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지난 10일(금), 우리는 역사의 순간에 있었다. 소위 ‘역사 교과서에 남는 순간’이란 말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평소와 같이 마감을 위해 모여 있던 본지 기자들도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의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를 듣는 순간 환호성을 질렀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NAVER)’의 검색창에 ‘주문’을 치면 자동완성 검색어로 ‘주문 피청구인 박근혜를 파면한다’가 가장 먼저 뜰 정도로 대한민국 헌정사의 첫 대통령 탄핵은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저로 돌아갔고, 제19대 대통령선거는 5월 9일(화)로 결정됐다. 탄핵으로부터 열흘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안온하면서도 무섭다. 매일매일 특검의 수사 결과를 알기 위해 TV 뉴스와 신문 기사를 보던 시간에 소설을 읽고 있는 것이 어색하다. 손에 땀을 쥐게 했던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은 이제 머나먼 추억처럼 느껴진다.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지만,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최서원 씨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고, 그의 딸 정유라 씨는 아직도 덴마크에 있다. 17일(금) 송환 결정이 내려졌지만, 송환 결정에 반박할 것이라는 언론의 예측은 정유라가 대한민국의 법정에 설 날이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 최 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재벌 총수는 끊임없이 언론에 자신의 무죄를 주장한다.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은 오늘도 삼성동 사저에 모일 것이다. ‘여왕님’ ‘마마’를 지키기 위해 길거리에서 드러눕고, 절을 하는 행동을 불사한다. 우종창 조갑제닷컴 객원기자는 탄핵을 결정한 헌법재판관 8명을 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촛불도 계속해서 켜진다. 3월 25일(토), 4월 15일(토)엔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의 촛불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촛불집회를 주최했던 해당 단체는 집회 운영 비용으로 약 1억 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그조차 업체 측에서 7천만 원을 변제해준 비용이었다. 고심 끝에 후원을 요청한 단체는 단 하루 만에 8억 8천여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국민 2만 1천여 명의 소중한 후원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검찰 조사를 통한 형사처분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일) 사저로 들어가면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란 말을 남겼다. 우리들의 봄에는 어떤 꽃이 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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