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_김주윤(고양예술고등학교)

장애인 주차 구역에 차를 대고
아빠는 휠체어로 옮겨 앉았다
집으로 향하는 아빠의 등이
땀으로 젖어있다

선풍기를 꺼내며 아빠는 달력을 힐긋 본다
4월인데 왜 이렇게 덥냐
아빠, 이제 5월이야
나는 달력을 넘기다
익숙하게 생긴 그 숫자를 들여다본다

휠체어를 굴리느라
남들보다 쉽게 더워진다고 했다

한쪽이 가는 다리를 뻗고
바닥에 앉아
아빠는 선풍기를 닦는다

아빠 등의 땀 자국이
꼭 사람 얼굴처럼 얼룩졌다
달려오던 5월이 부딪힌 자국 같다

선풍기 머리같이 동그란 점을
5 위에 그리면
휠체어에 탄 아빠가 된다

5월의 얼굴을
등에다 그린 채로

아빠는 어깨를 절룩이며
이른 더위를 닦아내고 있었다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