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숙케치]

 

9월. 정신이 없고 모든 것이 불안했던 수험생 시기에 나는 하루하루 지쳐가고 있었다. 이떼 부모님께서는 내게 프랑스로 가는 항공권을 주셨다. “우리 딸은 잘 할 것이라고,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 기다리고 있겠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힘을 얻고 남은 시간을 더욱더 열심히 보낼 수 있었다.

지난 1월, 기쁜 마음으로 도하를 거쳐 프랑스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어머니, 이모와 함께 한 8박 9일은 평생 잊히지 않고 반짝반짝 빛날 추억으로 남았다.

책으로만 보던 유럽, 교과서에서 글로 배우기만 했던 유럽은 역사와 전통이 깊다.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의 석재 바닥이 2천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니. 일주일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느릿느릿한 서유럽 문화에 천천히 물들며 느리고 불편한 듯한 음악, 교통, 시간에 매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여행 마지막 날 산 마르코 광장에서 카페테라스를 찾았다. 선크림도 바르지 않은 채 강렬한 햇볕을 쬐며 유유히 생크림을 올린 초콜릿 음료 한 잔을 들이켰다. 아마 내가 살아온 세월 중 가장 여유롭고 평화로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의 야경,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 로마의 판테온, 바티칸시국, 밀라노 두오모 성당, 피렌체 가죽공예, 베네치아의 전경……. 패키지여행이었기 때문에 수많은 관광명소를 방문하기 위해 새벽 5시 30에 일어나야 했다. 하지만 시차도 잊을 만큼 웅장하고 성스러운 건축물과 예술작품들을 보며 그 시간, 공간 속에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있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풍경이 아름답던 서유럽. 배낭만 맨 채 사랑과 낭만을 찾아 다시 떠나보고 싶다.

오지현(중어중문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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