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지난 2월 24일 국책 연구 기관인 한국 보건 사회 연구원(이하 보사연)의 ‘13차 인구포럼’에서 발표된 한 보고서가 큰 논란을 일으켰다. “결혼 시장 측면에서 살펴본 연령 계층별 결혼 결정 요인 분석” 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 논란의 핵심은 이렇다. 고학력, 고소득의 이른바 ‘고스펙’ 여성들이 늘어남에 따라 점차 만혼, 비혼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으므로 국가 차원에서 휴학, 연수, 자격증 취득 등의 경험이 있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취업 시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해 말 전국 가임기 여성 분포도를 지도로 표기, 배포하여 논란이 되었던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의 ‘출산지도’와 맞물려 여론의 맹비난을 받았다.

2018년 코앞으로 다가온 대한민국의 인구 절벽 현상(15세에서 64세 인구, 즉 생산 가능 인구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에 대응하는 해결책으로서 국가적 차원의 급진적 해결 방안도 일면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에는 결과만을 생각했지, 그 원인과 과정을 심도 있게 고민한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우선 해당 방안은 여성을 인권으로 다루지 않는다. 단지 제 기능에 충실하지 못해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 된 하나의 ‘출산 기계’로 다룰 뿐이다. 저출산의 근본적 원인은 여성이 출산의 의무를 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보사연의 보고서가 그랬고, 가임기 여성들을 단순한 숫자로 통계적 수치화한 행자부의 출산지도가 그랬다. 저출산 문제 해결이라는 ‘국가적 업무’를 위해 여성을 단지 해당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로 분석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해당 해결책들은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 또한 생략된 채 세상에 나왔다. 아이를 낳지 않기 때문에 여성의 ‘고스펙화’를 지양하는 것이 저출산 문제의 솔루션이라는 일차원적인 사상이 21세기 대한민국 정부가 도출한 결과라고 그 누가 믿을 것인가. 성평등주의적 가치관이 자리 잡은 사회에서 오히려 고학력, 고소득 여성의 출산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인터넷 논문 사이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실이다.

신생아 인구 30만 이하로의 급격 감소, 65세 이상 인구 전체의 14% 차지. 2017년 대한민국이 맞닥뜨린 현실은 확실히 위험하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여성의 문제만으로 단정 지어 책임 전가하는 것은, 여성이 출산을 원하는 사회가 아닌, 여성에게 출산을 권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대한민국은, 과연 옳은 것일까.

강보인(미디어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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