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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여, 언어장벽 허물기
서어리 기자  |  smpser71@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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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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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ㆍ남고를 거쳐 올해 남녀공학 대학에 진학한 K군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같은 과나 동아리의 여자 동기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들이 한 말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입을 굳게 다무는 일이 많아졌다. 만나도 인사만 할 뿐 긴 대화를 나누지 않다보니 그들과의 사이는 자연스레 소원해졌다.


대부분의 사회는 여성과 남성이 각기 다르도록 종용해왔다. 언어도 예외는 아니다. 사회화과정을 통해 여성과 남성은 각기 그들만의 특정한 문장 구조, 어법, 독특한 표현을 발달시켜왔다. 그렇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언어습관이 다르게 형성되는 사춘기 시절, 여성과 대화다운 대화를 나눠본 경험도 없다면 당연히 ‘여성의 언어’를 이해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K군처럼 상대방의 성별 언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할 경우, 무턱대고 ‘그래서 여자는…….’ 혹은 ‘그래서 남자는…….’과 같은 편견에 휩싸인 채 말하기 쉽다.

   
 
   
 

여성과 남성의 언어적 차이는 대화를 통해 가장 확연하게 드러난다. 명지대 이화연 교수가 실시한 ‘여성과 남성의 발화상의 차이’ 연구조사에 따르면 여성은 1인당 평균 47단어, 남학생은 1인당 평균 33단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말이 많다’는 것이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어떠한 사물을 묘사할 때 비교적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색채묘사와 같은 경우를 떠올려보자. 동일한 색을 두고 남성은 ‘빨갛다’와 같이 단순묘사에 그치는 반면 여성은 ‘빨갛긴 한데 분명하지 못한 빨간색, 그리고 단풍색에 가깝거나 그보다 조금 밝은 편’과 같이 자세하게 묘사한다. 또한 명사나 동사에 갖가지 형용사, 부사를 붙여 수식하기도 한다.


부사 사용과 관련해서 여성의 언어 습관에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는 여성이 새로운 부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뜸을 포옥 들이신 다음 열어주세요.’ ‘여기에 색깔이 짜르륵 들어있는 거에요?’와 같이 여성은 자신이 임의로 만든 ‘창조적인’ 부사를 활용한다. 한편 ‘완전’ ‘너무’와 부사만을 사용해 ‘완전 멋있다.’ ‘완전 힘들다.’와 같이 한정된 표현을 쓰기도 한다. 또한 ‘어머어머’ ‘그래그래’와 같이 하나의 부사를 반복적으로 중첩해 사용하는 경향이 짙다.


음운적인 특징에도 남성들에 비해 두드러지는 여성들의 언어에는 특징이 있다. 여성 언어는 남성 언어에 비해 ‘ㄹ 첨가’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여성들이 자주 사용하는 구어체 표현 중에는 ‘요걸로’ ‘알아볼라구’ 처럼 단어 사이에 'ㄹ'이 첨가돼있다. 또한 여성은 ‘쪼끔’ ‘짝다’와 같이 경음을 많이 사용한다. 또한 발화시, 평서문을 사용할 경우 남성은 하강조로 끝나는 경향이 있고, 여성의 말은 다소 길고 완만하고 부드러운 억양곡선을 그리는 경향이 있다. 의문사가 포함된 의문문에는 대개 하강조로 끝나는 것이 전형적인 유형인데 반해 여성 언어에서는 끝이 다소 올라가는 느낌을 준다.


남성은 침묵으로 대화를 지배하면서 경쟁적 대화를 추구하지만 여성은 맞장구를 치는 등 상대방 대화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며 경험을 공유하고 협동적인 대화를 나눈다. 또한 여성은 상대방에게 책망하거나 요구하는데 소극적이다. 따라서 직접 말을 못하고 혼잣말로 한다든지 옆의 친구에게 말해 상대방에게 들리게끔 하는 등 간접적 방식으로 의사표현을 한다. 직접 의사표현을 할 경우에는 ‘~ 해주시지 않겠어요?’ ‘~ 해주세요’와 같이 명령조보다는 완곡한 청유형 문장을 사용해 특유의 공손함을 보인다.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러더라구요’와 같은 ‘애매어법’은 여성의 언어에서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글쎄요’ ‘몰라요’와 같은 표현도 망설이고 자신없는 듯한 모습을 나타내는 것으로, 전통적으로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여성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과 남성의 언어적 차이는 고정돼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할 수도 있다.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언어적 특성인 ‘수다’가 이제는 여성만의 것이 아니라는 시각이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특징 때문이다. 여성의 언어가 지닌 특성은 상대방, 특히 남성들과의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해 변화할 수도 있다.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 제1원칙과도 같은 대화, 여성과 남성의 대화에는 이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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