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길었던 겨울도, 정신없던 3월도 어느덧 지나고 캠퍼스 곳곳에 꽃잎이 흩날리는 시기가 왔다. 마냥 예쁘게만 느껴지는 계절, 봄이 온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마음 한 편은 봄이 오면 따뜻해지는 날씨와는 반대로 왠지 시큰거려온다. “이 땅에 봄이 있는 한, 이 땅에 4월이 있는 한 세월호의 아픔을 잊지 않겠다”던 한 대통령 후보의 말처럼 봄만 되면 떠오르는 몇몇의 마음 아픈 사건들 탓이다.

3년 전 봄, 지난 2014년 4월에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충격을 가져다 준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다. 한창 들뜬 계절에 달뜬 마음을 품은 채 배에 탄 아이들에게 그야말로 참사가 일어났던 것이다. 그 이전에는 1980년 봄에 일어난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독재정권에 반대하며 민주주의를 외치던 많은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4.19혁명 또한 1960년 4월, 꽃이 만개하는 계절 봄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아주 오래 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민중 궐기의 뿌리로 일컬어지는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났었다.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는 시 구절을 보면, 그 해의 봄도 그저 따사롭지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새싹이 돋아나는 때에 우리 민족은 큰 희생을 여러 차례 겪어야만 했던 셈이다. 이 때문일까,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이와 같은 아픔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와 소중한 이를 추억하는 슬픈 이야기들 또한 끊임없이 들려오곤 한다.

이처럼 우리 민족에게 봄은 유난히 아픈 계절이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던 영국 시인 T.S 엘리엇(Eliot)의 표현은 언제부터인가 우리네의 입으로 읊조리는 말이 된 지 오래다. 먼 나라 시인의 시 속 한 구절에 불과함에도 우리는 이 구절을 외고 또 외며, 특별히 깊은 공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 같은 반응의 근원은 이 구절을 읽을 때면 필자의 마음이 씁쓸해지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제껏 우리 민족의 봄은 어쩐지 차가웠고, 지금까지도 또한 그렇다. 예뻐야 할 계절 봄은 어느새 잔인한 계절이 되고 말았다. 그것은 특히 다름 아닌 민중들, 국민들에게 더더욱 그래왔다.

봄이 올 때면 유난히 생생하게 기억을 더듬는 여러 사건들에 우리의 봄은 앞으로도 마냥 행복한 계절일 수만은 없다. 우리는 그때의 기억들을 지닌 채 계속해서 찾아올 봄을 살아가게 될 것이고, 요동치는 가슴 한 쪽을 붙잡은 채 또 다가올 여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부터 찾아올 봄은 점차 찬란해지길 소망해보며, 우리는 이러한 사건들과 그 사건들로 하여금 떠오르게 만드는 얼굴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언젠가 만나게 될, 진정한 봄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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