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한적한 독립영화관을 찾는 이들이 있다. 상업영화와는 다른 특별한 영화를 보기 위해서다. 독립영화엔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관객들은 독립영화를 감상한 후 독립영화관에서 자유롭게 감상평을 나누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독립영화는 따분한 영화일 수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여러 번 감상할수록 진가를 알게 되는 영화다. 지난 16일(목) 본지 기자는 독립영화의 의미와 독립영화를 관람하는 사람들의 문화를 알아보기 위해 독립영화관 두 곳을 찾았다.


이색 영화관, 관객들의 발걸음을 이끌다
본지 기자는 종로구 도심 속에 위치한 독립영화관 중 하나인 ‘EMU 시네마(이하 에무 시네마)’를 방문했다. 서울역사박물관 옆 골목길을 지나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니 복합문화공간인 ‘EMU(이하 에무)’가 있었다. 에무는 지하 2층에서 4층까지의 건물로 건물 내엔 ▶갤러리 ▶공연장 ▶레스토랑 ▶시네마 ▶교육관 ▶옥상 파티장이 있다.

에무의 2층에 위치한 에무 시네마는 지난해 5월 개관했다. 독립영화관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 독립영화관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는 시점에서 한 이례적인 개관이었다. 시혜지 에무 시네마 프로그래머는 “독립영화관이 사라져 관객들의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 독립영화를 상영하기 시작하니 오히려 좋은 반응이었다”며 상영을 시작한 첫날을 회상했다. 이어 시 프로그래머는 “외진 곳이라 사람들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첫 상영에서 모든 좌석이 매진됐다”고 덧붙였다.

에무 시네마에 들어가기 전 복도의 벽엔 「폭력의 씨앗」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미스 프레지던트(Mis-President)」 등 다양한 독립영화의 포스터로 가득했다. 이중 한국독립영화의 포스터가 유독 눈에 띄었다. 시 프로그래머는 “한국독립영화는 외국독립영화에 비해 관객 수가 적어 소수의 독립영화관에서만 주로 상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에무 시네마에선 한국독립영화도 많이 상영하고 있다. 이어 그녀는 “상업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영화관이 아닌 이곳만의 매력이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며 한국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에무 시네마의 상영관은 50석의 적은 좌석으로 구성된 상영관 하나뿐이다. 시 프로그래머는 “더 많은 사람들이 독립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빈 백(Bean Bag) 좌석’을 뒀다”고 빈 백 좌석이 생긴 이유를 설명했다. 빈 백 좌석은 스티로폼 알갱이가 들어 있어 편안함을 주는 빈 백을 좌석 맨 앞에 둬 관객이 자유로운 자세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한 에무 시네마만의 차별화된 문화다.

에무 시네마는 단순히 영화만을 상영하는 곳에 그치지 않고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시 프로그래머는 “독립영화를 즐겨보는 사람들이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며 ‘시네마다방’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함께 독립영화를 관람한 후 다과를 먹거나 술 한 잔을 마시면서 영화와 관련된 심층적인 대화를 나눈다. 이밖에도 에무 시네마에선 관객들과 함께 영화제를 방문해 친목을 다지는 ‘영화제 원정대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한다.


인디스페이스, 독립영화를 향한 애정으로 운영되다
여러 건물들이 즐비한 종로 3가 거리 사이에 서울극장이 눈에 띈다. 8층 높이의 건물 안엔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었다. 이 안에는 독립영화의 역사가 숨 쉬는 상영관도 있다. 바로 ‘인디스페이스(Indiespace)’다. 

2007년에 문을 연 인디스페이스는 우리나라 최초의 독립영화상영관이다. 독립영화인들의 노력으로 명동에 위치한 중앙시네마에서 처음 개관했다. 그러나 2년 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지원이 줄어들면서 인디스페이스는 문을 닫게 됐다. 이후 정부의 지원 없이 민간의 힘으로 운영해보자는 움직임이 일었고, 덕분에 인디스페이스는 2012년 5월 광화문에 재개관할 수 있었다. 현재는 종로3가에 위치한 서울극장의 한 상영관을 임대해 운영하고 있다. 안소현 인디스페이스 사무국장은 “80년대엔 사회 문제를 다루는 독립영화를 개봉하는 것이 구속 사유가 되기도 했다”며 “외부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영화를 상영하고자 인디스페이스가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큰 건물 안에서 인디스페이스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은 작은 규모였다. 10개의 상영관 중 인디스페이스는 6관 하나만을 차지하고 있었다. 6관은 서울극장 건물의 3층에 위치하고 있다. 의자가 빽빽하게 놓여있는 인디스페이스는 다른 극장과 차이점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의자에 앉고 나니 특별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의자마다 명패가 있다는 것이다. 인디스페이스는 2012년에 새로 개관하면서 배급사, 각 영화 단체, 영화인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후원을 받았다. 이에 의자 뒤에는 각 의자를 후원한 사람의 이름이 적혀있다. 유명 배우부터 일반 관객들까지 독립영화를 향한 다양한 사람들의 애정이 느껴졌다.

