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심사평-심사위원 김한성(한국어문학부 교수), 유성호(한양대 국문과 교수)

이번 제23회 숙명 여고문학상 백일장 시 부문에는 많은 학생들이 공들이고 정성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백일장의 특성 상, 심사위원들은 정제된 표현이나 꽉 짜여진 구성보다는, 순간적으로 제시된 시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것에 충실한 구 심을 이루면서도 개성적인 사유와 감각을 보인 시편들을 중심으로 작품들을 읽어나갔다. 각자의 경험적 구체성을 바탕으로 언어 미학의 완성을 꾀하려는 의욕이 많이 늘어난 데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할 만하다고 생각된다.

수상작을 고심 끝에 골랐다. 백로상 수상작은 5월을 맞은 아빠, 장애를 가진 아빠의 모습이 매우 구체적이고, 또 그 안에 어깨를 절룩이며 이른 더위를 닦아내는, 힘겹지만 당당한 서사를 가진 아빠의 모습을 잘 담아낸 시편이다. 하지만 화자의 지향이 다소 모호성을 드러낸 것이 아쉬웠다. 착상과 전개에 누구보다도 뛰어난 자질을 가졌으니 앞으로 정진을 바란다.

청송상과 매화상 수상작은 각각 '거울'과 '오월'의 감각과 사유를 진정성 있게 구현해내는 역량을 보여주었다. 가족 서사나 시의적 서사를 다룬 것이 각각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시제를 향한 집중성이 조금 모자랐고, 이미지가 선명한 장점에도 불구 하고 화자의 정서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감각이 살아 있는 데 비해, 그 감각을 둘러싼 구체성이 부족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수상한 분들께 거듭 축하를 드리면서 지속적인 정진을 새삼 부탁한다. 앞으로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많이 나와, 숙 명 여고문학상의 위상을 점점 높여가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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