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나라는 근로자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무려 2,069시간으로, 우리나라는 2016년 기준 OECD 회원 국 중 세 번째로 많이 일하는 국가다. OECD 회원국 의 평균 근로시간보다 연간 306시간이나 더 많이 일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올해 7월 주간 근로시간을 단축하며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강조하던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대대적으로 변화시킬 것을 예고 했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파격적인 단축이 확정됐다. 올해 7월 1일 이후 직원이 300인 이상인 사업장에서부터 실시된다.

하지만 근로시간의 단축이 곧바로 일과 가정의 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근로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출입증을 찍어 퇴근한 것처럼 보이게 하고 다시 회사로 돌아오는‘유령근무', 해야 할 일을 다 끝내지 못해 결국 집까지 업무가 이어지는 재택근무가 비일비재해졌다고 한다. 삼성전자의 경우‘근태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직원들의 생산성을 관리하고 있다. 근무 중에 잠시 담배를 피러 나가거나 커피를 마시는 시간 등을 모두 측정해 실질적인 근무 시간을 도출한다. 근무 시간 중 행동 하나하나를 회사로부터 감시받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단지 퇴근을 일찍 하는 것으로 삶의 질을 높인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현실적인 문제는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업무량이다. 근로자들은 정책에만 끼워 맞추기 위해 가짜 휴식을 취하고 가짜 퇴근을 하게 된다. 중소기업 의 경우엔 임금 삭감의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정규 근무 시간 외의 근무로 받는 추가수당으로 생계를 잇는다는 중소기업의 근로자의 경우 ‘워라밸’은 딴 나라의 이야기다.

집단주의 속에서의 눈치보기 문화 또한 ‘정부가 말하는 워라밸’이 달갑지 않은 이유다. 모두가 당연한 듯이 야근을 하는 직장에서 퇴근 시간이 됐다고 혼자 짐을 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정부가 말하는 워라밸은 그저 탁상공론으로만 비춰지는 것이다.

한편, 공공부처들은 워라밸을 위해‘저녁과 주말은 가족과 보내자’‘눈치를 주지도 받지도 말자’ ‘오래 일하기보단 효율적으로 일하자’ 등의 표어를 내걸며 워라밸을 유도하고 있다. 정부 또한 근로시간을 단축하며 삶의 질이 높아지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응은 쌀쌀맞다. 우리나라에서 절대 실현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근로자와 정부가 보는 시야가 달라서는 아닐까. 말만 들어서는 이상에 가까운 워라밸에 근로자들이 반감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정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워라밸이 이름 뿐인 허울이 되지 않도록 근로자들이 일자리에서 실질적으로 겪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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