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근에 미국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를 다녀온 분의 이야기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CEO인 마크 저크버그가 창문 너머로 누군가와 미팅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막은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사진을 찍으려는 창문에 "나를 동물원 개 취급하지 마세요, 마크"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회사의 사진을 보면, 대부분 직원들이 노는 듯한 분위기다. 회사에서 노는 것처 럼 보이는 것, 이것이 과연 어떻게 가능할까? 실리콘 밸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뭘까? 실리콘 밸리의 많은 CEO들은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꼽는다. 실패한 사람은 끝장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 려 실패해 본 경험을 인정해 주는 문화라는 것이다. 기업에 있던 사람이 벤처를 차려서 나가면 격려하고 환영한다. 그 벤처가 성공하면 M&A로 그 회사를 사주기도 한다. 만약 실패하면 기업에서 다시 받아준다. 그런 과정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잡았다. 한국에서 벤처가 안 되는 이유로 그들은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문화'를 꼽는다. 기업에 있다가 벤처를 차려 나갈 때 '배신자' 소리 안 들으면 다행이다. 실패하면? 재기하기 힘들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실리콘 밸리의 연간 총생산량은 3조 달러에 달한 다. 사실 창업이나 벤처라는 것은 선진국에서 발전 하게 되어 있다. 어떤 분석에 의하면, 1인당 소득이 1만5천 달러에서 3만5천 달러 사이에 있는 나라들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 이상의 소득이 되어야 벤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리콘 밸리에는 드래퍼(Draper) 대학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창업대학’이라고 할 수 있다. 드 래퍼라는 사업가가 만든 대학인데, 창업을 가르치는 곳이다. 7주 과정의 등록금은 1천만 원. 호텔급의 시설 속에서 먹고 자면서 공부하는 기숙 학교다. 창업에 대한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더 중요한 것은 창업에 필요한 펀드를 연결시켜 주는 것이다.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학교가 아니라, 창업에 필요한 거의 모든 네트워크를 연결시 켜 주기 때문에 이 학교의 인기가 높다.

벤처를 키우는 이런 곳에 가면, 열린 공간에 여 러 회사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벤처를 시 작할 때는 네트워크를 통해서 시너지를 발휘해야 제 대로 된 비즈니스가 가능하다. 네트워크, 시너지, 이런 것이 없이 단순히 아이디어만 가지고 벤처를 성공시키기는 어렵다. 미국의 ‘500 스타트업(Start-up) 프로그램' 같은 것을 보면, 창업을 위해서 네트워크 를 만들어 주는 데 주력한다. 창업에는 아이디어만 큼 네트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IT시대의 특성상, 승자가 모든 것을 다 가져가는 구조는 더 굳건해질 수밖에 없다. 상위 1%와 나머지 99%의 격차는 벌어 질 수밖에 없다. 그 사다리에서 더 높이, 더 멀리 올 라가기 위해서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100개의 아이디어가 있으면 10개가 실행된다. 그 10개 가운데서 겨우 하나가 성공하는 것이 벤처의 세계다. 하지만 그 과실은 크고도 달다. 그리고 실리콘 밸리의 경우, 미국 경제에 이바지하는 비중도 매 우 높다. 그런 벤처를 키우기 위해서는 우리에게도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결국은 문화가 경제를 만든다. 벤처 정신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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