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민주항쟁20주년

1987년 6월은 대한민국에게 매우 특별하다.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어록을 남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정부에 의해 조작된 것이 밝혀지고 전두환 대통령의 호헌조치 발표로 국민들의 분노가 치솟았다. 시위 도중 이한열 열사가 머리에 최루탄을 맞고 사망하면서 국민의 분노는 마침내 폭발했다. 호헌철폐, 대통령 직선제 쟁취를 위한 국민들의 외침은 하나로 표출됐다. 결국 국민들의 힘으로 민주화는 이뤄졌다.


그리고 그 후 20년이 지났다. 87년에 태어난 신생아들은 어느덧 성년의 날을 맞았고, 87학번으로 활동하던 이들은 40대가 돼 사회의 주요 활동층이 됐다. 그러나 6월민주항쟁의 정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6월항쟁 20주년을 맞는 우리의 모습은 어떠할까.

6월민주항쟁 둘러싼 세대차이


6월민주항쟁은 대한민국 민주화의 불씨를 제공한 현대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6월민주항쟁은 희미해져간다. 1987년 6월에 서울에서 태어난 대학생 김민주씨는 “태어날 당시의 상황을 부모님께 들은 적이 있다.”며 “그렇지만 단지 ‘그저 그런 일이 있었구나’라는 생각만 들 뿐이다.”고 말한다. 같은 해 태어난 이종우씨 역시 “6월하면 떠오르는 것은 6월민주항쟁보다는 월드컵이다. 6월민주항쟁이 대단한 일인 것은 알지만 가깝게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이들은 역사적인 해에 태어났음에도 이에 대해 특별한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심지어 대학 신입생 중 26%는 6월민주항쟁을 아예 알지도 못했다.(출처:서울신문)


흔히 ‘민주화 세대’와 ‘민주화 이후 세대’로 구분하듯 각 세대가 6월민주항쟁을 떠올리며 갖는 느낌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민주화 세대’가 87년 6월을 ‘잊을 수 없는 시간’ ‘자랑스러운 성과’로 기억하는데 비해 ‘민주화 이후 세대’는 ‘이미 흘러간 과거’ ‘암기해야 할 교과 내용’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김혜정 총무국장은 “지금의 사람들이 식민지 시대를 책으로만 배워 잘 모르듯 민주화 이후 세대도 6월민주항쟁을 직접 체험해보지 않아서 덜 와 닿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는 몇 가지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6월 항쟁에 관련된 사료와 사진을 모아 책을 발간하는 것도 사업의 일환이다. 청소년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만화로도 책을 제작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민주전당’ ‘6월광장’이라는 이름의 6월민주항쟁 기념관 건립도 구상하고 있다.

올바른 현대사 교육이 최선의 해결책

그러나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의 몇 가지 사업이 6월민주항쟁을 올바로 계승해 나갈 수 있게 하는 근본적 대책이 될 수는 없다. 김혜정 총무국장 역시 이 사실을 인정하며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으로 ‘바른 역사교육’을 꼽는다. 김씨는 “6월민주항쟁이 잘 전수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6월민주항쟁을 겪은 세대에게 있다고 본다.”고 말한다. 6월민주항쟁을 잘 전달하지 못하고 국어, 영어, 수학에 비해 역사교육을 도외시하는 현 교육 체제를 만든 것이 바로 6월민주항쟁 세대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대ㆍ근대사에 비해 현대사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덕성여대에 사학과 김진아(인문 06)씨는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배울 때 현대사는 대부분 대충 넘어갔다.”고 기억했다. 실제 고등학교 교과과정에는 ‘근현대사’ 과목이 있지만 인물과 사건발생연도까지 꼼꼼히 가르치는 근대사에 비해 시험에 잘 나오지 않는 현대사는 등한시 하는 경우가 많다. 교과서에서도 현대사는 적은 비중에 불과하며 출판사에 따라 용어선정이나 서술방식에 있어 차이를 보인다.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6월민주항쟁은 시험에 잘 출제되지 않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건으로 남는다. 이와 같이 6월민주항쟁이 후세대에게 제대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대사에 대한 체계적인 역사교육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관련 자료들을 수집해 체계적으로 복원하고 보존하는 일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70~80년대의 시대적 특성상 관련 메모는 그 자리에서 찢거나 불태웠고, 기습적인 압수 수색으로 자료가 별로 남아있지 않아 이를 수집하는 데는 많은 노력과 비용이 소요된다. 현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는 지금까지 수집된 자료를 복원해 분류ㆍ보관하고 있다. 또,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들을 수거하거나 그 시대를 겪은 개개인들의 간담회나 인터뷰를 통해 퍼즐맞추기를 하듯 상황을 재구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적은 예산으로 활동을 계속 해나가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김혜정 총무국장은 “6월민주항쟁을 항상 기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는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역사였고 그 속에 6월민주항쟁이 있었다는 사실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의 민주주의가 완벽하지 않기에 다시 후퇴할 여지는 남아있다. 그 때 우리 마음속에 깃든 6월의 교훈은 후퇴를 막을 수 있는 자산이 될 것이다. 지금의 민주화를 쟁취한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고 어느덧 다가온 6월민주항쟁 20주년을 맞아보자.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