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숙케치]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도전의 경험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에게는 홀로 떠난 외국 여행이 큰 도전이었다. 대학에 진학하며 적어 내렸던 버킷리스트에는 ‘혼자 외국 여행하기’가 있었다. 겁이 많은 성격이기에 정말 할 수 있을까 의심하기도 했지만 대학생활을 좀 더 넓은 세상에 대한 열망이 생겼다. 나는 혼자만의 외국 여행을 결정했다.

일주일간의 호주 여행은 시작부터 어려움이 있었다. 입국 심사 때 여권을 위조했다는 명목으로 심사관에게 따로 불려갔던 것이다. 결국 아니라고 판명되기는 했지만, 덕분에 20분간 아무것도 못한 채 감시 아래 기다려야만 했다. 한국인의 여권으로 위조하는 중국인이 많아서 오해를 받았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여행 가방도 말썽이었다. 오해가 풀린 뒤 안심하며 가방을 찾으러 갔을 때 본, 망가져 내용물이 다 보이는 가방이 내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 액세서리를 담아놓은 휴대전화 상자마저 누군가가 훔쳐갔다. 망가진 가방을 어떻게든 들고 새로운 가방을 사러 갔던 일은 이제 추억이다.

시작은 어려웠지만, 여행은 내내 즐거움만 가득했다. 새로운 사람들과 국적과 인종, 언어를 떠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 시드니와 멜번, 두 도시에서 게스트 하우스에 숙박하며 매일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했다. 하루는 계획 하나 없이 무작정 발길이 닫는 대로 걸어 다녔다. 벤치에 앉아 사람을 구경하기도 하고, 옆 사람에게 말을 걸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길을 잃었을 때 도움을 받기도 하고, 영어를 못하는 낯선 한국인을 돕기도 했다. 혼자일 때도 새로운 사람과 함께였다.

새로운 세상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열렸다. 호주는 사람이 더해지며 나의 세상이 됐다. 여행을 다녀온 후 나는 한결 여유로워졌다. 작은 두려움들을 이겨내려던 여러 시도들이 지금의 나에게 큰 자산이 된 것이다. 앞으로 분명 더 큰 어려움이 생기고 크게 두려움을 느낄 일이 많아지겠지만 즐겁게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전현정(가족자원경영 12)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