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 대학 총학생회(이하 총학) 선거가 오늘(27일)부터 사흘간 이뤄진다. 우리 대학은 지난 2년 동안 총학 선거에서 후보자로 나서는 학생이 없고, 어쩌다 나서는 후보자도 자격이 미달하는 등의 문제로 총학이 없는 상태가 지속돼 왔다. 2015년 제48대 총학 선거에서는 단일 후보 출마자가 후보자 자격을 박탈당했으며, 2016년 3월 열린 보궐 선거에서는 후보자가 없어 선거가 취소됐다. 2016년 11월 제49대 선거도 후보자가 없어 무산됐으며, 지난 3월 보궐 선거에서는 출마를 선언한 후보자는 심사기준을 넘지 못해 등록에 실패했다. 2013년 제46대 총학 선거는 투표율이 낮아 무산되기도 했다. 총학 구성이 안 돼 학생 대표성에 문제가 있는 대학은 우리 대학뿐만이 아니다. 서강대와 한국외대, 전남대, 연세대 등 많은 대학이 입후보자가 없거나 투표율이 기준에 모자라 학생회 구성에 실패한 바 있다.총학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 대학의 학생 대표성은 단과대학 학생회장들로 구성되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맡고 있다. ‘비상’ 상황이 2년간 지속된 셈이다. 비대위는 학생 대표권의 한계가 크다. 학생 전체의 직접 투표로 대표가 된 총학과 단과대 학생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간접적으로 선출된 비대위원장이 지니는 무게감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비대위는 대학 당국이 추진하는 구조개편 등에 학생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데 한계를 지닌다. 다른 학교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행사나 프로젝트 등에서도 비대위원장의 발언권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한다. 아울러 비대위는 그야말로 비상상황에서 필수적으로 해야 할 것들만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조직이라서 포부와 공약을 가지고 당선된 총학 집행부의 혁신성을 갖지 못한다.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은 예상치 못한 일을 비자발적으로 맡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심적, 시간적 부담이 크다. 학생들은 단과대학 회장이 비대위 업무도 병행해야 하다는 부담을 알기 때문에 단과대 학생회 선거 출마를 꺼려 학생회 구성 무산의 악순환이 재생산된다. 학생회장이 되면 잃을 것이 많다는 생각이 입후보 의지를 막는다고 한다. 학회 일에 힘을 쏟다 보면 수업 출석 및 학업에 지장을 받게 되는 것은 물론 취업준비도 소홀하게 된다는 것이다. 졸업 후 취업에서 기업 등이 학생회장 출신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도 우려되는 요소이다. 넓게 보면 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지도력보다는 개인적 성취에 큰 값어치를 부여하는 사회 분위기 탓이다. 후보자 자격 완화 등의 조치가 취해진 이후 처음 치러진 이번 선거에 용기 있는 두 팀이 입후보했다. 재학생들은 이번 선거에서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 투표율을 역대 최대로 높여주는 것으로 이들을 격려하고, 학내외 분위기 쇄신의 마중물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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