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숙케치]

 

무서운 한파가 닥친 2월 초, 겁도 없이 홀로 미국 시카고에 다녀왔다. 무려 9년 만이다. 아무것도 모르던 열한 살 여름, 부모님과 함께 겨울까지 시카고의 할머니 댁에 머무르며 학교에 다녔다. 그리고 이제 스무 살. 대학에 합격한 후, 나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또 다른 시카고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9년 전의 어린아이가 어른이 돼 다시 밟는 시카고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익숙하면서도 어색한 그 느낌에 13시간의 비행도 설레기 그지없었다.

시카고는 거대한 미시간 호숫가의 도로(Lake shore drive)를 따라 만들어진 시내 그 자체가 장관이다. 시카고 시내의 세련되면서도 학구적인 분위기는 자연사 박물관과 세계적인 명문 시카고대학교로 실감할 수 있다.

시카고에 도착한 바로 다음 날, 자연사 박물관을 방문했다. 일례로 그리스풍의 대리석으로 장식된 1층 로비에 들어서면, 바로 눈길을 잡아끄는 거대한 공룡 화석이 보인다. 바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이다! 높이는 약 12.3미터인데, 몸집이 작은 나로서는 전시된 화석인데도 무서울 정도였다. 티라노사우루스 화석 외에도, 박물관은 미국 지형에 관련한 운석부터 시작해 근현대 불합리한 인종차별의 역사까지 담고 있었다.

며칠 쉬는 것도 아까웠던 찰나, 시카고대학교를 방문해 눈에 교정을 가득 담았다. 끝없이 넓고 고풍스러운 시카고대학교 교정을 거닐며, 오랜 역사와 학풍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그날 저녁, 나는 1943년부터 이어져 온 피자집 우노(UNO)에서 딥디쉬 피자를 맛봤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카고 피자의 원조답게 크기가 매우 컸고 큰 만큼 맛도 대단했다.

열흘간의 시카고 여행은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황홀했다. 앞으로의 바쁜 나날들을 충분히 보상해 줄 수 있을 만큼 행복한 추억이었다. 숙대 학우들도 시카고에 들러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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