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윤나영 기자>

지난해 안타까운 사건이 대중의 심금을 울렸다. 생리대 가격 인상으로 생리대를 살 돈이 부족해 신발 깔창을 생리대 대용으로 사용한 저소득층 소녀의 이야기였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s, 이하 SNS)에는 ‘월경 기간에 일주일간 학교를 결석하며 수건을 깔고 누워있었다’ ‘돈이 없어 휴지를 이용했다’ 등 생리대가 없어 고충을 겪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가격이 비싼 생리대를 대체할 수 있는 월경용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생리대 평균 가격은 개당 331원으로,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선진국보다 2배 가까이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지난 6년동안 생리대 가격이 25.6%가 오른 것으로 조사돼 여성들의 탄식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에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한 월경제품인 월경컵이 점차 주목을 받았다.
월경컵에 호기심을 갖는 이들이 증가하며 월경컵을 직접 구매하여 사용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월경컵 사용에 대한 사실적인 후기는 SNS를 통해 급격히 퍼져나가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이에 월경컵을 사용하는 여성들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더 이상 월경이 싫지 않아요
월경컵은 인체에 삽입해 월경혈을 받아뒀다가 버릴 수 있도록 제작된 컵 형태의 월경용품이다. 이는 인체에 무해하고 재사용이 가능해 친환경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경컵은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어져 깨끗이 씻으면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2~3만 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월경컵을 사용하면 연간 약 13만 원의 생리대 비용이 절감된다. 월경컵을 사용한 지 2개월이 됐다는 박희옥(여·48) 씨는 “월경컵은 한 번 구매하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어 일반 일회용 생리대보다 경제적이다”고 말했다.

재사용이 가능한 만큼 월경컵의 위생은 중요한 문제다 월경용품 정보 콘텐츠를 소개하고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이지앤모어(Ease And More)’의 안지혜 대표는 “월경컵을 삽입하고 제거하는 과정에서 손가락이 몸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며 “손을 청결하게 씻고 사용해야 하며 월경컵 자체의 위생 또한 신경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월경컵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끓는 물에 5분에서 10분 정도 소독한 후 깨끗이 씻은 손으로 접어 그 크기를 줄여야 한다. 월경컵을 접는 방법은 접힌 모양에 따라 ‘C자 접기(C-Fold)’‘7자 접기(Seven-Fold)’‘펀치다운 접기(Punchdown-Fold)’ 등으로 다양하다. 유수현(여·34) 씨는 “인터넷에서 7자 접기라는 월경컵 접는 방법이 편하다고 해서 시도해봤다”며 “7자 접기를 사용해 월경컵을 삽입하자 혈이 새거나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아 계속 사용 중이다”고 말하며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다양한 접기 방법을 시도하며 자신에게 맞는 모양을 찾는 과정을 거쳐야 월경컵을 안전하고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질 내부에 월경컵을 삽입한 후에는 월경혈의 양에 따라 한 번에 4시간에서 최대 12시간까지 착용이 가능하다. 월경컵을 제거할 때도 착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손을 씻은 뒤 월경컵의 아랫부분을 살짝 눌러 공기를 빼준 뒤 좌우로 움직이며 밑으로 잡아당겨 제거하면 된다. 제거한 월경컵은 끓는 물에 넣어 소독하거나 세정제를 통해 세척해야 하며 월경이 끝난 뒤에는 세척한 월경컵의 물기를 말린 뒤 밀폐 용기에 넣어 햇빛이 없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

월경컵은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편의성의 면에서도 여성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안 대표는 월경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만큼 편안하다는 것을 월경컵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박 씨 또한 “사용하기 전에는 월경컵이 생소해서 다소 불안했지만 만 사용해보니 걱정과 달리 매우 편안했다”며 월경컵을 처음 사용하던 날의 감정을 표현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월경할 때는 과격한 활동을 할 수 없어 불편했지만 월경컵을 쓰기 시작하면서 고민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월경컵 사용자인 유 씨도 “생리대를 사용할 때는 월경 중에 자전거를 타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이제 걱정하지 않고 탈 수 있다”며 기쁨을 표했다.

박 씨가 월경컵 사용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녀는 “이전에는 월경할 때면 불쾌한 냄새가 났었다”며 “하지만 월경컵을 사용한 후로는 어떠한 냄새도 나지 않는다”고 감탄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대중화되지 않은 월경컵을 사용한다는 것이 불안했지만 그 떨림은 곧 월경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이전에는 면 생리대를 사용하던 유 씨도 엉덩이에 습기가 차고 손빨래가 필요한 면 생리대보다는 월경컵이 편리하다며 크게 만족했다. 그녀는 “첫 시도는 어려울 수 있지만 삶의 질을 향상시켜준다”며 월경컵이 월경용품 중 최고라고 말했다.

