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마찬가지로 시련 없이 완성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힘든 일에 부딪혀 좌절하거나 고통스러워하고, 괴로운 일과 맞닥뜨려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아직 인생의 절반조차 살지 못한 나의 20년 삶도 뒤돌아보면 그 발자국의 자취가 곧게 새겨져 있지만은 않았다. 이처럼 누구나 삶에 있어 크고 작은 흔들림을 경험하며 살아왔고, 또한 그렇게 살아 갈 것이다.
이 시는 모든 꽃이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운다는 것과 바람과 비에 젖으면서 꽃잎을 따뜻하게 피워낼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산다는 것 역시 수없이 흔들리는 길이다. 그러나 그 흔들림을 견뎌낸 후에 우리의 줄기가 곧게 서고, 피우고자 하는 꽃이 더욱 아름답게 피어날 것을 믿는다.
김아영(인문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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