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카페’는 인스타그램(Instagram)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단어다. 이 단어를 입력하면 진한 아메리카노(Americano)부터 알록달록한 주스까지 다양한 음료들이 담긴 게시물들을 볼 수 있다.

이런 음료들은 카페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일까? 홈카페족은 이 물음에 ‘아니오’라고 답한다. 홈카페족은 자신이 마시고 싶은 음료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홈카페를 즐기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커피는 카페에서만 마실 수 있나요?
‘홈카페(Home Cafe)족’이란 카페에서 판매하는 음료를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들은 간단한 커피부터 시작해 차, 주스, 디저트(Dessert)까지 다양한 먹거리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 즐긴다.

스스로를 홈카페족이라고 칭하는 길현희(여·27) 씨는 대학교 1학년 때 홈카페를 시작했다. 카페에서의 아르바이트 경험을 바탕으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길 씨는 직접 커피기계를 구입해 집에서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매일 아침 회사에 출근하기 전에 라떼(Latte)를 만들어 마셔요”라며 “음료 위에 크림을 올려보는 등 다양한 시도도 하고 있죠”라고 말했다.

길 씨는 ‘내 입맛에 맞는 음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홈카페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요즘 사람들은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제품을 기성품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며 “커피도 입맛에 맞는 원두를 선택하고 원하는 장식재료를 올려 자신만의 음료를 만들고 싶어하죠”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홈카페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기호에 맞는 커피를 만들어 마실 수 있게 됐어요”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홈카페를 실천 중인 고선미(여·28) 씨는 음료와 더불어 디저트까지도 직접 만들고 있다. 고 씨는 “주로 제가 창작해서 디저트를 만들어요”라며 “호주에서 일했던 호텔과 학교에서 배웠던 디저트들을 다시 연습하거나 응용하기도 하죠”라고 말했다. 이어 “먹고 싶은 디저트를 판매하는 카페가 멀어 가지 못할 땐 그 카페에서 음식을 먹었던 기억을 되살려 음료와 디저트를 만드는 편이에요”라고 덧붙였다. 고 씨는 홈카페의 가장 큰 장점이 ‘굳이 카페에 가지 않아도 디저트를 집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선하고 질 좋은 재료를 사용해 양질의 디저트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쿠키(Cookie)를 만들 때 카페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초코칩도 많이 넣고 크게 만들 수 있어요”라며 “홈카페를 통해 취향에 더 맞는 디저트를 즐길 수 있죠”라고 말했다.

이런 장점이 사람들의 눈길을 홈카페로 이끌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Facebook)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이하 SNS)에서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길 씨는 “SNS에서 홈카페 관련 게시물을 본 적이 없던 이전과는 달리 근래에는 자주 접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또한 홈카페를 즐기는 사람들의 SNS를 구독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홈카페, 한 사람만을 위한 카페
길 씨와 고 씨 모두 “홈카페에 대한 관심이 최근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한다. 고 씨는 “최근 특색있는 카페를 방문하는 ‘카페투어(Cafe Tour)’가 유행해 인기 있는 카페를 가면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해요”라며 “홈카페는 굳이 기다리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메뉴의 음료를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한편 박정수 한국커피협회(이하 협회) 부회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를 집에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홈카페의 장점이에요”라며 “카페와는 달리 어떤 원두로 어떻게 만들어 마실지를 자신이 직접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홈카페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또한 홈카페에 대한 관심의 증가에 대해 협회에서는 1인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의 증가를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 협회 내에서 홈카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서혜승 커피 지도사 팀장은 “대가족 형태가 붕괴하면서 ‘혼밥’ ‘혼술’과 같은 1인 체제가 유행이에요”라며 1인 체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시대에서 개인을 위한 ‘나만의 커피 만들기’에 대한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홈카페를 즐기는 사람들은 증가하고 있지만, 협회의 ‘홈카페 인증 인원’은 지난해부터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홈카페 인증 인원이란 협회 내에서 인정하는 자격증을 받은 인원을 의미한다. 2015년 홈카페 인증 인원은 3,200여 명이었으나 이듬해 2016년에는 2,300명가량으로 감소했다. 서 팀장은 “홈카페 인증 인원이 감소하는 현상은 2016년도 하반기에 홈카페 교육과 관련된 규정이 강화된 것이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라고 분석했다. 협회 내에서 인증한 기관에서만 홈카페 교육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교육할 수 있는 절차가 복잡해진 것이다.

