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근 5년 전 금융권 채용비리 의혹을 받은 금융감독원장의 사표가 즉시 수리됐다. 조사가 진행되겠지만 공정경쟁이 무시된 비리에 대해 국민들의 시선이 매우 따갑다는 것을 현 정권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취업난이 심각한 경제 환경 속에서 채용비리는 구직에 힘겨운 젊은 층에 분노와 좌절을 주는 사안이다. 정부는 기득권과 금수저의 공정하지 못한 비리를 그 동안 공격해왔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이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도 해 왔기에 이번 금융권발 채용비리 의혹은 당혹스러울 수 있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면서 공정하지 못한 경쟁에 대해 젊은 층의 관심이 매우 높다는 것을 우리 사회는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명분이 있다 하더라도 형평성, 공정경쟁, 노력을 가리는 단일팀 구성에 우리 젊은이들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정부는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잘 들을 필요가 있다. 아무리 좋은 취지를 가진 결과라 하더라도 그것이 공정하지 못한 결정의 산물이라면 우리 사회를 이해시키기 어렵다는 여론분위기를 수용해야 할
것이다.

공정경쟁에 참여하지 못한 채용비리의 희생자를 적극 구제하려는 최근 움직임이 나름 성과를 내는 것 같아 한편으로 다행이다. 지난 14일(수)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가스안전공사의 경우 2015∼2016년 신입사원 공채에서 부정채용으로 인해 억울하게 탈락한 것으로 확인된 8명을 구제하기로 했다고 한다. 정부는 지난 18개 정부부처의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당시 채용비리 부정합격자를 최소 100명으로 추산한 바 있다. 채용비리를 근절하고 젊은이들이 공정경쟁을 통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문제를 바로 잡는 정부의 역할은 조금 더 확대돼도 좋을 것이다.

채용비리를 바로 잡으면서 우리 사회는 일자리 경쟁의 공정함에 대해 다시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젊은이의 취업 문제에는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는 한편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회의 중요 일자리 경쟁에는 너무 느슨한 잣대가 통용되고 있는 것 같다. 금융권이 친정부 줄타기 인사와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경제 기사 내용은 우리를 실망하게 한다. 기관의 바람막이로 여권 선거 캠프의 낙하산 인사가 활용되고 있다는 기사를 보면 여기에 과연 공정함이 있는지 의심스
럽다.

공정경쟁은 현재 우리 사회가 소망하는 매우 중요한 가치이다. 역량과 전문성보다 여전히 줄을 잘 서야 특정 자리에 갈 수 있다는 경험을 우리 젊은이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된다. 공정경쟁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조금 더 다양한 영역에서 다각적인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정부가 제공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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