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나 펜으로 전할 수 있는 말 중에서 가장 슬픈 것은 ‘할 수도 있었는데…….’라는 말이라고 한다. 우리는 종종 타인 혹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이런 식의 말을 듣거나 한다. “내 생각이 맞았어. 그 때 그것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와 같이 실행에 옮겨지지 못한 생각들은 후에 마음의 고통을 낳는다. 반면 실행에 옮겨진 생각들은 어느 정도의 정신적 만족을 가져다준다. 물론 자신의 생각에 대한 소신과 책임감이 전제된 상황에서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한 대학에서 벌어진 한 사건을 보며 생각과 행동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지난 1월, 한 30대 여성이 모 대학 교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자 해당 학교의 총여학생회는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목된 교수의 처벌을 요구했다. 이후 대학측은 해당 교수를 직위해제했으나 검찰 수사 결과, 이 여성이 증거로 제출한 녹취록은 짜집기 된 테이프로 드러났다. 결국 가해자로 몰린 교수는 무혐의 처리가 되고 피해자라고 주장한 여인은 무고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해프닝으로 그칠 수 있었던 사건이 회자되는 이유는 이해당사자들 때문이 아니라 명확한 소신 없이 중간에서 사건을 공론화시킨 총여학생회 때문이다.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내부 집단이 강한 결속을 통해 부당한 처사에 당당히 맞서는 것은 옳은 일이다. 그러나 위 사안의 총여학생회는 사건의 본질을 외면한 채 감정에 치우쳐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사전에 철저히 검증했어야 할 사건의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기자회견을 비롯한 공식적인 행동들을 자초, 비난의 화살을 온몸으로 맞고 있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오던 총여학생회는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후 며칠이 지나서 해당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성폭력 사건을 함부로 공론화하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하려고 한다.”는 요지의 ‘말도 안 되는 말’을 늘어놓았다. 말 그대로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총여학생회는 나름대로의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했을지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그들의 행동은 무모하고 어리석었다.

총여학생회여! 자신들의 어리석었던 행동에 대한 잘못을 물리치고 싶다면 행동하라. 지금까지 보여줬던 안일한 태도를 고수하는 것은 내적인 두려움을 키우는 일 밖에 되지 않는다. 당장에라도 자신들의 행동을 냉철하게 돌아보고 잘못을 시인하는 용기를 내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훗날 오늘을 돌아보며 “내가 왜 그랬을까. 늦게라도 잘못을 알았을 때 사과를 했어야 했는데…….”라고 뼈저린 후회를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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