그렇지만 서 팀장은 “홈카페에 대한 관심은 확실히 늘고 있으며 그 만족도 또한 굉장히 높아요”라고 말했다. “홈카페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 중 특히 주부들은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고도 말씀하곤 해요”라며 홈카페 교육의 접근성을 높인다면 앞으로 바리스타 자격증만큼이나 홈카페 인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현했다.

협회에서는 2011년에 처음으로 ‘홈카페마스터 프로그램(Home Cafe Master Program, 이하 프로그램)’을 공식화했다. 본 프로그램은 각종 도구 사용법과 함께 커피 향미의 기본적인 이해를 돕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수강생들은 커피에 대한 기초 지식을 배우고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직접 만들며 각종 도구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본 프로그램은 향후 일상생활 속에서도 커피나 차를 즐기는 문화가 보편화되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서 팀장은 “최근의 홈카페 문화현상이 프로그램의 취지와도 부합해요”라며 “홈카페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긴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홈카페족, 새로운 카페문화를 형성하다
홈카페족의 증가는 커피기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커피를 내리는 방법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계가 등장해 가정에서 커피를 쉽게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원두를 볶아 갈아낸 후, 잘게 갈린 원두 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어야 하는 번거롭고 어려운 과정을 생략해 전문적인 기술이 없어도 커피를 내릴 수 있게 한 것이다. 갈려있는 원두를 구매해 여과기에 놓고 뜨거운 물을 넣으면 커피가 나오는 모카포트(Mocha Port)와 캡슐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일정한 양의 커피가 나오는 캡슐커피기계가 이에 해당한다.

윤정자(여·49) 씨는 집들이 선물로 캡슐커피기계를 받았다. 윤 씨는 “캡슐커피는 즉석 커피와는 다르게 향이 좋아요”라며 “캡슐커피는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와 비교해도 맛 측면에서 뒤처지지 않아 자연스레 카페를 찾는 횟수가 줄었어요”라고 말했다. 커피를 집에서 쉽게 내릴 수 있게 되자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 윤 씨는 “집에서 취미생활로 커피를 만들던 사람들이 커피와 관련된 전문적인 지식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라며 “주위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도 늘었죠”라고 말했다.

홈카페족이 증가하면서 카페를 찾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생긴다. 이에 서 팀장은 “원두로 직접 커피를 내리는 사람들이 늘어도 카페를 찾는 사람은 줄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요”라며 “카페에서 직접 볶은 원두나 홈카페에 필요한 도구를 판매하는 등의 많은 변화를 시도하기 때문이에요”라고 설명했다. 변화를 통해 카페마다 새로운 경쟁력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박중연(남·21) 씨는 동네에 있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박 씨가 일하는 카페에서는 직접 볶은 원두를 판매한다. 그는 “카페에 원두를 구매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라며 “요즘은 자신이 원하는 원두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죠”라고 말했다. 이어 “일하고 있는 카페에서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집에서 만들기 힘든 음료를 개발하려고 노력해요”라고 덧붙였다. 박 씨는 고가의 장비를 필요로 하는 프라푸치노(Frappuccino)가 이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손님을 모으기 위한 카페의 변화는 인테리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스타벅스(Starbucks)’는 도서관을 콘셉트로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자신의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한 분위기를 주는 인테리어를 선택했다. 일부 카페에서는 재미있는 글귀를 네온사인(Neon Sign)으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 이목을 끌기도 한다. 이런 외적인 변화는 SNS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서 빠르게 알려졌고 이는 사람들의 발길을 끌었다.

이런 카페의 변화에도 홈카페를 향한 관심을 늘어만 간다. SNS상에 올린 커피 제조 영상으로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길 씨는 집에서 음료를 만들 때 모르는 점이 있으면 인터넷을 활용한다. “이전과 달리 요즘엔 인터넷에 홈카페와 관련된 정보가 많아요”라며 홈카페를 이제 막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잠깐 시간을 내 바쁜 생활에 지친 자신에게 직접 음료를 만들어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 나만을 위한 음료를 만들며 여유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홈카페(Home Cafe)를 실천중인 고선미(여·28) 씨가 직접 만든 '쿠키 앤 크림 셰이크(Cookies and Cream Shake)'와 디저트(Dessert)다. <사진제공=고선미 씨>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