 경제, 북한은 사실 현재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가장 긴급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잠재성이 큰 주제라고 할 수 있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사회적 불평등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누구보다도 청년세대들이 세대 간 갈등, 성적대결 등 여러 갈등상황 속에서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 인식에는 기성세대의 변화가 필수적이며, 청년들은 어떻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그 방법을 고민해보기 위해서라도 이 책의 일독(一讀)을 권한다.

특히 북한이라는 주제는 현시점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이다. 이 원고를 쓰는 현시점에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이뤄지는 상황이어서 더욱 와 닿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책을 쓰던 당시의 꽉 막힌 한반도 정세에 안타까움이 묻어나던 내용을 되돌아보면, 현재의 정세변화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또 다른 권호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부패 척결이라는 윤리적 덕목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예측이 바로 두어 달 후 광화문 촛불집회의 정의로움으로 실현되는 기억에 소름이 끼치기도 했고, 인공지능과 이세돌 기사의 바둑대결 이벤트로 인해 우리가 가졌던 막연한 두려움에 대해 <명견만리> 팀은 스스로 학습하는 로봇개발과 함께 인류가 겪을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주기도 한다.

현재 미국에 이어 G2로 부상한 우리의 이웃 중국이 가져올 동북아, 아니 전 세계적 변화에 대한 2년 전의 예측과 지금 현재 국제뉴스에서의 중국의 모습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 중국은 올해 9월 3일부터 세계의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프리카의 54개국 중 53개국 정상들을 북경으로 초청해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을 개최했으며 이 중 37개국과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로 연관된 협약을 체결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러한 중국의 ‘힘의 과시’는 우리에게 곧바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변화무쌍한 시대를 몸으로 부딪치는 청년세대와, 현재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살아갈 미래 세대에게는 어떠한 형태의 교육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고민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교육 편을 읽으면서 교육제공자뿐 아니라 교육소비자들의 편에서 심사숙고하는 것이 절실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총 600여 쪽의 분량에 담기에는 주제들의 깊이와 넓이가 상당해서 의료와 기술 편은 개인적으로 미흡하다는 인상을 받았으나,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에 이제 겨우 익숙해지고 있는 이즈음에 이 책을 읽으면서 다가올 새로운 ‘기술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지혜롭게 나아갈 수 있는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홍태숙 프랑스언어문화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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