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몇 달 전부터 음식을 먹거나 말을 할 때 턱에서 딱딱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피곤한 탓으로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통증은 점점 심해졌고, 결국 입이 벌어지지 않는 상태가 됐다. 식사는 물론이고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턱을 잡고 간신히 입을 벌려야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였다. 병원을 찾은 A 씨는 의사로부터 턱관절에 문제가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에 A 씨는 턱관절 장애에 관해 찾아보기 시작했고,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턱관절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원인 모를 통증, 나도 혹시 턱관절 장애?
턱관절은 두개골과 아래턱을 연결시켜 입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관절이다. 그러나 턱관절이 그저 입을 여닫는 데 도움을 주는 단순한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턱관절은 음식을 씹어 부수는 저작운동을 가능하게 해주고, 턱관절의 움직임은 머리뼈의 운동으로 이어져 뇌기능에도 도움을 준다.

턱관절에 이상이 생기면 입을 벌리고 닫을 때 소리가 나거나, 입이 잘 벌어지지 않을 수 있다. 이를 턱관절 장애라고 하는데, 턱관절 장애는 턱관절의 관절원판이 정상위치에서 벗어나 주변의 혈관이나 신경을 누르는 질환이다. 턱관절의 관절원판에는 신경이 분포돼 있지 않기 때문에 관절원판이 위치에서 벗어나기 전까지는 통증을 느끼기 어렵다. 따라서 턱관절 장애의 초기에는 관절원판이 정상위치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아 심각한 통증이나 불편을 초래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턱관절 질환을 그저 사소한 질환으로 여기고 넘어가곤 한다. 턱에서 원인 모를 통증이 느껴지고 입을 벌릴 때 턱뼈에서 소리가 난다는 정선령(여·20) 씨는 “증상이 나타난 뒤 병원에 찾아가지는 않았다”며 “주변 사람들도 흔히 겪는 증상 같아서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평소 턱관절에 이상을 느낀 이해솔(여·20) 씨는 통증이 지속돼 병원을 찾았다. 이 씨는 “처음에는 심각성을 모르고 방치했다”며 “나중엔 식사를 하거나 하품을 할 때, 심지어 말을 할 때도 턱에서 소리가 나고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턱관절 장애가 심할 땐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느껴지고 입을 열고 닫을 때 턱을 좌우로 움직이며 맞춰야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통증을 느낀 후 병원을 찾게 되면 이미 관절원판이 완전히 정상 위치를 이탈해 혈관과 신경이 있는 부분을 짓눌러 다른 부분까지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턱관절 장애, 사소한 습관에서 생겨요
이한주 치과의원의 이한주 원장은 “턱관절은 머리, 경추와 함께 우리 몸을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턱관절에 문제가 생기면 척추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치과 검진을 통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턱관절은 우리 몸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척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턱관절 장애는 척추 이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목이나 어깨 결림, 두통이나 이명 등 신경, 근육, 골격계의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만병의 근원’이라 불리곤 한다.

턱관절 장애가 생기게 되는 원인은 크게 선천적 원인과 후천적 원인으로 나뉜다. 선천적인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부정교합이다. 부정교합은 치아가 고르지 않아 치아의 위아래가 잘 맞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부정교합은 음식을 씹을 때 턱관절에 무리를 주게 되고, 이로 인해 턱관절의 구조가 변해 턱관절 장애가 생긴다.

턱관절 장애가 생기는 후천적인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중 사고로 인한 외상을 제외하면, 턱관절 장애는 주로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평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사소한 습관들이 모여 턱관절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흔히 무언가에 집중할 때, 우리는 ‘이를 악문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이를 악무는 습관은 턱관절 장애를 유발하는 잘못된 습관이다. 오랜 시간 동안 이를 악물게 되면 턱관절이 압박을 받는다. 또한, 턱을 괴는 습관도 오랜 기간 계속된다면 턱관절 축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며 턱관절 장애를 유발한다. 이 외에도 한쪽 치아로만 음식물을 씹는 습관, 수면 중 이를 가는 습관, 손톱을 깨무는 습관 등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사소한 습관이 턱관절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정훈치과의 정훈 원장은 “사고로 인한 외상, 잘못된 식습관이나 자세, 스트레스가 턱관절 장애의 주된 원인이다”고 설명했다.

흔히 현대인의 고질병이라 불리는 스트레스 또한 턱관절 장애를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근육이 긴장하게 되고, 긴장이 지속되면 근육이 피로해진다. 이로 인해 얼굴 근육의 떨림이 턱관절까지 퍼져 통증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이 원장은 “턱관절 장애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수험생이나 직장인에게 많이 나타난다”며 “스트레스에 취약한 10대·20대 여성에게도 쉽게 발견된다”고 말했다. 이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턱관절 장애에 노출돼 있다”고 덧붙였다.

 

턱관절 장애,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해요
잘못된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턱관절 질환으로 인한 통증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사소한 습관을 해결하는 것만으로는 턱관절 장애를 완전히 치료할 수 없다. 그저 일시적인 증상 완화일 뿐 변성된 턱관절 장애의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턱관절 질환을 완전히 고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약 1년간 턱관절 장애를 앓아 온 이 씨는 병원을 찾은 후, 턱의 관절원판이 턱관절 앞으로 밀려 아래턱뼈와 머리뼈의 마찰로 인해 뼈의 겉이 닳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생활습관의 개선과 함께 교정기를 착용하고, 정기적인 물리치료를 병행했다. 이 씨는 “여러 가지 치료를 병행하니 입을 벌릴 때 통증도 사라지고 입을 이전보다 크게 입을 벌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턱관절 장애는 초기에 발견할 경우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로 거의 완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턱관절 장애가 계속되면 교정 장치를 사용하거나 심할 경우 턱관절 세정술이나 외과적인 수술을 필요로 한다. 턱관절 세정술은 관절 원판의 손상이나 염증으로 인해 변성된 턱관절액을 세척하는 치료법이다. 정 원장은 “턱관절 세정술은 관절원판의 운동성 회복에 도움을 줘서 입을 벌릴 때 어려움이 없도록 한다”며 턱관절 세정술의 효과를 이야기했다.

다양한 치료 방법을 통해 턱관절 장애를 치료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에 턱관절 장애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이다. 이 씨는 “평소 손톱을 물어뜯고 턱을 괴던 습관이 턱관절 장애를 유발했다”며 “나쁜 생활 습관이 턱관절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 또한 “스트레칭을 통해 올바른 자세를 취하고 이를 악물거나 가는 습관을 고치는 게 중요하다”며 평소 생활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원장은 많은 현대인이 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오늘날 “치과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20% 이상이 턱관절 장애를 가진 환자다”며 “턱관절 장애를 앓는 환자가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턱관절 장애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병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부족해 제대로 치료를 못 받거나 잘못된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많은 사람들은 그저 턱관절 장애가 구강 내의 질병만을 유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소한 습관으로 발생한 턱관절은 우리 몸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더욱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