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던져진 옷가지와 책상에 가득 쌓인 책들로 비좁은 방 안은 발 디딜 틈도 없다. 바쁜 생활에 시달리던 A 학우는 한동안 방을 정리하지 못했다. 대학교에 입학할 때 받았던 인형부터 2년 전 휴대전화를 살 때 받은 상자까지 쓰지 않는 물건들이 방안에 가득했다. 주말에는 꼭 필요 없는 것들을 버려야겠다는 다짐은 일상이 됐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와 어지러운 방을 보면 답답하기만 했다.

A 학우의 삶은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를 알게 된 후 바뀌었다. A 학우는 지인의 소개로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접했다. 그곳에선 A 학우와 같은 고민을 하던 많은 사람들이 단순하고 깔끔한 생활 방식인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조언에 따라 A 학우는 방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리라 결심했다. 읽지 않는 책, 모아두었던 기념품, 예쁘지만 잘 입지 못했던 옷 등 생필품을 제외한 모든 물건을 처분했다. 평소엔 좁기만 했던 방은 훨씬 넓어졌다. 깔끔하고 소박한 방에서 오는 편안함을 느낀 A 학우는 생활 습관도 점차 바뀌는 것을 느꼈다. 생활에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구입하지 않고, 필요한 물건도 많은 양을 사지 않게 됐다. A 학우는 더 이상 물건에 집착하지 않게 된 자신을 자랑스럽게 ‘미니멀리스트(Minimalist)’라고 부른다.

미니멀 라이프란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을 말한다. 미니멀리스트들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고 불필요한 나머지는 모두 버리거나 기부한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이들의 삶은 간소하지만 부족하지 않다.
 

미니멀라이프
물건을 비우고 마음을 채우다

미니멀 라이프는 인테리어부터 인간관계까지 인생 전반에 걸쳐 간결함을 추구하는 삶의 형태다. 소중한 사람에게 집중하고 이외의 인맥을 정리하는 ‘관계 미니멀 라이프’,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시간 미니멀 라이프’ 등 다양한 형태의 미니멀 라이프가 있다.

홍성연(한국어문 17) 학우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했다. 홍 학우는 “어느 날 삶을 새롭게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옷도 다 버리고, 책상과 벽장도 비웠어요”라며 “깨끗하게 정리된 방을 보니 속이 후련했죠”라고 말했다. 홍 학우에게는 물건을 가지는 데도 자신만의 규칙이 있다. 바로 ‘똑같은 물건은 무조건 하나 이상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 학우는 똑같은 물건을 두 개 이상 갖게 되면 반드시 하나만 남겨둔다. 나머지는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온라인 중고 거래를 이용해 학우들에게 저렴하게 판매한다.

현재 홍 학우는 인간관계에도 미니멀 라이프의 태도를 적용하고 있다. “지금 제 전화부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소중한 사람들뿐이에요” 홍 학우는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 정말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됐다. 홍 학우는 “물건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상대방에게 집착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어요”라고 말했다.

일 년 전부터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는 이미경(여·51) 씨도 미니멀 라이프 덕분에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 있다. 이 씨는 작년 이사를 계기로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을 두게 됐다. 이삿짐을 정리하다 보니 필요 없는 물건을 사들인 비용과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주방용품을 정리하면서 그동안 제가 이토록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살았는지 깨달았어요”라며 “남보다 더 좋은 물건을 더 많이 가지려는 제 욕심에 놀랐죠”라고 말했다.

소비 습관도 바뀌었다. 이 씨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물건을 구입할 때 꼭 필요한 물건인지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구입하지 않으며 잘 입지 않는 옷은 기부를 하거나 분리수거하는 것이 당연해졌다. 이 씨는 미니멀 라이프가 경제적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미니멀 라이프덕분에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 씨는 미니멀 라이프를 ‘내 삶의 다이어트’라고 표현한다. 미니멀 라이프덕분에 집안이 한결 보기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기분마저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집안이 훨씬 깨끗해진 모습을 보니 마음도 건강해졌어요”라고 말했다.
 

