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017년 11월 16일에서 23일로 일주일 연기됐다. 수능이 1993년 시작된 이후 수능이 미뤄진 것은 세 번째다. 2005년, 아시아 태평양 경제 공동체(APEC) 정상 회의,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으로 인해 연초에 연기가 결정 났다. 이번 연기는 이례적으로 시험을 하루 앞두고 발생한 지진으로 결정됐다. 일찌감치 연기가 확정됐던 이전 사례와는 달리 올해 수능은 시험이 전날 오후 8시가 돼서야 연기가 결정됐다. 시험이 24시간도 남지 않았던 시점이었다.

이번 결정으로 인한 불편은 사회 곳곳에서 일어났다. 당장 시험의 주체가 되는 수험생들은 혼란을 겪었다. 공부가 끝났다고 생각해 수험서를 모두 버린 학생, 생리 주기 조절을 위해 피임약을 먹었던 여학생까지 피해 사례는 다양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제외하고도 학구열 심한 대한민국에서 일생일대의 사건인 대학 입시가 예고도 없이 미뤄졌으니 많은 수험생의 당황스러웠을 심정은 헤아릴 수 없다. 당혹스러움은 대학 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수능 이후 논술시험이나 면접 등 대입일정이 결정돼 있던 학교들은 줄줄이 일정을 연기해야만 했다. 미뤄진 시험만큼 수능 출제자들의 합숙 기간도 연장됐으며 시험지의 보안 문제도 대두됐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수능 연기를 발표하며 “공정성과 형평성을 고려해 수능을 미루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수험생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내린 결정”이라며 안전을 거듭해 강조했다. 모든 불편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여태껏 ‘괜찮겠지’라는 사고가 팽배한 사회에서 살아왔다. 안전교육은 미비했으며 지켜지지 않는 안전수칙들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한밤중 화재경보가 울려도 시끄럽다며 인상을 찌푸릴 뿐 아무도 대피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불러온 한국 사회의 모습은 끔찍했다. 전문의가 집도하지 않은 수술로 인해 발생한 의료 사고에서부터 2014년 발생했던 세월호 사건까지. 모두 안전불감증에서 비롯한 인재(人災)였다.

현 대통령은 대선 당시 “사람이 먼저다”는 표어를 내걸었다. 피부로 와닿지 않던 그의 표어는 지진이라는 자연재해가 일어난 이후 보인 정부의 대처에서 국민들을 일깨운다. 수능 예정일이었던 16일, 포항에서는 크고 작은 여진이 이어졌다. 금이 간 수능 시험장의 사진은 수험생들이 느꼈을 두려움과 불안함을 짐작게 했다. 단호한 결정이 없었더라면 큰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이다. 우리나라가 이룩한 급격한 경제 성장은 모든 문제에서 손익을 따져 결정하는 사고방식으로 이어졌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 큰 피해를 감수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모든 일에는 안전이 우선이 돼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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