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강의]

현대를 사람들은 정보화시대(Information Age), 혹은 디지털 시대(Digital Age)라 한다. 디지털은 아날로그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자료를 연속적이 아닌, 특정한 최소 단위를 갖는 이산적(離散的)인 수치를 이용해 처리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 용어는 손가락을 뜻하는 라틴어 낱말 ‘digit’에서 나온 것이라 한다. 컴퓨터에서는 모든 자료를 디지털 방식으로 처리한다. 즉 0과 1로 이뤄지는 이진법 논리를 사용해서 연속적인 신호를 디지털로 바꾸고 0(꺼짐) 아니면 1(켜짐)로 이뤄지는 단절적 신호의 집합으로 모든 정보를 처리한다. 하드웨어는 0과 1을 전자가 저장돼 있음과 비어 있음(메모리 소자), 빛이 있음과 없음(광통신), 자화가 돼 있음과 돼 있지 않음(하드디스크) 등으로 기호화된 디지털 신호를 통해 정보를 처리, 전송, 저장을 가능하게 한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을 통해 디지털 기술은 여러 가지 정보를 생산·유통·전달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석탄과 철강으로 대변되는 1차 산업혁명, 전기와 석유로 대변되는 2차 산업혁명에 이어 3차 산업혁명은 양자역학의 태동과 실리콘 반도체를 기반으로 하는 집적회로(integrated circuit, IC) 소자기술에 의해 시작됐다. 인류의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혁신적인 발명이라는 고체재료 트랜지스터와 실리콘 반도체 집적회로는 창업과 혁신의 대명사인 실리콘 밸리를 탄생할 수 있게 했다. 20세기 중반에 이뤄진 이 발명은 아직도 진행 중인 디지털 혁명의 초석이 됐다. 개인용 컴퓨터와 휴대폰, 그리고 인터넷 등은 이러한 기술적 진보의 산물이며 우리의 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꿔 놨다. 이제는 3차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디지털 기술이 점점 고도화되면서 인공지능에 의한 4차 혁명의 시대가 도래한다고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인공지능의 산물인 알파고는 바둑에서 인간을 이김으로써 그 존재를 확실하게 부각했으며 이제 스스로 알아서 목적지를 찾아가는 자율주행차,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 의사 등 앞으로 꿈으로만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우리 생활에서 현실화될 것이다.

산업화에는 뒤졌지만 정보화에는 앞서가자는 우리의 노력은 많은 결실을 봤고 우리나라의 과학기술발전과 산업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황무지에서 시작했던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DRAM, flash 메모리에서 세계시장을 석권했고 디스플레이 산업도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DRAM에서 1비트(bit)의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셀은 하나의 트랜지스터와 하나의 커패시터로 이뤄져 있다. 1기가비트 DRAM은 이러한 단위 메모리 셀이 10억 개 집적이 된 소자이다. DRAM은 전원이 꺼지면 커패시터에 저장된 전자가 사라져 저장된 정보가 없어지는 휘발성 메모리인 비해 flash 메모리는 전원이 꺼져도 저장된 전자가 그대로 머물러 있어 정보가 반영구적으로 저장되는 비휘발성 메모리이다. 가장 앞서가는 공정기술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업체가 세계 최초로 기가의 1000배인 테라비트 메모리 소자를 개발했다는 것은 고무적인 사실이다. 모든 하드웨어는 재료로 만들어지며 공정기술을 통해 제품으로 상품화된다. 앞으로도 이 분야에서 많은 기회가 존재할 것이며 우리 공과대학의 교육에서 이 분야도 여러 선택 중의 하나이다.

이시우 화공생명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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