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필자는 항상 일정한 틀 안에서 주어진 일을 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원래부터 시키는 일을 하는 것에는 자신 있었다. 정기자 시절에는 선배들의 틀 안에서, 선배들의 지시 아래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애초에 한 명의 구성원 역할만 해내면 됐기 때문에 그만큼의 책임감만 가졌다.

편집장이 되고 나자, 뜻밖의 자유가 찾아왔다. 하지만 그 자유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모든 일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지만 그에 따른 책임도 편집장의 몫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모든 일을 결정할 때 더 옳은 선택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어떠한 일의 선택을 앞두고 어떤 선택지가 좋은 선택지인지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일이었다. 의도가 어떠했건 한 사람의 선택에 모든 구성원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항상 부담감을 가져야 했다.

새로운 선택뿐만이 아니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행해져 오던 모든 관습들도 필요성을 하나하나 의심해봐야 했다. 대부분은 이유가 있었지만 그렇지 않음에도 습관적으로 굳어진 것들도 있었다. ‘꼭 이렇게 해야만 하는 걸까?’라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던 고민이었다.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고 모든 일을 의심해보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의심과 변화하려는 태도가 좋은 결과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불필요한 일이라 생각해 해오던 것을 평소와 다르게 처리했을 때, 일이 진행되고 나서야 그렇게 행해져 왔던 이유를 깨닫기도 했다. 물론 모든 일은 필자에게 책임으로 돌아왔다.

지난 나날들을 돌아보면 기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더 좋은 편집장이 있었더라면 모든 구성원이 더 만족하는 학보사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 더 좋은 편집장이 되어 줄 수는 없었을까. 기억하는 아주 사소한 갈등까지도 후회와 죄책감으로 남는다.

후배들이 이어가야 할 자리가 얼마나 힘든 자리인지 알고 있다. 20대 초반의 대학생이 짊어지기엔 생각보다 너무 큰 부담과 책임일 것이다. 그렇지만 함께 힘든 시간을 겪었기에 필자는 후배들이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 필자는 숙대신보의 독자로 돌아가 신보사의 발전을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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