미니멀리스트
세상이 주목한 간결함에 빠지다

‘최소’를 지향하는 미니멀리스트의 수는 점점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말부터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졌다. 현재 7만 명이 넘는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미니멀 라이프’는 2014년 12월 문을 열었다. 미니멀 라이프의 인기는 출판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책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는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2015년 12월 국내에 발간된 이 책은 일본인 작가 사사키 후미오(佐々木 典士)가 서술한 자기계발서다. 저자는 처음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기 시작했던 10년 전의 이야기, 이를 실천하면서 얻게 된 것, 실천하는 방법 등을 소개하며 미니멀 라이프를 권유한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시작으로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자기계발서들이 국내 서점에 여럿 등장해 독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미니멀 라이프의 열풍이 불었다. 물건에 대한 집착을 끊고 이를 버리는 ‘단사리(斷捨離) 운동’도 유행했다. 단사리는 2009년 12월에 발간된 야마시타 히데코(山下秀子)의 저서 「버림의 행복론」에서 처음 언급된 단어다. 단(斷)은 불필요한 것들이 나에게 들어오지 못하게 끊는다는 의미를, 사(捨)는 주변에 존재하는 불필요한 물건을 버린다는 의미를, 리(離)는 물건의 집착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사키 후미오는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일본의 사회 분위기가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이후 증가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2011년에 발생한 갑작스러운 재난은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다. 위기를 겪은 이들이 진정한 소유의 의미를 찾고자 한 것이 미니멀 라이프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미니멀 라이프는 낯선 말이 아니다. 아일랜드에서는 최소한의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을 야외 테라스로 활용하는 협소 주택을 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호주의 작은 아파트(Tiny apartment)도 10평 내외의 작은 공간에 꼭 필요한 물건만을 배치하는 미니멀 인테리어의 대표적인 예시로 손꼽힌다.
 

여유를 찾은 사람들
정리정돈의 즐거움을 공유하다

미니멀 라이프가 확산되면서 미니멀 라이프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사람도 있다. 2014년부터 ‘심플 라이프(Simple Life)’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탁진현(여·37) 씨는 6년 차 미니멀리스트다. 홈페이지 심플 라이프는 가정과 직장에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도록 도와주는 글로 가득하다. 탁 씨는 10년간 기자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사람들에게 미니멀 라이프의 노하우를 전해주고 있다.

탁 씨는 인간관계와 건강문제 등으로 심신이 지쳐있던 시기에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했다. 각박한 생활에 지쳐있던 탁 씨는 어느 날 집에 쌓여있는 서류들을 치워버렸고 홀가분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필요 없는 물건들을 차근차근 버리자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탁 씨는 “물건과 심리는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라며 “쌓아두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버리면 미래에 대한 불필요한 걱정이나 불안들도 함께 처분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죠”라고 말했다.

삶의 전 영역에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는 탁 씨는 살림살이도 간단하다. 옷 스물다섯 벌 정도에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소품까지 여행 가방 하나에 다 들어갈 정도다. 탁 씨는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집중하고자 인간관계에서도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한다. 탁 씨의 휴대전화 연락처에 저장된 사람은 50여 명뿐이다.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스마트폰에 저장하고 책상에는 아무것도 두지 않는 습관도 미니멀 라이프로 인해 생겼다.

탁 씨는 현재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는 등 미니멀 라이프를 알리기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쉽게 삶을 정돈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탁 씨는 미니멀 라이프가 불필요한 것에서 눈을 돌려 중요한 일에 주의를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도 미니멀 라이프가 확장되고 있다. 산업 분야에서도 미니멀 라이프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업계나 화장품 업계에서도 미니멀 라이프를 반영해 간단하면서도 유용성을 강조한 상품들이 적지 않다. 탁 씨는 “화장품 종류가 단순해지거나 화장품 성분에 화학물질을 최대한 제거하려는 시도도 미니멀리즘의 한 경향이에요”라고 말했다. 탁 씨는 “미니멀 라이프는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미니멀 라이프는 삶에서 가치 있는 것에 집중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다. 탁 씨는 물건을 버리는 데 집착을 하는 것은 또 하나의 다른 집착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비워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갖지 않고 삶에서 정리하고 싶은 것부터 조금씩 비워나가는 것이 건강한 미니멀 라이프를 즐기는 데 필요한 자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건을 버림으로써 자신의 마음에 평안을 안겨다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니멀리스트들은 오늘도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버리고 있다. 오랫동안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해온 탁 씨는 “미니멀 라이프는 삶에서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해요”라며 “이런 고민은 나 자신을 내 삶의 주인으로 만들어주죠”라고 말했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에 대한 고민을 하면,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건과 사람을 알아볼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비움으로써 나를 삶의 주인으로 만들어주는 미니멀 라이프. 오늘부터 어지러운 책상을 비워나가며 소중한 물건, 사람, 자신으로 행복을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 6년째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는 탁진현(여·37) 씨의 방이다. <사진제공=탁진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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