또한 인디스페이스는 서울극장 안에 있지만, 서울극장의 일반 상영관과는 다른 에티켓이 적용되고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뚜껑 있는 음료를 제외한 음식물은 반입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영화관 내에 위치한 매점에서도 인디스페이스 방문자인지를 확인하고, 인디스페이스 방문자에게는 음식물을 판매하지 않고 있었다.

이날 인디스페이스에서 영화 「해피뻐스데이」를 관람하고 나온 김세훈(남·28) 씨는 평소 독립영화에 관심이 많아 독립영화관을 자주 방문하고 있다. 그는 “독립영화관을 방문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몰입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며 ‘남들과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독립영화관의 장점을 설명했다.


독립영화, 역경을 딛고 색다른 문화를 형성하다
독립영화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어 정의를 내리기 쉽지 않다. 흔히 독립영화의 ‘독립’은 대형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한다. 이지연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은 “독립영화는 영화 제작자와 스태프가 자본이나 외부환경에 제약받지 않고 표현한 영화다”며 “상업영화에 비해 더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흔하게 보는 큰 규모의 상업영화들은 외부 자본이 투입되기 때문에 흥행을 위해 대중성 및 흥행성을 확보해야 한다. 반면 독립영화는 제약이 없기 때문에 종류와 주제가 다양하다. 이런 독립영화의 다양성은 한국영화들을 풍성하게 만든다. 이 사무국장은 “독립영화는 관객들이 다양한 주제의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한다”며 독립영화의 기능을 설명했다.

서울독립영화제를 비롯한 독립영화제의 관객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독립영화제의 관객 수 증가는 곧 독립영화에 대해 관객들의 관심이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독립영화의 관객 수는 여전히 적다. 이 사무국장은 “우리나라 독립영화의 상영은 안정적이지 않다”며 “영화가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영화관의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관객 수가 적다”고 설명했다. 한국독립영화 중 비교적 많은 관객들이 관심을 가졌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개봉 첫 주 최대 스크린 수는 206개였다. 반면 상업영화로 흥행해 우리나라 역대 박스오피스(Box Office)에서 1위를 차지한 「명량」은 개봉 첫 주에 1,587개의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상영된 스크린 수에서부터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에 이 사무국장은 “독립영화를 보고자 하는 관객들이 있지만 환경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독립영화는 환경뿐만 아니라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는다. 극장에 관객이 꾸준히 있더라도 사업을 확장하고, 관객들을 더 만나기 위한 프로그램을 펼치기엔 운영자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안 사무국장은 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녀는 “독립영화계에서도 정부에 지원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영진위 등 영화 발전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에서 독립영화관 자체를 문화적 자원으로 여기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30일부터 9일 동안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가 개최된다. 연말의 가장 큰 독립영화행사 중 하나로, 한 해 동안의 한국독립영화를 결산하는 국내 유일의 독립영화 경쟁영화제다.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 총 111편의 작품이 관객들에게 소개된다.

이 사무국장은 “영화제에 관객들의 많은 관심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더불어 영화제뿐만 아니라 독립영화에도 많은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서울독립영화제를 앞둔 소감을 말했다.

독립영화 중에는 20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도 많다. 20대의 고난과 불안함, 청년실업 등의 문제까지도 적나라하게 담고 있다. 이 사무국장은 “그런 영화를 보면 안타까우면서도 자기의 이야기처럼 느껴 오히려 위로받을 수 있다”며 “함께 영화를 보면서 기운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간이 난다면 멀티플렉스 영화관 대신 독립영화관을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세상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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