월경용품의 선택권을 늘려주세요
경제성과 편의성을 갖춘 월경컵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월경컵을 구매할 수 없다. 미국에서는 월경컵이 사용된 지 70년이 넘었고, 인도네시아 또한 10년 이상 월경컵을 이용해오고 있다. 이외에도 약 50개국에서 이미 사용이 허가된 상태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월경컵의 유통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의약외품으로 구분되는 월경컵의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강주혜 식품의약품안전처 연구관은 “단순히 다른 나라에서 월경컵을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나라에 들여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제품의 안전성이 정확히 보장돼야 국내 도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세척을 통해 여러 번 사용해야 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위생적으로 잘 관리하지 않고 쓰게 될 경우를 우려해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SNS를 통해 월경컵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해외에서 월경컵을 구매해오는 국내 사용자가 차츰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도 월경컵을 공동구매하겠다는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안 대표는 “처음 월경컵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당시에 비해 지금은 사용자 후기가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며 “1년 전보다 사용자가 2배 이상 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월경컵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에서 월경컵 구매를 허가해 달라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 직접 배송을 시킬 경우 월경컵의 가격이 기존 판매가보다 비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 연구관은 “아직 우리나라에는 국내 허가 기준에 맞는 자료를 입증한 업체가 없다”며 “국내의 기준에 맞는 제품이 생산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공장이 설립되고 품질 관리 또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요건을 충족하는 제품이 있다면 허가를 검토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월경컵을 제조·수입·판매하고자 하는 업자를 대상으로 월경컵 허가에 필요한 제출 자료와 요건을 설명하는 민원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자신에게 맞는 월경컵을 찾아야 해요
1930년대에 탐폰과 함께 발명된 월경컵은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으로 고무가 부족해지자 생산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지만 월경통이나 위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월경컵을 찾는 여성들이 늘면서 다시 등장했다. 스마트폰이 발달하며 최근에는 월경컵에 월경혈이 얼마나 찼는지 스마트폰 앱으로 확인할 수 있는 ‘룬컵(Loon Cup)'과 같은 스마트 월경컵이 생기기도 했다.

여성 사용자들이 서로 체형이 다르므로 월경컵은 생리대나 탐폰처럼 그 크기와 모양이 다양하다. 따라서 사용자에 따라 컵의 길이와 모양, 손잡이의 길이가 각각 다른 월경컵을 사용하게 된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자궁경부의 길이를 정확히 재보고 이에 맞는 월경컵을 구매해야 한다. 자궁경부란 질과 연결되는 자궁의 아래쪽 부분으로 산부인과에서 정확한 길이를 측정해준다.

산부인과에 가지 않고 스스로 길이를 재는 방법도 있다. 손을 깨끗이 씻고 검지나 중지를 질 내부 끝까지 넣어 자신의 손가락 마디가 어느 정도 들어가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이때 손톱을 정리해야 질에 상처를 입히지 않고 안전하게 측정할 수 있다.

자신에게 맞는 월경컵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자궁경부의 길이뿐 아니라 월경혈의 양까지 고려해야 한다. 몸에 맞지 않게 크기가 작은 월경컵을 사용하면 일상생활을 하는 중 월경컵이 빠지거나 월경혈이 밖으로 새어 나올 수 있다. 필요 이상으로 크기가 큰 월경컵을 사용할 경우에는 방광과 복부에 압박을 느껴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SNS에서 월경컵을 접한 뒤 3개월째 사용 중인 유 씨는 “자신의 자궁경부 길이를 알고 그에 맞는 월경컵을 사야 한다”며 “월경컵은 사용해보고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잘 맞는 제품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국내에서는 대중적으로 이용되지 않는 월경컵이지만 월경컵을 사용하는 여성들은 입을 모아 ‘다음 월경 기간이 기다려진다’고 말한다. 불쾌하고 찝찝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기에 월경 기간이 짧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직접 본인의 월경혈을 마주하며 자신의 몸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것 또한 그녀들이 말하는 장점 중 하나다. 혹시 생리대나 탐폰 등의 월경용품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면 이제는 월경컵을 고려해보는 것이 어떨까.

▲ 월경컵을 접어 질 내부에 넣은 후 월경컵이 정상적으로 퍼졌을 때의 모습이다. 월경컵은 자궁경부 길이와 월경혈의 양에 따라 그 크기가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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